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정산 ‘30일’로 단축…공정위, 쿠팡 등 지급 지연 구조 정조준

쿠팡이 납품업체 대금 정산 주기를 법정 상한인 60일에 가깝게 운용해 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직매입 거래 대금 지급기한을 기존의 절반 수준인 30일로 단축하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대금 지연 지급과 유용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정산 주기를 대폭 줄여 유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8일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모습. /뉴시스  

공정위는 지난 28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대금지급 주기 단축을 핵심으로 한 개정안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개선안 마련에 앞서 대금지급 관련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 대규모유통업체의 평균 대금 지급기간은 직매입 27.8일, 특약매입 23.2일, 위수탁 21.3일, 임대을 20.4일로 집계됐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이 직매입 60일, 특약매입 등 40일을 상한으로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 전반의 지급 주기는 비교적 짧은 수준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그러나 쿠팡 등 일부 대형 유통사의 운영 방식은 이와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쿠팡을 포함한 9개 업체는 그전에는 50일 이내로 대금을 지급하다가 60일 규정이 도입된 2011년 이후 특별한 사유 없이 정산 주기를 60일에 맞춘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의 직매입 거래 정산 주기는 평균 52.3일에 달했으며, 다이소 59.1일, 마켓컬리 54.6일, 메가마트 54.5일, 전자랜드 52.0일, 홈플러스 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9일, 전자랜드 52.0일, 영풍문고 65.1일 등 개별 업체별로도 법정 상한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는 정산 주기를 운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수시·다회 정산 방식이 대금 지급 지연 수단으로 활용되며 평균 53.2일의 정산주기가 적용됐고, 업계 내 편차도 상당했다. 직매입 방식으로 거래하는 납품업체의 53.8%가 월 1회 정산 방식을 적용받고 있었고, 수시·다회 정산 방식을 활용하는 유통업체 71곳(월 1회와 중복 존재)의 평균 대금 지급기간은 20.9일로 월 1회 정산보다 짧았지만 편차가 컸다. 수시·다회 정산을 운영하는 업체는 71곳, 중복으로 월 1회와 함께 운영하는 구조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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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대규모유통업체의 법정 대금 지급기한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기한은 상품수령일로부터 현행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되고, 특약매입·위수탁·임대 거래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또 특약매입 86.7%, 임대을 99.6%가 월 1회 정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위수탁 거래는 월 1회 45.8%, 월 3회 47.6%로 유사한 비중을 보였다. 특약매입·임대을·위수탁 거래의 평균 대금 지급 시점은 판매마감일로부터 약 20일 후로, 유통업체가 판매대금을 장기간 보유할 필요성이 직매입 거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도 제도 개선 근거로 작용했다.

직매입 거래는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지만, ‘한 달 매입분을 한꺼번에 정산하는 경우’에는 매입마감일(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 지급하도록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특약매입 거래 등은 20일 이내 지급이 원칙이다. 동시에 공정위는 업계의 지적을 반영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대금 지급기한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는 대금 지급기한에 대한 예외 규정이 없어, 유통사 귀책과 무관한 사유로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에도 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쿠팡 등 일부 업체는 60일 규정이 생긴 2011년 이후 갑자기 특별한 사유 없이 지급 주기를 60일로 맞췄다”며 “중간에 자금을 활용하는 등 대금 지급을 일부러 지연해 온 업체들의 정산 기한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도 개정에 따른 업계 부담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개선안 마련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수용 가능성과 실무 절차를 면밀히 점검했다”며 “지급기한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유통업체 실무 절차상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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