[더나은미래x영국문화원] 글로벌 사회적기업 트렌드 읽기
아이베이커리(iBakery)는 홍콩에서 잘 알려진 성공한 사회적기업이다. 이곳은 2010년 설립 이후, 장애를 가진 이들을 훈련하고 직원으로 고용해왔으며, 시내 11개 지점에 카페 및 베이커리 체인점을 냈다.
아이베이커리가 홍콩의 유일한 사회적기업은 아니다. 온라인 식당 리뷰 사이트인 오픈라이스(OpenRice)를 보면, 현재 ‘사회적기업’ 해시태그(#·hashtag)를 달고 있는 홍콩 내 식당은 약 70곳에 달한다.
하지만 사회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체들은 단 한 곳의 성공이 홍콩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콩 최초의 소셜 임팩트 허브인 굿랩(GoodLab)의 설립자 아다 웡(Ada Wong) 대표는 “보다 포용적 홍콩을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홍콩에는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3000만 달러 이상) 부가 집중돼있지만, 동시에 인구 730만명 중 100만명이 빈곤선 아래에 살아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소득 불평등이 40년 만에 정점을 찍기도 했다.
◇아이디어 지원하기
정부의 개입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안정망(safety nets)을 제공하지만, 500만 홍콩달러 규모(원화 약 6억9000만원)의 ‘사회혁신과 기업가정신 개발 펀드(SIE 펀드·Social Innovation and Enterpreneurship Development Fund)’는 사회 곳곳에서 보다 장기적인 솔루션을 찾고 있다. 2013년 설립된 SIE 펀드는 가난과 사회 배제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노인·장애인·소수 이민족·한부모가정 등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부유하지만,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죠.”
SIE펀드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스테판 청(Stephen Cheung) 교수의 말이다. 청 교수는 “우리는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가 사회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이 필요로 하는 것은 펀딩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업가들이다. SIE 펀드는 섹터 내 역량을 길러주고, 혁신적 벤처기업과 연구들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한다. 청 교수는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회 혁신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도 목표”라고 덧붙였다.
홍콩영국문화원의 교육사회본부장인 소피아 찬콤브링(Sophia Chan-Combrink)은 이러한 접근이 세계적인 추세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찬콤브링 본부장은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노숙·실업 등 견고한 사회문제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할 수단으로서 사회 혁신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영국은 이 영역의 선두주자처럼 보이며, 영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자하는 전세계의 관심이 높았지만,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은 홍콩 등 많은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이는 해당 지역 및 타 지역들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 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홍콩 사회적기업 디렉토리에 나타난 홍콩 사회적기업의 숫자는 2009년 269개에서 2017년 600개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청 교수는 “아직도 우리가 원하는 정도에는 못 미친다(not as much as we wanted)”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사회복지기관들이 점령하다시피한 섹터 내에서 더 많은 다양성이 발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앞서 사례로 등장했던 아이베이커리만 해도, 한 병원이 설립한 곳이다. 이러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SIE 펀드는 비영리기관뿐 아니라 개인과 개인사업들도 지원하고 있다. 개인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 펀드 중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지금껏 펀드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절반 이상이 개인이었고, 사기업이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혁신
SIE 펀드는 지금껏 총 1억9000만 홍콩달러(원화 약 261억6500만원)의 자금을 배정하거나 삭감해왔다. 여기에는 지금껏 80개 이상의 벤처기업(올해 100곳이 목표치)을 지원하는 자금이 포함되는데, 프로토타입에서 스케일업(scale-up)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있다. 보조금(지금껏 대출이 아니라 전부 보조금으로 지급됐다)은 4곳의 중개기관을 통해 분배된다. 이들은 비영리 사회복지기관부터 교육기관, 임팩트 투자자, 모금기관 등의 조합으로 구성돼, 펀드가 다양한 네트워크와 전문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수혜기관들은 대부분 정부자금 외에도 전문성을 나눠주고 리스크를 분담할 다른 방식의 자금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공무원들 대부분이 효과적으로 기업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협업은 독창적인 사고(out-of-the-box thinking)에도 중요하다. 청 교수는 섹터간의 협력에 대해 “어렵지만, 펀드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자, 우리가 밀고자 하는 핵심 분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SIE 펀드는 이를 위한 모멘텀으로서 ‘콜렉티브 임팩트 이니셔티브(collective impact initiatives)’ 포럼을 열고 있다. 포럼은 공공과 민간, 제3섹터, 교육기구를 한데 모아 하나의 테마를 둘러싸고 논의하는데, 유아 교육을 집중 논의한다.
홍콩교육대에서 공공정책학을 가르치고 있는 청 교수는 혁신을 “좀 더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기존의 프로세스를 따르거나, 아니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는 펀드의 첫번째 플래그십 프로젝트 중 하나인 푸드 코(Food Co)를 예로 들었다.
푸드 코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여유분의 식량 공급, 자원봉사자 공급 및 수요를 추적해, 홍콩 내 결식 계층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많은 기관들(‘푸드 엔젤’로 알려져 있다)의 노력을 간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설립 6개월 후, 약 400개의 교환이 일어났으며, 100톤 가량의 식량을 활용할 수 있었다. 푸드 코의 서비스는 2018년 초부터 홍콩 내 18개 구역 전체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우리는 또 하나의 ‘푸드 엔젤’이 될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제공하면 됩니다.”
◇필란트로피에서 공유가치까지
청 교수는 SIE 펀드의 가장 큰 도전이 “익숙하지 않은 개념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대중은 애초에 사회혁신을 사회적기업이라는 좁은 관점과 같은 것으로 이해했고, 따라서 혁신의 더 넓은 의미에 대한 인식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됐다. 지금껏 펀드의 지원을 받은 벤처기업들은 이동식 전시 트럭이나 단편 영화제를 통해 알려졌고, am730 신문(am730 newspaper)의 주간 칼럼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기업(private-companies)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 또한 과제다. 여태껏 이어져온 기업 사회공헌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시간이나 전문성을 투여하는 활동은 여전히 흔하지 않다. 이러한 태도는 점차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굿랩의 웡 대표에 따르면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SIE 펀드는 ‘공유가치(shared value)’를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 있으며, 2017년에는 제2회 ‘공유가치포럼(Shared Value Forum)’도 개최했다. 포럼에는 약 200여명의 기업, NGO의 결정권자들이 참석했으며, 이후 후속 행사와 관련 연구가 이어졌다. 2016년 말, SIE 펀드는 기업이나 자선단체 등 외부의 자금조달자들을 창업이나 스케일업(scale-up)을 위한 시드머니(seed money)를 찾는 이들을 매칭하는 약 610만 홍콩달러 규모의 펀드(matching fund)도 조성했다. 또한 민간영역으로부터는 800만 홍콩달러의 추가적인 투자와 기부를 받기도 했다.
◇노인인구가 미래다(future is old)
젊은 사회적기업가들은 두 가지의 커다란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 하나는 높은 주거비(홍콩의 주거비는 평균 소득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그리고 재능에 대한 접근성이다.
홍콩영국문화원의 찬콤브링 본부장은 “냉혹한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건설된 홍콩에서는 기업가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청 교수 역시 이를 강조하며 “이 섹터에서 ‘비즈니스 정신’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이 아주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교육도 시작됐다. 찬콤브링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모듈이 대학 단위의 비즈니스 프로그램에 ‘적은 예산으로’ 포함되고 있으며, SIE가 지원하는 ‘소셜 마인드 기르기(Nurturing Social Minds)’ 프로그램은 사회적기업과 벤처 기부(venture philanthropy) 등 실용적인 코스를 240명의 학부생과 대학원생에 제공하고, 코스 중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32개의 사회적기업에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미래에는 SIE 펀드의 신규 프로젝트로 물망에 올라있는(watch-list)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이며, 아마도 펀드의 차후 중개기관을 선정하는데도 주요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지분 투자(equity finance·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나 소셜 임팩트 본드(SIB) 등이 자금 조달의 새로운 방법으로 떠오르는 지금, 청 교수는 노인 요양(elderly care) 분야를 강력한 임팩트 투자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IE 펀드가 최근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노인요양과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노인기술) 시장 규모는 작지만, 고령 인구의 구매력 증가 덕분에 2040년까지 상당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적어도 그때는 사회혁신이 낯선 개념이라서 사회혁신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SIE 펀드와 영국문화원은 최근 홍콩 청소년들의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양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함께 진행했고, 미래에도 또다른 이니셔티브를 통해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 위 기사는 영국 언론 ‘파이어니어 포스트(Pioneers Post)’에 발간된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원 저자 : Anna Pa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