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기부는 특별한 것? 그저 ‘일상’이죠

‘굿머니’ 저자 김효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부장

김효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략기획본부장은 “기부를 영어로 ‘Gift(선물)’라고 표현하듯, 기부는 받는 사람만큼이나 주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이소노미아 제공

모금가의 고민과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 ‘굿머니’(이소노미아)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인 김효진씨는 법정 모금·배분기관인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23년간 근무하며 모금사업본부장과 자원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기존 모금 관련 서적은 ‘기부자의 미담’을 그리거나 ‘모금 방법론’을 소개하는 책이 대부분”이라면서 “물밑에서 고군분투하는 모금가들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저자를 모금가로 성장시킨 다양한 사건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 초보 모금가의 실수담부터 기부자들과의 잊지 못할 만남, 거액의 모금을 달성한 이야기도 펼쳐진다. 2013년 30억원을 기부한 ‘삿포로 할아버지’와의 일화도 눈길을 끈다.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재일 교포의 등장에 마음이 급했던 것 같아요. 팩스를 주고받으며 소통을 하다가 갑자기 ‘후레자식’이라고 욕을 하시면서 기부받고 싶으면 통역 없이 혼자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모금을 성사시키겠다는 마음만 앞서 계속 돈 이야기만 한 게 할아버지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던 거죠. 기부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왜 기부를 하려고 하는지 듣게 됐어요. 돈에 집중하지 말고 기부자의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사건이었죠.”

아너스클럽, 기부자맞춤기금, 나눔리더, 나눔명문기업 등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다양한 기부 사업을 추진한 경험도 담겼다. 그는 “모금가는 ‘받는 기술’이 아니라 ‘주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기부자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는 대가 없이 순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기부하는 사람은 1%도 안 됩니다. 기부하는 사람을 흔히 ‘천사’라고 부르지만 사실 기부는 천상의 영역이 아니라 생활의 영역이에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아 연말정산할 때 쓰잖아요. 기부가 생활의 일부이고 소비의 일부라는 얘기죠.”

‘돈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굿머니’가 될 수도 있고 ‘배드머니’가 될 수도 있다. 기부자의 굿머니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모금가들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한 번쯤 해볼 만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밥 먹고 영화 보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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