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동력보조장치의 필요성과 공적제도 진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가 지난 23일 국회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한국장애인총연맹, SK행복나눔재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휠체어 동력보조장치(이하 동력보조장치)는 수동식 휠체어에 장착해 동력보조 휠체어 또는 전동식 휠체어로 전환하는 장치로, 수동식 휠체어의 장점인 가벼움과 전동식 휠체어의 장점인 동력을 결합한 장치이다. 각 휠체어의 장점을 결합해 장애인의 이동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동력보조장치는 공적 지원제도 대신 민간 후원사업으로 진행되면서, 기업 사회공헌 사업 중단 등의 이유로 미지원 사례가 늘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조기기 급여사업 추가 품목으로 동력보조장치를 건의했으나 상품의 안전성과 보편성 등의 이유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2020년 대한민국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력보조장치를 이용하지 못한 원인의 42.3%가 ‘비용 부담’이라고 응답했다. 진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는 “민간 지원을 통해 약 6000명의 장애인에게 동력보조장치를 지원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동휠체어 이용자가 경제적 이유로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적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동휠체어 추진은 상지의 반복적 긴장 손상(RIS)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에서도 건강 요소로 어깨 통증, 염좌 완화 등을 위해 동력보조장치는 수동휠체어 과사용으로 인한 상지의 근골격계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진용 나사렛대학교 재활의료공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개인의 삶의 질과 사회통합의 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권리”라며 “다만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보조기기가 나와도 제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아동에게까지 넓힌 대상, 건강보험 예산, 리튬배터리 안전성 등의 고려해야 할 점을 설명했다.
이어 공 교수는 “동력보조장치의 의료적 유익과 개인 효용에 따라 보조기기 지원을 하는 것은 의료적 관점에서도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호승희 국립재활원 건강보건연구과 과장은 건강 차원에서 동력보조장치 사용의 효용을 말했다. 호 과장은 “전체 장애인과 지체 장애인의 동반질환 비율을 비교했을 때, 어깨병변으로 진료를 받은 지체 장애인이 17.8%, 전체 장애인이 13.8%이다”며 “수동휠체어 사용자 집단에서 어깨 통증은 다원인적으로 나타났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아닌 집단보다 어깨 통증이 2배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고수정 국민건강보험공단 보조기기급여부 부장은 “동력보조장치 공적 급여제도화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단은 1997년 장애인 보조기기의 보험급여를 시작해 현재 90개 품목의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공단의 장애인 보조기기 제품 등록 품목은 의료기기와 비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보조기기가 급여 품목으로 등록되면 급여화하기 위해서는 제품평가 과정을 거쳐야한다. 안정성과 성능을 고려한 급여 적정성이나 적정가격 평가를 통해 제품의 가격을 고시해야한다.
고 부장은 “2019년 동력보조장치가 실증특례대상이 돼 보조기기 해당 여부를 검토했지만, 당시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지 못해 보조기기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이후 21년 식약처가 발표한 허가인증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력보조장치 공적 급여 품목 대상여부 이전에 리튬배터리를 장착한 전동휠체어가 급여 품목으로 우선 포함되는 추이를 보고 검토해 나가겠다”며 “한국장애인총연맹의 요청에 따라 급여평가위원회나 급여 확대를 위한 자문위원과 학회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행복나눔재단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동성 향상을 경험한 문채원 덕성여자대학교 학생은 “동력보조장치를 통해 스스로 야구장도 가며 이동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자립성을 기르고 일상이 더 다채로워졌다”고 말했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은 “수동휠체어 사용으로 고질적인 어깨, 손목 등 상체의 통증이 있었다”며 “동력보조장치를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되고 특히 자존감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