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나눔문화 배우려 지구 한 바퀴 돌았죠”

세계일주한 모금가 부부 이민구·구지연씨

1년 동안 전 세계 나눔 문화를 보고 온 이민구ㆍ구지윤씨 부부는 "한국의 기부 문화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정유진 기자
1년 동안 전 세계 나눔 문화를 보고 온 이민구ㆍ구지윤씨 부부는 “한국의 기부 문화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정유진 기자

1년 동안 세계 나눔문화 여행을 다녀온 모금 전문가(펀드레이저) 부부가 있다. 이민구(34·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공헌사업본부 대리)·구지윤(34·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박사)씨다. 200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태스크포스팀에서 함께 일한 이들은 50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탄생한 2011년 10월 결혼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고액 기부 토론하느라 둘 다 집에 못 들어가다보니, 빨리 결혼해서 밤새도록 기부·모금 이야기를 나누자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100번째 회원이 탄생하던 날, 이들은 한국을 떠났다.

태국에서 시작한 세계일주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5대륙에 걸쳐 이뤄졌다. 세계 기부지수 1위인 호주에선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관광열차를 만들어낸 호주 퍼핑빌리 마을,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채식카페 프랜차이즈도 방문했다. 공유 경제의 발상지인 브라질 아라첼리 마을도 찾아갔다. 이 마을에 입주한 기업들은 수익의 3분의 2를 지역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3분의 1을 기업에 재투자한다. 구지윤씨는 한국에 도입하고픈 기부 이벤트로 영국의 ‘산타런(Santa Run)’을 소개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2000여명의 영국 시민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런던 시내를 달립니다.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 펀드레이저가 돼서 정해진 트랙을 완주하는 조건으로 지인들로부터 기부를 받아요. 산타 옷엔 기부금을 전달할 단체나 대상을 새겨넣고요. 산타런 거리엔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들의 홍보 부스가 빼곡하게 들어 있고 이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셀 수 없이 많아요. 나눔 축전인 거죠.”

이민구씨는 터키에서 체험한 이슬람 나눔 문화를 언급했다. “15억명의 이슬람 신자들은 일출 후 일몰까지 한 달간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을 철저히 지킵니다. 알고 보니 금식을 통해 배고픈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서로 돕는 나눔 정신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밤이면 주민들은 마을 거리에 식탁을 설치하고, 배고픈 사람들이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직접 만든 음식을 차립니다. 아이들은 고기, 과자 등을 포장해서 형편이 어려운 친구 집 앞에 둡니다.”

숙박은 공유 경제로 해결했다. 여행자들끼리 무료로 숙소를 번갈아 품앗이하는 ‘카우치서핑’을 활용한 것이다.(온라인과 SNS로 운영되는 카우치서핑은 세계 10만여 도시에 약 600만명 회원이 이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여행 전 6개월 동안 신혼집을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개방했다. 세계 나눔 일주를 위해 5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이 부부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배움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로빈후드재단이 40~50대 벤처자산가를 겨냥한 모금으로 성장률 1위를 기록했듯이, 한국도 아너소사이어티 이후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여행 기록을 모아 아동들에게 전 세계 나눔 문화를 알리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경험한 나눔 교육은 그 나라의 향후 기부 문화를 결정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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