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샘컵케이크 ‘미스맘 컵케이크 스쿨’
하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달콤한 향이 가득하다. 한창 수업 중인 테이블 위는 수강생들의 웃음소리와 손놀림, 예쁜 케이크와 장식들로 더 달콤하다. 이날은 컵케이크 전문점인 이샘컵케이크(www.cupcake.co.kr)에서 ‘미스맘 컵케이크 스쿨’이 열리는 날이다.
‘미스맘 컵케이크 스쿨’은 이샘컵케이크가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의 협약을 통해,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컵케이크, 슈가크래프트, 초콜릿, 브라우니 등을 교육하는 미혼모 자립 지원 사업이다. 이샘컵케이크의 이샘 대표(30)를 비롯해 서주희(37), 김혜원(33), 이보미(28) 등 제과제빵 전문가들이 미혼모들을 응원하고자 재능과 힘을 모았다.
이 대표가 ‘미스맘 컵케이크 스쿨’을 처음 구상한 것은 작년 초 한 여성에게서 이메일을 받은 것이 시작이다. 세 살짜리 딸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다는 그녀의 당시 나이는 고작 스물 여섯.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 이혼을 모두 겪은 그녀는 “컵케이크라는 전문기술을 익히면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에게도 좀 더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따뜻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가르침을 부탁했다. 그리고 3개월간 서울로 올라와 이 대표에게 모든 컵케이크 기술을 익히고 내려갔다.
“그분에게 컵케이크를 가르쳐 드리면서 한부모 가정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자연히 미혼모 이슈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오히려 6·25 한국전쟁 때보다 지금이 더 해외입양이 많은 거 아세요? 그중 90% 이상이 미혼모 여성의 아이들이에요. 입양이 잘못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씻어내자는 얘기입니다.” 미혼모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현재의 제도와 정책, 실태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번듯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열정 하나만으로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컵케이크 집을 시작한 스물일곱 살 때처럼, 이 대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뭔가 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미스맘 컵케이크 스쿨 1기가 시작됐다. 미혼모를 포함해 4명의 싱글맘이 수강했다.
“원래 제가 그렇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나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달콤한 컵케이크를 먹으면서 기분 좋아지는 것을 보다 보니 좀 더 많은 사람들한테 달콤함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희 미스맘 컵케이크 스쿨의 별명도 ‘달콤한 네 손’이에요.엄마 손과 아기 손, 네 개의 달콤한 손이라는 뜻이죠.” 지난 4월부터는 미스맘 컵케이크 스쿨 2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모두 6명의 수강생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컵케이크·파운드케이크·치즈케이크·브라우니·초콜릿 등을 배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컵케이크 전문기술을 활용해 카페나 베이커리 등에서 일을 하고 싶다”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따고 싶다” 등 다양하다.
이 대표 역시 클래스 수료자들이 취업 및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래스 자체만으로도 전문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감과 용기를 회복한다는 큰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취업이나 창업 지원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중이에요. 많은 미혼모 및 싱글맘에게 자신감과 용기, 희망을 전하는 좋은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거든요. 관련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협력하면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덧 수업이 끝나고 다들 하나씩 자신의 작품을 내밀었다. 이날은 설탕으로 꽃이나 잎 등 다양한 공예작품을 만들어내는 슈가크래프트를 배우는 날. 케이크의 알록달록 예쁜 꽃들만큼 앞으로의 수강생들과 아기들의 앞날도 예쁘고 고운 꽃으로 가득하길 함께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