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기업 사회공헌 20년, 연간 비용 2조9000억…어디에, 어떻게 쓰일까?

더나은미래·한국사회공헌정보센터 공동기획 

100大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 307개 심층분석 

대한민국의 기업 사회공헌은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사회공헌 비용을 연간 2조9020억원(255사) 집행하고, 기업 사회공헌이 체계화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기업 사회공헌이 실제 어떤 사회적 효과를 내는지에 관한 분석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더나은미래는 한국사회공헌정보센터와 함께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307건을 사회문제 유형별로 나눠, 기업의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사회문제 유형 분류표: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센터장 장용석),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사회적기업연구소가 공동개발한 ‘사회문제 분류체계(2015)’를 기반으로 함. ⓒ더나은미래, 한국사회공헌정보센터

#1. ‘삶의 질 저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 최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 대성동마을, 인천 옹진군 백령도, 경남 하동군 청학동, 인천 강화군 교동도 등의 공통점은 정보 격차가 심한 도서(島嶼) 및 산간 오지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KT는 업(業)과 연계한 혁신 기술을 이용해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기가스토리 프로젝트’를 2014년부터 벌이고 있다. 임자도에는 ICT 기반의 스마트팜, 대성동 초등학교에는 양방향 스마트러닝, 백령도에는 자연재해와 위기 상황에 대비한 안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4 백령도 주민들이 KT의 기가인프라가 구축된 주민대피소로 대피 훈련을 하는 모습. / 조선영상미디어 임영근 기자, KT 제공

이처럼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 307건 중 ‘삶의 질 저하’ 관련 사업이 122건(39.7%)으로 가장 많았다. 노인 소외, 정서 불안, 감정 노동의 심각, 게임 중독, 서구형 질환 증가, 부족한 복지, 질 낮은 보육, 문화 격차 심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유어라이프'(올해 10주년을 맞은 캠페인으로 여성 암 환자에게 아모레 카운슬러가 재능 기부를 통해 메이크업 및 피부 관리법 등을 전수), LG유플러스의 ‘사랑을 전하는 청구서'(우편 청구서 대신 이메일·모바일 청구서를 신청하면 절감된 비용 일부를 의료 취약 계층의 의료비 지원에 사용), 현대글로비스의 ‘가족愛 힐링 여행’ (협력 위수탁 기사와 가족들이 3박 4일간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경비를 지원), GS건설의 ‘꿈과 희망의 놀이터'(주변에 방치된 공간을 놀이터나 체험 시설로 바꾸는 프로젝트), 코리안리의 ‘새뜰마을 조성 사업’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재래식 화장실 등 취약 주민의 불량 주택을 개선하는 사업) 등이 이에 해당했다.

#2.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불평등’ 문제 관심 높아

‘교육 불평등’ 문제 또한 기업 사회공헌의 관심이 높은 이슈였다. 307건 중 63건(20.5%)가 이 문제로 분류됐다.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의존 현상 심화, 학벌 지상주의, 일관성 없는 정부의 교육 정책,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 및 교육비 부담, 기초 학문 기피, 지역 간 교육 격차 심화, 교육 수혜 격차 심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이 2010년부터 ICT 분야의 경험과 역량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모바일 앱 전문가 육성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T 아카데미’의 강의 모습

삼성화재의 ‘교통사고 유자녀 지원’ (1993년부터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 장학금, 교복, 대학 등록금 등 지원), 호텔신라의 ‘드림메이커'(요리 및 호텔관광업계 진출에 관심 있는 학생 선발해 9개월간 교육과정 수료), 두산인프라코어의 ‘드림스쿨'(중2부터 고교 졸업까지 저소득 가정 청소년들의 꿈키움 사업), 한화케미칼의 ‘유소년 월드컵'(서울 본사와 여수·울산 등 지역 내 복지 기관과 연계한 유소년 축구 교실 운영), SK텔레콤의 ‘장애 청소년 ICT 메이커톤 대회'(장애 청소년들이 1박 2일 동안 스마트카 제작, 디자인 등 메이킹 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3. 노동 불안정, 소득 및 주거 불안 문제, 정부 예산 적은데 사회공헌 접근 낮아

비정규직 증가, 청년 일자리 부족, 최저임금 문제, 노사 갈등 심화, 남녀 임금 격차 증가…. ‘노동 불안정’에 대한 대표 키워드들이다. ‘소득 및 주거 불안’ 문제는 가계 부채 증가, 소득 양극화 심화, 전세금 폭등, 내집 마련의 어려움 등이 해당한다. 이 두 이슈는 더나은미래가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와 함께 분석한 결과, 사회문제의 시급성이나 우선순위는 높은 데 반해, 정부 예산은 적은 대표적 ‘불일치’ 분야로 꼽힌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사회문제 사각지대 미스매치 이유는? 

부산 ‘부전마켓타운’의 전통시장 실버택배 현장. /CJ대한통운 제공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관심도 높지 않았다. 노동 불안정은 307건 중 19건(6.2%)이었고, 소득 및 주거 불안은 22건(7.2%)에 불과했다.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 만들기’ (호텔신라 TF가 나서 영세 상인 식당 개조를 돕는 프로젝트), CJ대한통운의 ‘실버 택배'(시니어 배달원들이 친환경 전통 카트로 물건 배송하는 서비스로, 일자리 1000여 개 창출), SK이노베이션의 ‘혁신적 사회적기업'(매년 사회적기업 4~5기관을 선정해 사업 자금 최대 1억5000만원과 시설 투자, 맞춤형 컨설팅 지원), 아모레퍼시픽의 ‘희망 가게'(저소득 한 부모 여성 가장 창업 돕도록 4000만원까지 보증 없이 신용 대출 지원) 등이 노동 불안정에 관한 사회공헌 사례였다. 소득 및 주거 불안은 포스코의 ‘스틸빌리지'(포항과 광양 등 매년 스틸 복지 시설을 건축하고 화재로 어려움 겪는 배려 계층에 스틸하우스 건축), 한국타이어의 ‘따뜻한 사회주택 사업'(청년, 고령자, 장애인 등 소득 6분위 이하 사회적 약자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 공급), LG하우시스의 ‘국가 유공자 주거 환경 개선 사업'(독립 유공자 후손 등 주거 환경 개선), 한국전력의 ‘사랑의 에너지 나눔'(저소득층 전기 제한 공급 가구에 체납 요금 지원), 아시아나항공의 ‘서울시 저소득층 가정 학생 조식 지원 사업’ (저소득층 가정에 조식 및 중식 지원) 등이 소득 및 주거 불안 관련 사업 사례다.

#4. 환경 문제 사회공헌 관심 상당히 낮아

차깐노르 사막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현대그린존 자원봉사단의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한때 환경 문제는 기업 사회공헌의 큰 축을 차지할 만큼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 흐름은 점차 약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사회공헌 백서(2016)를 봐도 이런 흐름은 비슷하다. 분야별 사회공헌 분류 결과 ▲취약 계층 지원(33.5%) ▲교육·학교·학술(17.5%) ▲문화 예술 체육(16.4%) ▲해외 지원(3.7%) ▲환경 보전(1.3%) ▲의료 보전(1.6%) ▲기타(26%) 등으로 드러났다. 이번 분석에서도 프로그램 307건 가운데 환경 파괴 키워드 중 ‘환경 오염’은 17건(5.5%), ‘자원 고갈’은 8건(2.6%), ‘자연재해’는 3건(1.0%)을 차지했다. 현대자동차의 ‘그린존'(황사 발원지인 내몽골 지역에 초지 조성해 사막화 방지에 기여), LG화학의 ‘그린파트너십 프로젝트'(서울시 공공 부지에 태양광발전 기반 발전소 협약), 한화의 ‘해피선샤인 캠페인'(사회복지 시설에 태양광발전 설비 무료 설치, 해외 사막화 지역 나무 심기 등), 현대제철의 ‘희망의 집수리'(에너지 빈곤층 주거 환경을 개선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 CO₂ 배출량 감소에 기여) 등이 대표 사례였다.

더나은미래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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