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이란 무엇인가. 모금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목적사업)을 다양한 대상에게 다양한 소통방식으로 알리고, 공감을 형성하고 그 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여러 공익단체가 겉으론 비슷해 보여도 각자의 목적과 방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맥락과 정보와 자원을 가지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일한다. 이런 이유로 어떤 단체가 성공적인 모금을 하려면 과연 단체에 맞게 ‘적절한 준비를 했는가’를 묻게 된다. 적절한 목적인지, 적절한 대상인지, 적절한 매체인지, 적절한 내용인지, 적절한 금액인지, 적절한 타이밍인지. 모금의 성공 공식은 정해진 게 아니라는 뜻도 된다.
누군가로부터 크든 작든 돈을 받으려면 가장 먼저 ‘누가 줄 수 있는지’를 찾게 된다. 보통은 정부, 기업, 기부자 등을 떠올리지만, 재정확보의 확장적인 개념으로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고려한다면 구매자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재정이 확보되려면 돈을 줄 가능성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먼저 탐색하고 기회를 엿봐야 한다. 자금을 제공하는 주체별로 특이점이 있긴 하나 모두 돈 받을 자격과 가치를 따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다 비슷하다. 이렇게 보면 모금은 일종의 투자 유치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양한 제공자로부터 재정을 어떤 방식으로 확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즉, 받는 게 있다면 무언가를 대가로 줘야 한다. 받고자 한다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기부 측면에서 보면 돈에 상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가로 줘서는 안 된다. 기부는 반대급부 없이 무상으로 받는 것이다. 돈에 상응하지 않는 대가는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것들이며 기부로 받게 되는 것은 보람, 기쁨, 만족, 행복, 위로, 감사 등 사람의 마음에 존재하는 가치이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르기 때문에 매우 상대적이다. 결국 기부자 각각의 출발점, 기부 동기에 적절한 만족이 주어져야 하니 기부자를 모르고서는 만족스러운 대가를 돌려주기 어렵다. 이래서 모금에는 상대성이 작동한다.
기부자가 각각 다르다면 모금을 어떻게 해야 좋은가. 먼저, 모든 모금의 출발은 단체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기부의 투자가치가 살아나려면 원래 하고자 하는 목적사업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을 잘 수행한다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를 모두 충실히 한다는 것이다. 모금은 앞으로 할 일을 위한 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려는지, 그 과정이나 결과를 미리 예측해서 잘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타당한 근거가 있는 계획과 전망을 실현할 적절한 자원(인력과 예산, 공간 등), 지식과 정보, 과거의 축적된 경험, 네트워크와 사회적 힘 등이 있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그 일의 결과로 얻어질 개인의 삶의 변화, 사회적 의미도 해석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단체가 자기 일을 살피는 과정이다.
둘째는 단체와 제공자 간에 공감 영역을 찾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사업이 필요한 이유나 실제 현장 사례를 예시로 스토리텔링하는 것은 모두 공감(共感)하기 위한 것이다. 남을 감동시키기 전에 먼저 내가 감동되는 것이 순서이다. 우리의 가슴이 뛰는 그 지점에서 열정과 진심을 담아 상대에게 전달할 상대방도 감동할 확률이 높다. 상대방이 어떤 배경과 경험을 사람인지를 추정해 보는 것도 중요한데 길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일일이 그들에 대해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역으로 ‘이 사업에 함께 (공감)할 사람들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지’를 질문한다. 페르소나이다. 페르소나 작업에서 기부자에 대한 스터디를 통해 사람들의 공통적인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어느 지점에서 단체와 만나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
셋째, 단체와 기부자에 대해 충분히 정리된 내용을 중심으로 적절한 메시지와 참여의 안내서를 만들어 적절한 매체와 스피커를 통해 충분히 전달될 만큼 알리는 일이다.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친절함’이다. 기부자가 하면 좋을 행동(참여 방식)과 그로 인해 기대되는 사회의 변화, 기부금이 사용될 곳과 그 결과에 대해 소상히 말해야 한다. 이 친절함이 결여되면 투명성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놓고 보면 결국 모금이 안 되는 이유는 결국 세 가지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자기를 살피지 않아서, 둘째는 (내 일에만 몰두하느라)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고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셋째는 너무 돈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부자와의 공감을 이어가는 과정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교육이나 컨설팅할 때 적용하기 쉬운 모금 방법을 알려달라는 ‘무례한’ 요구를 하는 이들을 더러 만난다. 이런 경우 안 봐도 거의 실패할 것임을 직감한다. 스스로에 대한 검토와 성찰 없이 타인의 성공 사례를 모방하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모금 전략은 스스로 강점과 필요를 잘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자신만의 부드럽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기부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좋은 경험을 맛보도록 친절하게 움직이는 넛지 전략이다. 이게 번거롭고 단지 돈만 얻으려고 한다면 차라리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이 빠르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