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외국계기업 21곳, 10년 연속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에

고용노동부, 공공기관·기업 대상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 살펴보니

10년 연속 ‘고용율 0%’ 모두 외국계
명단공표 기업 중 외국계 비중 28%

프라다코리아는 이탈리아 법인인 프라다에스피에이(Prada S.p.A)가 100% 소유한 외국 기업이다. 국내에는 1995년 진출해 작년에만 연매출 4927억원, 영업이익 3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16.9%, 영업이익은 3배 이상 상승했다. 2021년 기준으로 상시근로자는 649명.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3.1%)에 따라 20명을 장애인 직원으로 둬야 하지만,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매년 수천억 매출을 올렸지만, 장애인 고용 의무는 다하지 않은 것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프라다 팝업 스토어. /조선DB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프라다 팝업 스토어. /조선DB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기업들이 매년 조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 고용과 같은 의무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투자기업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법인세·소득세, 취득세·재산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

31일 더나은미래가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기업 명단공표’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외국계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의무고용률(3.1%)의 절반인 1.55%에 미치지 못한 기업 중 고용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기업명단을 매해 공표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년(2012~2021년) 연속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명단공표된 기업은 74곳이었다. 이 가운데 21곳(약 28.3%)이 외국계기업으로 확인됐다. 주로 데상트·헨켈·페라가모 등 해외 유명 브랜드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프라다코리아처럼 한국요꼬가와전기주식회사, 엘코잉크한국지점 등 외국계기업도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연속으로 장애인 고용율 0%를 기록했다. 한국요꼬가와전기주식회사는 일본 최대 산업기기 전문기업 요꼬가와전기가 100% 지분을 투자한 한국법인으로 연간 매출액은 1628억5800만원이다. 엘코잉크한국지점은 미국의 화장품·패션 기업 ‘에스티로더컴퍼니즈’ 아시아 지역 면세사업부의 한국지사다.

이들 외국계기업은 장애인 근로자를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아 미고용 인원당 최저임금 100% 수준(약 201만원)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한다. 프라다코리아의 경우 현행 고용부담금제도에 따라 ‘월별 미고용 인원수’에 ‘최저임금액’을 곱하면 지난 2021년 12월에만 약 4020만원을 부담금으로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연 단위로 계산하면, 연간 4억8240만원가량을 부담금으로 낸 셈이다. 같은해 매출액 4213억원의 0.1% 수준이다. 프라다코리아와 상시근로자 수가 비슷한 엘코잉크한국지점도 비슷한 수준의 부담금을 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까르띠에·몽블랑·피아제 등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스위스의 리치몬트그룹의 국내 법인인 ‘리치몬트코리아’는 10년간 장애인을 3명 고용했다. 리치몬트코리아가 의무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35명으로, 장애인 고용률은 0.26%에 불과했다.

아시아 전역에 명품 브랜드를 유통하는 부루벨그룹의 한국지사인 부루벨코리아는 장애인 60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9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장애인 고용률은 0.46%다.

지난 2021년 한 해를 기준으로 장애인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은 총 41곳으로 확인됐다. 자라리테일코리아주식회사, 테슬라코리아, 스와로브스키, 발렌시아가코리아 등 대부분 해외 명품 브랜드였다.

이진희 베어베터 공동대표는 “외국계기업의 한국 지사는 본사의 허가가 있어야만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거나 연계고용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한국에 진출한 에르메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은 장기간에 걸쳐 본사를 설득하고 논의의 과정을 거쳐 현재 연계고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외국계기업의 장애인 고용은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10년간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는 건 장애인을 고용할 노력조차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에트로·구찌·루이비통·몽클레르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하이네켄코리아, 네슬레코리아,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등이 발달장애인 고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와 협약을 맺고 연계고용을 진행 중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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