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친구는 가족과 여행 간다는데… 나는 방학 때 집에 혼자 있어요

어린이 10명 중 3명 ‘나 홀로 아동’

어린이 10명 중 3명이 나 홀로 집에 있다. 우리나라 전체 초등학생 중 97만명이 하루 한 시간 넘게 돌봐주는 사람이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여성가족부·2011). 이는 전체 초등학생 328만명 중 30%에 육박하는 수치다. ‘나 홀로 아동’ 중 하루 3시간 이상 정기적으로 보호자 없이 집에 있는 아동은 47.7%(46만명)이며, 전체 아동의 3.7%(12만2351명)는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보호자 없이 지내는 완전 방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아동’의 심각한 실태는 아동 대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 문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나 홀로 아동’의 심각한 실태는 아동 대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 문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지난해 경남 통영의 김점덕 사건의 피해 아동인 한모(9)양은 등굣길에 성범죄 전과가 있던 동네 아저씨 트럭에 타면서 변고를 당했다. 이어 같은 해 전남 나주의 7살짜리 초등학생도 거실에서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아이의 아빠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엄마는 외출 중이었다. 두 아이 모두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 홀로 아동’이었다. 여성가족부가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지난해 신상 정보 공개 판결을 받은 1675명의 범죄 유형 등을 분석한 결과 성범죄 10건 가운데 4건이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장소로는 피해자나 범죄자의 집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34.5%로 가장 높았다. 결국 ‘나 홀로 아동’의 심각한 실태는 끔찍한 아동 대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집에 혼자 있는데 택배 아저씨가 왔다. 엄마는 이럴 때 ‘집에 어른 안 계세요’라고 말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기가 왠지 더 무서웠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척 숨죽여 가만히 있었다. 초인종이 울리면 항상 가슴이 두근두근 초조하다.”

태민(가명·9·남)이의 일기장 한 대목이다. 태민이와 같은 ‘나 홀로 아동’에겐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심리적인 울타리가 필요하다. 민지(가명·12·여)는 “친구는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고, 나는 같이 놀 친구도 가족도 없어 방학이 싫다”고 했다.

이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은 ‘나 홀로 아동’을 위해 지난해 14개 장난감도서관 및 10개의 어린이도서관, 23개 지역아동센터, 방과 후 교실 6개를 개소했다. 총 1만8000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안전망 속으로 다시 들어온 것이다. 송민영 어린이재단 마케팅본부 팀장은 “30%에 육박하는 나 홀로 아동에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엔 다양한 후원의 손길을 통해 따뜻한 온정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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