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WWF “야생동물 개체군 반세기 동안 69% 감소”

“과거 경제 발전만을 목표로 우리 사회가 달려왔다면, 이제는 자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지구생명 보고서 2022(Living Planet Report 2022)’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개회사에서 홍윤희 WWF코리아(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을 촉구했다.

홍윤희 WWF코리아 사무총장이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구생명 보고서 2022'를 발표하고 있다. /WWF코리아
홍윤희 WWF코리아 사무총장이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구생명 보고서 2022’를 발표하고 있다. /WWF코리아

지구생명 보고서는 WWF와 런던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ZSL)가 공동 연구를 통해 2년마다 발간하는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위기를 알리고, 생물다양성 상태와 생태계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지구생명지수(Living Planet Index·LPI)를 통해 실제 생물종 변화를 수치화한 내용이 담겼다. 이번 LPI 조사에는 2020년 대비 1만1000개가 늘어난 약 3만2000개의 생물종 개체군이 포함됐다.

전 세계 5230종의 생물종을 대표하는 3만1821개 개체군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지구생명지수’를 분석한 결과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69% 감소했다. 특히 열대 지역에서 관찰된 야생 척추동물 개체군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아마존 등 열대지역으로 구분되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은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94% 감소했다. WWF는 “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인 열대 지역의 감소세는 자연 생태계가 처한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WWF코리아는 전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사회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양수로 전환하는 '네이처 포지티브' 이행을 촉구했다./ WWF코리아
WWF코리아는 전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사회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양수로 전환하는 ‘네이처 포지티브’ 이행을 촉구했다./ WWF코리아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는 ▲서식지 황폐화 및 감소 ▲과도한 자원 이용 ▲침임종 침입 ▲환경오염 ▲기후변화 및 질병 등이 꼽혔다. 요인 중 일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각각 66%, 55% 감소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개체군의 76%가 감소한 회유성 어종의 사례를 보면, 서식지 감소와 이동 경로를 막는 장애물 관련 요인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국내 전문가들은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tive) 사회’로의 이행을 촉구했다. 네이처 포지티브란 자연 손실의 흐름을 바꾸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는 범지구적 자연 회복 목표를 뜻한다. 2018년부터 진행된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멈추고,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지표를 양수(Positive Number)로 반전시켜 생물종을 복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세계 각국 정부가 육지, 담수, 해양의 30%를 보호하도록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박은진 국립생태원 실장, 박민혜 WWF코리아 국장 등 전문가들의 발표도 발제자로 나섰다. 최창용 교수는 제비 등 실제 생물종의 감소가 생태계를 변화시킨 사례를 바탕으로 생물종 감소의 위험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박은진 국립생태원 실장은 생물다양성과 탄소중립의 상호연계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발제했고, 박민혜 WWF코리아 국장은 기업들의 진정성 있는 생물다양성 보존 노력을 촉구했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WWF 사무총장은 “지구생명보고서는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위기라는 상호 연결된 위기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충격적인 수치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며 “자연의 손실 추세를 회복으로 전환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구현하려면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WWF는 오는 12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파리협정에 준하는 ‘생물다양성 보전 합의안’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홍윤희 WWF코리아 사무총장은 “지구생명보고서의 결과는 자연을 한계 이상으로 이용해온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경고”라며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소비자의 변화도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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