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임팩트투자 1세대가 내다본 향후 10년, ‘기후테크’에 주목하라

[인터뷰] 창립 10주년 맞은 임팩트투자사 ‘D3’

국내에 임팩트투자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지난 2011년. 임팩트투자를 제1의 사업 목적으로 정관에 명시한 최초의 투자사가 설립됐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이하 D3)’는 국내 임팩트투자의 지평을 연 ‘개척자’ 같은 존재다. 창업 초기 국내 투자자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셜벤처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고, 국내 소셜벤처들을 발굴하며 10년째 재무적 수익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D3의 주축인 이덕준, 윤훈섭, 임성훈 등 세 파트너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이덕준 대표는 “벤처캐피털이 혁신에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면 임팩트투자사는 그 혁신이 인간을 포함한 자연 생태계 전반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한다”고 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는 국내 임팩트투자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왼쪽부터) 임성훈, 이덕준, 윤훈섭 파트너는 “임팩트투자는 이제 거대한 바다를 만났다”라며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본류의 가치를 지키면서 투자시장에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임팩트투자 10년, 변방에서 주류로

―임팩트투자 불모지던 한국에서 10년을 버텼다.

이덕준=지난 10년간 임팩트투자 생태계 전체가 발전했다. 그간 임팩트투자를 표방하는 투자사도 속속 등장했고, 사회 혁신 스타트업도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일반 투자자나 금융업계에서도 임팩트투자에 자금을 투입하는 사실이 가장 큰 변화다. D3는 사회 혁신 분야의 여러 개척자 중 하나일 뿐이다.

―사회 혁신에 투자한다는 개념이 조금 어렵게 들린다.

이덕준=혁신은 사회를 바꾼다. 임팩트투자사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혁신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한 가지 예로 ‘토도웍스’는 아동 전용 휠체어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제품 우수성을 해외에서 인정받아 조만간 수출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안다. 장애인의 불편함은 별안간 발생한 사회 이슈가 아니다. 전 세계 자본이 모빌리티 산업에 몰리는 중에도 장애인의 모빌리티에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던 거다. 토도웍스는 휠체어 동력 보조 장치를 수동 휠체어에 부착해 아이들도 쉽게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게 바로 사회 혁신이다.

―가치 있는 투자라도 관건은 수익 아닌가.

윤훈섭=임팩트투자의 수익이 낮다는 인식은 많이 해소됐다. 글로벌 자금은 이미 많이 움직였고, 국내에서도 주류 금융권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익률을 따져보면 웬만한 벤처펀드 못잖다. 창업 초기인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D3클린테크’라는 엔젤투자기구를 만들었다. 당시 조성한 펀드의 성적을 평가해보니 멀티플이 4배 정도 나온다.

―돈이 된다는 얘긴가?

이덕준=가치 지향적인 투자라고 해도 리턴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자본이 다시 들어온다. D3도 지난 10년간 ‘과연 이게 가능한가’하면서 실험해본 거다. 투자를 본격 회수하려면 2~3년 정도 남았지만, 일부 회수된 자금의 수익률을 보면 꽤 좋은 편이다.

―기후변화 이슈와 맞물리면서 급부상한 건 아닌가?

윤훈섭=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임팩트투자사 ‘DBL파트너스’는 10여 년 전부터 사회문제 해결에 투자해왔다.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와 태양 에너지 기업 ‘솔라시티’의 초기 투자자가 바로 DBL이다. 10년 전만 해도 투자업계에서 꺼리던 분야였는데 그 가치를 미리 알아본 거다. 기후변화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혁신이 일어나려면 R&D가 이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한데, 임팩트투자가 역할을 했다.

임팩트투자는 ESG투자법 중 하나

―최근 화제인 ESG투자와 임팩트투자는 어떻게 다른가.

임성훈=작년 가을부터 ESG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는데 이게 갑자기 나온 건 아니다. UN이 발표한 책임 투자 원칙에 따른 ESG투자법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후변화 등 지속 가능성 테마 투자, 임팩트투자 등 총 7가지다. 이 가운데 임팩트투자는 가장 액티브한 ESG투자 방법론 중 하나다.

―임팩트투자가 ESG 기준을 품고 있다는 말인가?

임성훈=맞는다. 임팩트투자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ESG매니징’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도 ESG 기준을 따라가기 급급하지 않은가. 그 기준을 벤처기업들에 기계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다. 회사가 감당할 역량이 안 된다.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기업이 성장했을 때 지금 큰 기업들처럼 부침을 겪는다.

―한 단계 진화된 투자 기법으로 이해해도 되나?

이덕준=임팩트투자는 자산 운용의 한 렌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내 자본이라는 모습으로 보일 뿐 본질은 임팩트 관점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거다. 그러니까 모든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자산이라면?

윤훈섭=글로벌 임팩트투자 기준으로는 주식은 물론 채권, 부동산에도 집행한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임팩트투자?

이덕준=이를테면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거다. 국내에서 부동산 관련 임팩트투자 기업이라고 하면 ‘더함’ ‘로컬스티치’ ‘RTBP’ ‘만인의꿈’까지 4총사를 꼽는다. 더함은 아파트형 마을 공동체를 조성하고, 로컬스티치는 상업 건물을 활용한 업무형 주거 공간을 창출한다. 부산 영도의 지방 소멸 문제를 다루는 RTBP, 주거난 해결을 위한 셰어하우스 운영사 만인의꿈도 마찬가지다.

‘기후 테크’ 향후 10년의 투자 키워드

―최근 떠오르는 트렌드는 뭔가.

임성훈=작년에는 임팩트를 측정해 수치화하는 데 고민했다면, 올해는 벤처기업에 맞는 ESG경영이 화두다. 사내에 ESG위원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작동이 되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특히 초기 투자 기업들은 성과 내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ESG경영이 투자 운용 전략과 잘 맞물려 도입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ESG와 임팩트의 균형인가.

이덕준=과거 업계에 돌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수익을 만들 수 있나’라는 질문은 ‘운용 전략을 잘 수립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로 결론났다. 이제는 그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한다. 바로 ‘투자의 목적이 무엇인가’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어떤 임팩트투자자는 원금만 보장되면 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주거 문제 해결과 같은 특정 분야에 투자하길 원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이덕준=환경이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자자는 20년 전에도 있었다. 최근 전기차나 태양광이 뜨는데, 2005년쯤 미국에서도 ‘클린테크’라는 이름으로 투자 붐이 일었다. VC들이 달려들어 투자했는데, 기업들 실적이 안 나오는 거다. 망하는 기업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속된 말로 돈을 꼬라박았다. 그때의 경험이 임팩트투자의 확산을 더디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0년의 성과 중 가장 크다고 생각한 건 뭔가.

윤훈섭=우리 사회에 필요한 혁신은 뭔지 함께 고민하는 팀 구성원이다. 최근에는 해외 자본 시장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가 잇따라 합류했다.

이덕준=임팩트투자라는 관점을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게 가장 크다. 앞서 말했지만 호흡 맞는 팀을 구성했다는 점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을 전망해본다면.

이덕준=돈만 좇는 사람들은 들어왔다가도 금방 나가지만, 투자의 가치를 믿어주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투자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임팩트투자가 흐름을 이젠 한 단계 도약하게 됐다. 앞으로는 ‘기후 테크’라는 거대한 키워드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질 거다. 여기에도 세부적으로 ‘D3’가 있다. 먼저 탈탄소를 뜻하는 ‘decarbonization’, 둘째는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digital tech’, 마지막으로 에너지의 탈중앙화로 상징되는 ‘decentralization’이다. 이처럼 부(富)를 만드는 메커니즘이 바뀌고 있다. 아니, 이미 시작됐을지 모른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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