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캠페인 기획서부터 포스터까지 인공지능으로…비영리는 ‘AI’ 열공중

“일정한 양식을 채우는 업무가 많은데,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업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실무교육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조별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노트북 모니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화면을 띄운다. 3조는 후원자 대상 행사 기획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 기존 행사 기획안 파일을 올린 뒤, 신규 행사 기획 의도를 전하자 양식에 딱 맞는 행사 기획안이 생성된다. 대화창에 ‘포스터도 제작해 줘’라고 입력하자 몇 초 뒤 포스터 이미지가 나타난다. ‘와’ 하는 탄성이 터진다. 타자 몇 번으로 행사 기획서와 포스터가 만들어진다. “포스터도 좋지만 배지 같은 굿즈를 만들어볼 수도 있어요. 어린이를 위한 행사라면 색칠공부 도안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강사가 제안하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30일 기아대책 기대홀에서 ‘비영리단체 대상 생성형 AI 실무교육’이 진행됐다. /김규리 기자

지난 4월 29일과 30일, 기아대책 기대홀에서 열린 ‘비영리단체 대상 생성형 AI 실무교육’ 현장이다. 이번 교육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후원으로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주관한 디지털 인재 양성 과정인 ‘AI for Nonprofits’의 하나로, 30여 명의 비영리 단체 실무자가 참석했다. 기아대책부터 세이브더칠드런·월드비전·컴패션 등 여러 단체에 소속돼 사업팀부터 전산담당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 이들의 공통점은 ‘AI에 대한 관심’이었다.

30일 기아대책 기대홀에서 ‘비영리단체 대상 생성형 AI 실무교육’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비영리단체에 ‘AI 교육’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지난해 말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으로 비영리단체 리더와 실무자 약 80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에 관한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선단체 CEO와 리더에겐 특강을 통해 AI 기술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높이고, 실무자에게는 온라인 교육을 제공해 현장의 활용도를 높이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특히 기아대책은 본부 직원 전체인 260명 모두가 온라인 교육을 수강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이번 심화 워크숍은 약 10시간 코스의 온라인 이론 교육을 90% 이상 수료한 우수 학습자 30여 명이 참여한 교육 과정이다. 비영리 기관 실무자는 이틀간 총 12시간 동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지식과 활용법에 대해 배웠다. ‘프롬프트(Prompt)’란 생성형 AI에 입력하는 입력값으로, AI에 적절한 질문이나 지시를 작성하는 것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첫째 날에는 개인별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프롬프팅 기초를 실습한 뒤, 조별로 모여 AI를 활용해 사업주제별 계획서를 작성했다. 이어 둘째 날에는 조마다 만들어낸 사업 기획서를 발표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실습을 진행했다.

‘비영리단체 대상 생성형 AI 실무교육’에서 비영리 단체 실무자들이 조별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김규리 기자

교육에 참여한 신미란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사업팀 매니저는 ‘비영리 이벤트 기획 전문가 GPT’를 제작한 조의 사례를 발표했다. 사업 계획을 정리해 전달하니 AI가 여러 기획 후보를 전해줬다. 신 매니저의 조는 여러 후보 중 하나를 고른 뒤, 해당 기획안을 기존에 등록한 자료와 같은 서식으로 구체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생성형 AI는 알맞은 서식의 기획안을 출력했고, 프로그램 일정을 표로 작성해달라는 요청도 잘 수행했다. 신 매니저는 “기획서 제작뿐 아니라 사회 통계나 관련 정보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사용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어 실제 업무에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챗GPT에 ‘어린이날 기념행사 기획안’을 요청한 결과. 우측은 기획안을 표 형식으로 출력한 모습. /챗GPT 화면 갈무리

실제로 챗GPT에 ‘어린이날 기념행사 기획안’을 요청해 봤다. 아동 대상 비영리 단체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간단한 설명만 입력했는데도 행사명부터 목적, 내용부터 안전 대책까지 기획안 예시를 출력했다. “기획안을 표로 만들어줄래?” 한 문장을 넣자, 바로 표 형식의 기획안이 나왔다. 유료인 챗GPT Plus를 활용하면 특정한 양식대로 기획안을 만들 수도 있으나, 무료 버전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인 기획안 작성이 가능했다.

AI는 특정한 양식을 채우는 등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반복 업무도 돕지만, 기획 단계에서의 아이디어 도출도 도왔다. 6개 조의 발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의외로 ‘창의성’이었다. AI가 기획한 프로그램의 후보들이 아이디어 도출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챗GPT에 행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좋을지 물으니, 테마별로 나눠 여러 프로그램 후보를 제시했다.

챗GPT에 ‘어린이날 기념행사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예시’를 요청한 결과. /챗GPT 화면 갈무리

워크숍에서 강의를 진행한 조용상 열린사이버대학 교수는 “비영리에도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사회와 일하는 비영리 조직도 기존의 방식으로만 일하기 어렵다는 것. 조 교수는 “비영리 단체는 수행해야 하는 일에 비해 조직 규모가 작아 인력 부족 문제가 있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여서 일하려면 AI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아이디어 제안 등 기획 및 성과 데이터 분석 업무에 AI가 한 팀이 되어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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