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시민공익위원회 설치, 앞으로의 향방은?

‘기부포비아’란 말이 생겨났다. 기부포비아는 기부와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를 합친 신조어로, 기부에 대한 공포를 나타내는 말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이어 100억원대 기부사기 집단 새희망씨앗, 그리고 12억대 후원금을 개인이 유용한 이영학까지… 2017년 한 해는 공익법인 ‘투명성’에 대한 이슈가 끊이질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현행 법과 제도로는 공익성 검증이 쉽지 않다”면서 “부처별로 산재된 공익법인 설립 허가 및 관리 감독 권한의 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도 100대 과제 중 공익법인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공익위원회 설치’ 내용을 포함시켰다. 시민공익위원회를 설치해 하나로 공익법인을 통합 관리하고 공익성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것.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은권 의원(자유한국당)도 시민공익위원회 설치를 포함한 ‘공익 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법인법)’ 개정안을 나란히 발의한 상태다.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 제3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금태섭·조응천·박주민 의원 공동주최로 ‘시민공익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 8월 윤호중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익법인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이해관계기관(법무부, 국세청 등)이 법안 제정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 제3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사진 앞줄 왼쪽에서 3번째)·금태섭(사진 앞줄 왼쪽에서 2번째)·조응천·박주민(사진 앞줄 왼쪽에서 5번째) 의원 공동주최로 ‘시민공익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윤호중 의원실

◇통합적 역할의 ‘시민공익위원회’ 필요성 공감, 정치적 중립성 확보 중요해 

 

이날 발제를 맡은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공익법인 (기부금) 수입원 대부분이 기업의 기부금으로, 상대적으로 시민의 기부금은 부족하며 의무공시 공익법인의 비율도 50% 수준에 그친다”면서 “시민공익위원회의 설립은 정부나 대중, 언론의 적절한 감독과 감시를 통해 공익법인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고 기부문화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2016년 통계연보에 의하면, 국세청 홈택스 의무공시법인 중 공시를 한 법인은 8585개로 52.4%에 그친다(전체 공익법인 수에서 종교단체 제외). 

토론자로 참여한 손원익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은 “공익법인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통합관리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에서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시민공익위원회에서 공익성 검증과 사후관리까지 담당하여 관련업무의 일관성, 객관성 및 전문성 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공익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공익위원회 역할… 주무관청 통합에는 의견 분분 

 

시민공익위원회의 역할 수준에 대해서는 이견(異見)도 있었다. 윤호중 의원의 공익법인 법안에 따르면, 시민공익위원회는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공익법인의 주무관청으로서 역할을 한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현재는 정부 각 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로 주무관청이 나뉘어져 있는데 시민공익위원회가 주무관청이 되면 비영리법인의 사업과 관련해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윤호중 의원의 법안에서는 시민공익위원회가 지정기부금 단체를 추천하고, 현행대로 기획재정부가 지정기부금 단체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중복 규제일뿐 아니라 현재의 관리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면서 “시민공익위원회에 지정기부금 단체 결정 권한까지 인정해 절차, 관할과 책임을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조언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현행 법안에 의하면 시민공익위원회가 감독할 대상과 범위, 권한과 역할이 다소 모호하다”면서 “여러 기관의 중복 감독이 아니라 세무, 기부금, 재정과 운영, 활동 등 공익법인에 대한 개별 감독행정기관들의 협력체계 구축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의견을 보탰다. 

지난 14일 열린 시민공익위원회 토론회는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왼쪽에서 5번째)의 사회로 5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윤호중 의원실

◇문재인 정부, 시민공익위원회 설립 관련 계획은?

 

지난 10월부터 법무부는 ‘시민공익위원회’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공익인정등위원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시민공익위원회 설립에 한 발짝 다가선 모양새다. 이번달 공익법인 운영 담당자 및 관련부처 간담회를 거쳐 내년 2월에는 공익법인법 등 제·개정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양호 법무부 검사는 “공익법인의 목적사업 특성에 따른 관리·감독 문제, 설치·운용 비용 대비 실효성, 교육·의료 등 개별법에 따라 설립되는 특수법인 제도 등과의 관계 등도 고려해야할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공익법인의 공시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세청의 김지훈 법인세과장은 “현재 제도 하에서는 목적사업 적정 수행여부 등 주무관청의 감독이 미비한 경우 이를 보완할 장치가 부재하다”면서 “시민공익위원회가 설립되면 보다 관리가 다원화되며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