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나눔기본법·화평법·사경법… 20대 국회가 주목할 ‘공익법’

5가지 공익 분야 법안

기부·나눔 문화 확산
기부 시 일정 금액 돌려 받는 ‘기부연금제’ 도입 필요

사회적 약자
난민 등 무기한 구금 가능한 출입국 관리법 개정

보건·환경법
화학물질 수입·유통 심사 강화… 피해자 보호 법안도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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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20대 국회가 정식 개원했다. 이번 국회는 공익 분야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공적부조(사회보장제도) ▲기부·나눔 ▲사회적 약자 △보건·환경 ▲사회적 경제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 5가지 분야를 공익 분야의 중점 과제로 두고 전문가 20명을 만나 ’20대 국회가 주목해야 할 공익법’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①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제’, 논쟁 속 대안 찾을 수 있을까?

공적부조 분야의 화두는 여전히 ‘부양의무제’다. 부양의무제 폐지 및 기준 완화에 대한 논의는 2000년인 16대 국회부터 19대까지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법에서는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의 ‘극빈곤층’일지라도 자녀나 부모 등 부양 책임이 있는 사람이 일정 소득 이상이면 생계비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2014년 서울 송파구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등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재정적 부담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조8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제도 폐지가 당장은 어렵다면 보완책이라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서울형 기초보장제’를 실시, 국민기초생활수급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 월 최대 53만원(4인 가구)을 지원하고 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부양 의무자가 있으니 ‘너는 빠져라’는 식의 제도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이로인해 자살하는 이들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② 나눔 문화 확산 내용 담은 ‘나눔기본법’ 제정되나

국회에서 수년째 빛을 못 본 ‘나눔기본법’, 20대 국회에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나눔기본법안의 핵심인 ‘기부연금제’ 도입이 나눔 문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부연금제는 개인이 현금이나 부동산을 공익법인에 기부할 경우 기부금의 일정액(최대 50%)을 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국민이 다양하게 기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내재된 상호 부조의 심성이 나눔으로 촉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영리단체 투명성 또한 주요 키워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총자산 가액 5억원 또는 수입 총액 3억원 이상인 공익법인도 국세청 공시 열람 시스템(npoinfo.home tax.go.kr)에 기부금 모금 및 활용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 정보가 학교, 병원, 사회복지법인, 배분 단체 등 비영리단체의 개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후원자들이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투명성의 기준이 정부 관리 차원이 아니라 기부자가 판단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에서 재정립돼야 한다”고 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비영리단체 스스로도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행정비 등 감춰진 과정에 대해 당당하게 공개하고 후원자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③ 난민, 지적 장애 청소년 인권,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야

10평 남짓한 공간에 시리아 난민 28명이 종이 상자를 얼기설기 덧대 자고 있는 모습. 지난 2일 미국의 CNN은 인천공항 내 난민송환대기실의 구금 사실을 전 세계에 고발했다. 공익법 전문가들은 “선진적인 법 도입과 달리 한국으로 온 난민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의 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이 시행됐다. 재단법인 동천 이탁건 변호사는 “출입국관리소는 ‘난민법’에 따라 인종, 종교, 정치적 견해 등 5가지 명시적 난민 사유 여부만 심사 후 입국시켜야 하는데 실질 심사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사실상 무기한 구금이 가능한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최대 구금 기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3세 지적 장애아가 남성 6명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을 성매매로 본 법원 판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성·청소년·장애인 인권 단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던 하은(가명)이가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숙소를 구하다가 수차례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보통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행위는 모두 강간으로 간주해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나이가 법정 규정인 13세 미만에서 2개월이 넘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것. 이상훈 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지적 장애 등 성적 자기 결정권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연령 기준을 삭제하거나 최소 적용 범위 연령을 높여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④ 더 이상의 ‘옥시’는 없다, 누더기 된 ‘화평법’ 새롭게 만들자

옥시 사태 효과일까. 보건·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개정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화평법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법안으로 신규 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t) 이상 제조·수입하는 기존 화학물질은 정부로부터 유해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유럽의 유해성 평가 기준은 0.1t이고, 화학물질을 별도로 관리하는 청이 있다”고 했다. 옥시가 2001~2011년 판매한 옥시싹싹에 사용된 독성물질 PHMG의 연간 사용량은 300㎏ 정도에 불과했다. 최재홍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은 “화평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완제품은 제외되는 등 누더기가 된 법안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보건법’이 실효성 있게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환경보건법은 환경성 질환에 대한 역학 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법으로,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을 예방·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법안에 따르면 애초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금지했어야 하나 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고 했다. 환경법률센터 부소장인 정남순 변호사는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제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⑤ 사회적 경제는 기본법, CSR은 정보 의무 공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부터

‘인구 감소,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청년 실업.’ 현재 한국 사회를 드러내는 키워드다. 전문가들은 “고도성장의 시대는 끝났고 ‘사회적 경제’를 새로운 성장 동력의 주체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대 국회 때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 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을 법률상 경제주체의 하나로 인정하는 것이 골자다. 김성진 상임변호사는 “사회적 경제는 스스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능동적 경제주체로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 정책에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종걸 교수는 “기본법 안에 사회적 경제의 개념, 지원 체계, 정책 조율 단위, 사회적 금융 등 기존에 논란이 된 사항들을 정비해 완성된 형태의 법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표적으로 언급됐다. 상장 기업들이 사업보고서에 환경, 인권, 노동, 공정 거래 관행, 소비자 보호, 지역사회 공헌 등 CSR 관련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데이터가 먼저 공개돼야 기업들의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국민연금은 투자 대상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할 수 있는 ‘사회책임투자법’이 시행됐지만, 기업들의 정보 공개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 사실상 큰 힘이 없다. 안병훈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 정보 공시는 강행법(hard law)이 아닌 시장에서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하도록 연성법(soft law) 방식으로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공공 기관의 사회 책임 투자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동수 대표는 “공공 기관 및 공기업들은 국가 구매력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면서 ‘사회책임조달특별법’의 제정을 제안했다.

※도움 주신 전문가 20인(이름 가나다순)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김수연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김성진 사단법인 선 상임변호사, 김세진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안병훈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양동수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대표,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상훈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대표 변호사,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이탁건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정남순 환경법률센터 부소장,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 최재홍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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