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재단 ‘잘나가는 토크콘서트’
고립은둔 청년 6명의 생생한 이야기
“밖에 나가면 누가 나를 죽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7년을 집에서만 지냈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청년재단이 주최한 ‘잘나가는 토크콘서트’ 현장에 고립은둔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모였다. 토크콘서트에는 청년 당사자 6명과 고립 청년 지원 기관 종사자 등 30여명이 참석해 고립의 원인부터 탈고립의 계기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행사는 ‘고립 청년에 대한 대중의 주요 질문에 당사자가 직접 답한다’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고립을 시작하게 된 계기 ▲고립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 ▲탈고립을 가능케 한 요인 등 민감한 질문에도 청년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만의 경험을 털어놨다.

◇ “학교폭력·공황장애가 나를 방 안으로 몰았다”
이날 무대에 선 A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겪은 뒤 7년 동안 세상과 단절됐다고 했다. “친구가 한 명도 없었고, 부모님은 억지로 학교에 보내려 했어요.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웠습니다.”
20대 초반부터 공황장애를 앓았다는 B씨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밖에 나가면 누가 날 따라오는 것 같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밤낮이 뒤바뀌고 불면증이 계속됐죠.”
이들은 고립의 시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꼽았다. 탈고립 이후 일자리를 얻은 한 청년은 다시 은둔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며 친구에게 털어놨지만, “그건 네가 간절하지 않아서 그래”라는 말을 듣고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청년은 “부모님이 ‘한심하다’, ‘도대체 뭐 해 먹고 살 거냐’고 질책할 때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 “내게 손 내민 사람… 그들이 나를 바꿨다”
이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속적인 지원과 공동체 경험, 그리고 작은 변화에 대한 용기가 있었다.
C씨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처음으로 사람들과 눈을 마주할 수 있었고,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도 병행하며 조금씩 나아졌다”고 했다. D씨는 “공동생활 프로그램에서 사회성을 익히고, 카페에서 일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연락해 준’ 사람들을 언급했다. “진심으로 지지해주고 응원해 준 담당자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대화해 준 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이어졌다.
이날 토크콘서트의 마지막 순서에서 청년들은 사회에 바라는 점을 직접 전했다. “고립 청년에게 필요한 건 안타까움도, 걱정도 아닙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그게 제일 큰 힘이 됩니다.” E씨는 “정상, 비정상을 나누지 말고, 각자의 속도를 존중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청년재단 박주희 사무총장은 “은둔 상태에서 벗어난 청년들이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단은 회복 당사자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