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인권위 “’장애 극복’은 편견 조장하는 표현”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통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장애를 질병이나 일시적 시련처럼 이겨내거나 헤쳐나갈 수 있는 대상으로 오인하도록 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월 ‘제9회 대구광역시 장애인 대상’ 수상 후보자 모집 공고문에 적힌 ‘장애 극복’ 표현이 인권침해라는 진정이 접수됐다. 공고문에는 ‘장애 극복 부문’ 포상자로 ‘장애인으로서 장애를 극복하고 타인의 귀감이 된 자’라는 문구가 적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각 정부 부처와 17개 시도, 장애인 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면서 ‘장애의 역경을 극복하거나 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포상하고자’라는 문구를 기재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장애의 어려움을 이겨내 타인의 본보기가 된 사람에게 사회적·일반적으로 통용돼왔다”면서도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하므로 관련 장애인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대구시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의도를 갖고 이러한 표현을 썼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인권을 침해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진정 사건과는 별개로 ‘장애 극복’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구시에 ‘장애 극복’ 표현이 사용된 법령과 조례를 개정하고, 이 표현이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인권위는 “’장애 극복’은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살아가는 장애인의 자기정체성을 부정하는 표현이 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지자체의 공고는 국민과의 공식적 소통 매체라는 점에서도 표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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