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편견 입양 교육
“엄마가 학교 와서 입양 교육 좀 해주면 안돼?”
지난 11월 중순 희은(9·초등2)양은 울면서 엄마인 김경아(43·서울 서대문구)씨에게 부탁했다. 희은양은 생후 한 달 만에 김씨의 가족이 된 입양아다. 사연을 들어보니, 희은양이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이 입양됐다’는 비밀을 털어놓았는데 이후 사이가 나빠지면서 그 친구가 반 아이들에게 희은양의 비밀을 하나 둘 퍼뜨렸다는 것이다. 엄마인 김씨는 올 초부터 전국 초·중·고교를 돌면서 ‘반편견 입양 교육’을 하는 강사다.
“괜히 너무 많은 사람이 자기의 입양 사실을 아는 게 부담스럽다며 자기 학교에는 오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어차피 친구가 다 소문내고 다닐 테니까, 친구들에게 제대로 입양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지난 16일 김씨는 희은양의 교실 문을 열었다.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족이 되기도 하지만, 낳아준 부모와 살 수 없게 된 아이를 입양함으로써 가족이 되는 방법도 있다는 설명에 반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내내 긴장한 희은양은 수업 말미에 가족 사진을 보여주자, 다른 친구들처럼 깔깔대며 웃었다.
“입양이 비밀스러운 것도 아니고, 잘못도 아니고, 약점도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입양 교육 이후 친구들은 희은이에게 입양에 대해 솔직하게 물어보고, 더 이상 약점으로 삼아 따돌리는 일이 없어졌대요. 희은이는 쾌재를 부르고 있어요(웃음).”
김씨는 딸만 셋인 ‘딸부자’다. 위로 열아홉, 열세 살인 두 친생자를 둔 김씨 부부는 9년 전 희은양을 입양했다. 5년 동안의 미국 생활에서 만난 한국 입양아와 그 가족을 만나면서, 시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직접 희은양을 입양해 키우면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을 접했고,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한국입양홍보회의 ‘반편견 입양 교육’ 강사 자격증을 취득, 올 초부터 매달 20회가 넘는 현장 교육을 하고 있다.
“TV 드라마나 언론에 입양이나 입양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부각될 때마다 안타까웠어요. 아이들에게 얼굴색이 다르거나, 직업이 다르거나, 남녀 성별이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 이야기를 물어봐요. 그리고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야기하죠. 입양에도 편견이 있어요. 아이들한테 ‘입양’에 대해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고아’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부정적인 편견이 많다는 뜻이죠. 다행히 KBS주말연속극 ‘넝굴째 굴러온 당신’ 드라마 덕분에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생겨났어요. 입양 가족도 일반적인 가족과 똑같은 울고 웃는 가족임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입양홍보회는 실제 입양 부모로 구성된 입양 교육 전문 강사들을 각 학교로 파견,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03년 한국입양홍보회가 자체적으로 과천 지역 3곳의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이후, 2005년 과천 시내 초·중·고교로 확대됐고, 2012년 현재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총 86개교, 407학급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대학생을 대상으로 376회, 1만8690명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문의:(사)한국입양홍보회 02-503-8301~2, www.mpa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