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경기 좋으면 CSR부서에 햇살, 경영 어려우면 예산 폭풍 삭감… 기업의 사회공헌 날씨는 변화무쌍

방만 경영 논란 강원랜드 사회공헌 예산 대폭 줄여… ‘赤字’ KT도 관련 부서 격하
연예기획사·금융기업 등 사회공헌부서 신설 나서… 신한카드도 활동 강화
“소비자에 신뢰 받으려면 어려울 때도 공헌 계속해야”

블룸버그 뉴스·조선일보 DB
블룸버그 뉴스·조선일보 DB

작년 10월 현대카드는 CSR콘텐트팀을 해체했다. 전사적 차원에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던 부서가 아예 없어진 것이다. CSR콘텐트팀에 속해 있던 직원 중 일부는 홍보팀으로, 일부는 기업문화팀으로 통합됐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조직 경영 전략 차원에서 팀이 생겼다가 통합된 것일 뿐 CSR 담당 인력이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CSR의 축소가 아닌, 기업 문화 활동의 일환으로 보고 더 강화하기 위함이다”고 했다. CSR 전담부서 형태에서 기업문화팀 소속으로 바뀐 것이 실제 현대카드 CSR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흔히 사회공헌 부서나 예산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다고 한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필요가 있을 때는 대대적으로 홍보하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축소하기 때문이다. 대대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하는 것과 달리 조직이나 예산을 줄이는 것은 외부에서 쉽게 알기도 어렵다. 황창규 신임 KT 회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진행 중인 KT에서도 향후 사회공헌이 축소될지 주목받고 있다. 2012년 12월 사회공헌 활동 강화와 CSR 총괄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실 내에 신설됐던 ‘CSV단’은 이번 조직 개편 과정에서 홍보실 산하 ‘CSV센터’로 격하됐다. KT는 지난해 자회사를 제외한 단독 기준 역대 최대인 14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130여명에 달하던 전체 임원을 100명 내외로 30%가량 줄이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CSV단’을 진두지휘한 최재근 CSV단장(전무)이 KT를 떠나게 되면서 조직도 ‘CSV센터’로 내려앉은 것이다. KT 관계자는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은 동일하며 전무급에서 상무급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조직명이 바뀐 것에 불과하다”며 “사업이 축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앞으로의 행보가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한편 SK커뮤니케이션즈도 싸이월드 기부 사이트 ‘사이좋은세상’을 오는 3월 31일부로 종료한다. 기업 서비스 개편 과정에서 여러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사이좋은세상’이 1순위로 포함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방만 경영으로 비판받은 강원랜드, 마사회와 같은 공기업들도 직원 복리후생비는 그대로 두고 사회공헌 예산부터 대폭 삭감해 대대적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회공헌 시장 진입은 계속돼… ‘리스크 관리’ ‘경쟁력 확보’ 주 이유

일부 대기업이 기존 사회공헌 활동을 축소하거나 ‘주춤’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회공헌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기업도 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밀레는 지난해 9월 사회공헌 사업을 전담할 문화사업단을 신설, 밀레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회공헌의 기획 및 실행 과정을 총괄하게 했다. 밀레 관계자는 “지난해 신설한 기부 전용 멤버십 카드 ‘러브앤쉐어링 카드’를 통해 조성된 기부금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문화사업단을 신설했다”며 “청년 봉사단 활동이나 산악문화활동 장려, 예술 분야의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나눔 기업으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밀레의 이런 결정은 아웃도어 시장이 6조원 규모에 달하면서 아웃도어 브랜드의 사회공헌이 수익 대비 미미하다는 비판에 연이은 ‘리스크 관리’및 ‘경쟁력 확보’의 차원으로 보인다.

기업 사회공헌은 엔터테인먼트사에도 번지고 있다. 밴드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러브 FNC’라는 이름의 CSR팀을 신설했다. 팀에 소속된 CSR 담당자는 2명, 관련 경력자를 새로 채용했다. FNC 관계자는 “기업 설립 초기부터 문화사업으로 생긴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자는 원칙을 갖고 있었고, 기아대책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이미 학교도 두 채 지은 상태였다”며 “기존엔 다른 NGO와 함께했다면 이제는 더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팀을 신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역시 CSR 담당자 채용 과정이 진행 중에 있다. 연예기획사 업체 중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삼성, CJ E&M 등과 협력해 CSR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부산은행 등을 보유하고 있는 BS금융지주는 지주 사회공헌문화부 내에 경남, 울산 지역에 특화한 사회공헌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는 BS금융지주가 경남은행 인수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경남은행의 지역 환원이 무산된 데 따라 경남 지역 내 반발이 여전히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좋을 때나 힘들 때나 꾸준할 때 빛나는 ‘진정성’

경기 악화로 대부분의 대기업 사회공헌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에 발맞춰 기존 소비자보호센터를 ‘소비자보호본부’로 격상했다. 동시에 신한금융그룹과 연계한 체계적인 사회공헌 업무 추진을 위해 소비자보호본부 산하에 ‘따뜻한금융추진팀’을 신설했다. 기존에 브랜드전략팀에서 광고 업무와 함께 있었던 사회공헌을 별도의 팀으로 분리·신설한 것이다. 담당자 수도 3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신한카드 따뜻한금융팀 이준호 차장은 “따뜻한 금융에 사회공헌팀을 포함해 시너지를 내면서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팀을 신설한 것”이라며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경영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사회공헌이나 CSR 활동을 늘리라고 할 순 없지만, 기업이 필요할 때 외에 어려울 때에도 꾸준히 진행했을 때에 소비자들은 그 ‘진정성’을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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