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시카 린들 유니티 소셜임팩트 부사장
“자동차, 건축, 조선 등 어떤 산업군에 속한 비즈니스라도 가상 도구(virtual tools)를 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에 기존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구축하고 이를 강화하거나 개선하는 방식으로 낭비를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죠. ESG 경영에 ‘메타버스(metaverse)’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시간 3D 개발 플랫폼 기업 ‘유니티’의 제시카 린들(Jessica Lindl) 소셜임팩트 부사장은 가상세계를 통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유니티는 게임 엔진 개발사에서 실시간 3D 개발 플랫폼 기업으로, 최근에는 메타버스 선도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유니티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직후 주식 75만주를 출연해 ‘유니티 채리터블 펀드’를 조성하고, 사회공헌 전담 부서인 ‘소셜임팩트’를 출범했다.
최근 더나은미래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린들 부사장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반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지난해 기업공개(IPO) 당시 소셜임팩트 전략 지원에 필요한 재정과 인력을 별도로 확보해뒀다”면서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더 많이, 더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소셜임팩트는 교육·경제적 기회, 지속 가능성, 디지털 헬스·웰빙 등 세 가지 분야에 집중한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핵심 테마는 ‘포괄적 스토리텔링(Inclusive Storytelling)’이다. 지난 2018년부터 진행 중인 공모전 ‘유니티 포 휴머니티(Unity For Humanity)’를 통해 포용성과 다양성이 잘 표현된 콘텐츠를 우수작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기술적 지원과 멘토링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수상작 중 하나인 ‘사무드라(Samudra)’는 일러스트로 제작한 2D 퍼즐 게임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염된 바다를 탐험하는 어린이의 모험을 따라가는 내용인데, 바닷속 생물들을 만나 바다를 오염시킨 ‘물 위 서식자들(surface-dweller)’이 벌인 행위에 관한 진실을 밝히게 됩니다. 대화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언어적 한계에 국한되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환경단체와 함께 2025년까지 자국 내 플라스틱 사용량을 70% 줄이는 것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회문제를 담은 메타버스 콘텐츠들이 유니티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가상현실(VR)에서 복식호흡으로 불안과 우울함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딥 VR(Deep VR)’,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집과 도시를 재건할 수 있게 하는 VR 인터랙티브 콘텐츠 ‘퓨처 알레포(Future Aleppo)’, 미국의 주거 시스템에 내재된 불평등을 드러내는 게임 ‘다츠 홈(Dot’s Home)’ 등이 대표적이다.
“남아프리카의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업인 ‘주타리(Zutari)’는 유니티의 실시간 3D 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대규모 태양 광전 변환 공학(solar photovoltaics) 프로젝트를 가상세계에 구현하면서 설계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시행착오를 미리 제거하고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어요. 편안한 일상생활에 알맞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래의 인프라와 건물을 새롭게 구상하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 구축한 스마트 시티가 현실에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타버스가 구현할 수 있는 소셜임팩트죠.”
린들 부사장은 2017년 유니티 합류 이전에 여러 글로벌 NPO에서 일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코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담당했고, 인도에서 NPO 활동을 할 때는 소외 계층 청소년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쉽고 간단한 학습법을 설계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는 “교육 분야에서도 가상세계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가상세계 플랫폼이 지닌 역량과 적용 범위에 대한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2020년 2월, 출장길에 존 리치텔로(John Riccitiello) 유니티 CEO 옆자리에 앉아 3D기술로 사회적 변화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을 마쳤어요. 그런데 팬데믹이 벌어지면서 ‘조만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당장 시작해야 할 일’로 바뀌게 됐습니다. 불과 1년 만에 메타버스는 일상에 스며들고 있어요. 메타버스의 대중화는 세계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토대가 될 겁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