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토)

[고대권의 Ecrire(에크리)] 두려운 마음은 떨치고 거칠 것 없던 초심으로

“마당 우묵한 곳에 술잔의 물을 부으면 겨자씨로 배를 만들어야 한다. 물은 얕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

‘장자’가 ‘소요유(逍遙遊)’편에서 이야기했던 평범한 진리에 마음이 갔습니다.

큰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큰물이 필요하고 큰 새가 날기 위해서는 큰 바람을 타야 합니다. 큰 배를 띄우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큰물이 되어야 하고 높이 날고자 하는 사람은 큰 바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자유롭게 노닐 수 있다고 합니다. 아둔해서인지 머리로는 알 것도 같은데 마음으로는 잡히지가 않습니다.

‘소요유’편에 마음이 갔던 것은 ‘붕(鵬)’이라는 큰 새 때문이었습니다. 북쪽 바다에 살던 수천 리 크기의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변해 붕이 됩니다.

등 넓이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는 붕은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9만 리 하늘 위로 올라가 여섯 달을 쉬지 않고 납니다. 그런 붕이 가고자 하는 곳은 남쪽의 바다 ‘남명’입니다.

붕이 만나는 큰 바람이 부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부러운 것은 북해를 떠나 천지를 가로질러 미지의 세계 남명으로 향하는 그 마음입니다. 아름다우며 익숙한 북해를 훌훌 버리고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떠나는 그 마음 말입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큰물을 만나도 물에 어울리는 배를 띄우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타고있는 배가 뒤집히지 않을까 걱정하고 말 겁니다. 큰 바람을 만나고도 겁에 질린 나머지 등 뒤의 푸른 하늘을 보지는 못할 겁니다.

2년 전 9월, 몽골의 고비에 찾아가 혼자 밤의 사막을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환한 달빛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나서기를 주저했습니다. 어느새 2년이 흘러 다시 가을이 왔습니다. 하늘은 다시 높아지는데 언젠가 세웠던 마음은 얼마나 자랐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호 더나은미래는 추석 후에 찾아갑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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