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상 신용협동조합 중앙회장
“르네상스(Renaissance)는 부활을 의미하죠. 전 신협운동의 르네상스를 꿈꿉니다.” 지난 3월 선임된 문철상(63·사진) 신용협동조합 중앙회 신임 회장.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접한 신협에 “인생을 걸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이후 33년간 전북 군산의 대건신협, 반석신협, 오룡신협, 월명신협 등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며 국내를 대표하는 신협 운동가로 우뚝 섰다. 지난 17일 만난 문 회장에게서 협동조합 시대를 맞은 신협의 역할과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신협의 행보가 눈에 띈다.
“신협은 순수 민간 주도 활동으로 발전한 국내 협동조합 금융의 효시다. 특히 국내 신협은 아시아신협연합회(ACCU)의 창립 멤버이며,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Ramon Magsaysay Award)’을 받았을 정도로 국제적인 인정도 받아 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성장 우선과 효율 제일주의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신협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강원도 원주에 노인 빈곤 문제가 있었다. 원주의 밝음신협 직원들이 “폐지 수거를 하시면 고물상의 두 배 가격을 드리겠다”고 독려하자 원주 어르신들 사이에서 폐지 줍기 붐이 일었다. 원주 시장은 이를 쓰레기 줍는 활동으로 확대해 다른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이게 지금의 원주 ‘노인생활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들을 끌어주는 협동조합. 그게 신협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법·제도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신협은 1972년 법이 제정될 당시의 개념이 그대로인 게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게 ‘공동유대구역'(이 안에 거주하는 주민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범위다. 새마을금고는 이 범위가 광역 단위지만, 신협은 구 단위다. 바로 옆 동네라도 조합원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중앙회의 법인 대출 한도도 새마을금고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자산 운용의 한계가 있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신협을 이끌어갈 계획인가.
“우린 ‘신협이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신협을 통해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중앙회 안에 사회공헌 법인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올 10월 발족할 예정인데 신협 임직원들이 월 1만원을 기부해 이를 1%의 초저금리로 노숙자에게 빌려주는 모델과 저개발국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신협을 배울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최태욱 기자
김민정 청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