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공익단체의 일하는 방식

AI로 반복 업무 줄이고, 전문인력 없이 업무 도구도 제작
“AI 결과물 검증 필수…조직 차원의 활용 역량 갖춰야”

인공지능(AI)이 공익단체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후원자 관리와 모금, 사회적 성과 측정 등 다양한 업무에 AI가 활용되면서 반복 업무에 드는 시간은 줄고, 전문인력 없이도 필요한 도구를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검증하고,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조직 차원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진행된 ‘제1회 대한민국 공익활동 임팩트 어워드 및 나눔 콘퍼런스’의 ‘AI와 공익활동’ 특별 세션에서는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방안과 공익단체의 실제 도입 경험이 공유됐다.

올해 처음 마련된 대한민국 공익활동 임팩트 어워드는 기업의 사회공헌과 공익법인의 공익활동 가운데 사회문제 해결과 공동체 변화에 기여한 우수 사례를 발굴하는 시상이다. 이날 행사는 행정안전부와 한국자선단체협의회,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주관하고, iM금융그룹 iM사회공헌재단이 후원했다.

이날 ‘AI와 공익활동’ 특별 세션에서 강슬기 커넥트에이엑스 대표는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채팅 도구를 넘어, 주어진 목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목표를 제시하면 필요한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한 뒤 결과를 점검하는 기술이다.

강 대표는 구글 제미나이와 클로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공익단체의 실무를 처리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후원 요청 메일과 웹페이지를 제작하고, 공모사업 제안서를 검토하거나 후원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문적인 코딩 지식 없이도 실무자가 직접 업무에 필요한 도구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예전에는 개인이 아이디어를 가져가면 IT 부서나 AI 전문 부서가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줬다”며 “요즘은 일반 직원이 직접 도구를 만들고 IT 부서는 기술 자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 성과지표 설계·모금 캠페인 등 AI 활용 범위 확대

공익활동의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됐다. 조성도 마이오렌지 총괄대표는 기존 사업계획서와 집행 내역을 토대로 AI와 함께 변화이론과 성과지표를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AI를 활용해 사업이 해결하려는 사회문제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에 맞춰 성과지표를 제안받는 방식이다. 이후 실무자가 각 지표의 현장 측정 가능성을 검토하고 보완한다. 기존 성과 데이터가 부족한 단체도 이 과정을 통해 앞으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지 구체화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러한 작업을 지원하는 자사의 AI 서비스 ‘오렌지임팩트’도 소개했다. 다만 AI가 제안한 지표를 그대로 활용하기보다 실제 사업 내용과 현장 상황,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했고, 그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으며, 그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금 분야에서는 AI 도입에 따라 모금가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는 AI가 반복적인 마케팅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며 오는 11월 출시 예정인 자사의 모금 AI 서비스 ‘널리’를 소개했다. 대화형 명령만으로 모금 캠페인 페이지를 제작하고, 홍보 채널별 데이터를 분석해 캠페인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기술적인 업무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모금가가 캠페인 기획과 후원자 관계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모금가가 마케팅 기술자가 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보다 우리 조직만의 강점을 살린 기획과 진정성 있는 후원자 소통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동안 역량이나 자원이 부족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우리의 한계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기아대책 “AI 활용으로 후원금 처리 90분→8분”

AI를 실제 업무에 도입해 처리 시간을 대폭 줄인 사례도 공개됐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2024년부터 부서별로 AI 도구를 도입해 후원자 관리와 모금, 홍보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후원금 입금 정보 등록 업무다. 기아대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기존 시스템에 후원금 입금 정보를 등록하는 프로그램을 개선했다. 그 결과 매일 약 17만 건의 입금 정보를 등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90분에서 8분으로 줄었다. 오정은 기아대책 후원자지원본부장은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며 “조직이 이를 지지하고 실무자가 직접 시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아동과 후원자가 주고받는 편지의 번역 업무에도 AI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상시 봉사자 약 20명이 번역을 맡아 편지 전달까지 2~4주가 걸렸지만, AI 도입 이후 번역 기간이 하루로 단축됐다.

AI가 편지를 번역한 뒤 오역이나 누락 여부까지 점검하고, 추가 확인이 필요한 편지만 사람이 검토하는 방식이다. 실제 편지 605통 가운데 578통이 AI의 번역 검증을 통과했다.

김효은 기아대책 결연사업지원팀 과장은 AI를 업무에 적용하려면 기술 자체보다 기존 업무 흐름과 기관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체 처리 과정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미소 기아대책 필란트로피팀 간사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사례로 후원자 자녀들이 태국 매솟에서 난민 아동을 만난 경험을 AI 그림책으로 만든 과정을 공유했다.

제작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AI가 생성한 그림에서 같은 등장인물의 얼굴이나 옷차림이 장면마다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물별 외모와 의상 등 제작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 박 간사는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작업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고 이를 AI에 정확히 전달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콘퍼런스에서는 사회복지, 국제개발, 문화예술, 교육, 기부문화 활성화, 자원봉사 활성화 등 6개 분야의 우수 공익활동 사례가 소개됐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공익활동 임팩트 어워드’에서는 우수 공익활동 프로그램 31개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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