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렌징이 잘 돼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AI를 훈련시켜야 하지만, 울산의 개별 기업이 이렇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울산 산업단지 내 전체 데이터를 다같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AI 관련 인프라를 만들고, 이를 울산 제조업에 맞도록 반영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울산포럼은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인 2022년 회사의 모태인 울산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최 회장이 제안해 시작된 포럼으로,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을 대표하는 사회문제 해결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3회째인 포럼에서는 울산 제조업의 AI·디지털 전환(DT) 등 신기술 적용 솔루션과 새로운 지역 모델을 만들기 위해 산업 도시인 울산에 문화와 환경 콘텐츠를 접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유됐다.
매년 울산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최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울산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AI 활용 방법을 언급했다.
그는 “울산의 제조업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한쪽 방향에서만 생각해서는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면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AI를 훈련시키고, 이를 통해 더 똑똑해진 AI를 상품화하는 등 양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20~30년 뒤 울산 기업들은 AI 관련 상품을 팔고 있는 회사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포럼의 한 주제인 ‘지역소멸’에 대해서도 “울산지역 문제 해결에 앞서 울산 시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각 사회문제에 기업과 지자체는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그 간극을 좁혀가는 게 지역사회에 가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최 회장은 울산의 다양성 부족을 문제로 꼽으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절묘하게 결합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서울하고 똑같은 도서관, 미술관을 만들면 안 되고 울산만의 특징이 있는, 글로벌 레벨에 맞춘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며 “톱티어(일류)에 맞춰 디자인해야 서울, 일본, 유럽 등에서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똑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울산의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깊게 고민해야 된다”며 “3개월 레지던트 과정 등 글로벌 AI, 문화 전문가들이 모이는 기반을 마련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울산만의 특징을 최대한 반영한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국내외에서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며 그 예로 현재 사용 중인 원유저장탱크 외벽에는 그림을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탱크는 내부에 도서관,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시설을 만드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울산 지역 발전과 AI·DT 강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도 이어졌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는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산업은 ‘비욘드 머신’으로 생산이 쉬워지면서 제품차별화가 줄기 시작했다”며 “산업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미 AI로 인한 미래는 이미 왔다”고 전망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울산은 소득이나 여러 면에서 전국에서 부러워하는 도시지만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며 “울산의 성(性)적 매력을 증진하자는 게 환락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남초도시인 울산을) 여성들이 정말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을 문화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스페인 빌바오나 영국 맨체스터, 글래스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