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우선 문제 상황을 간결한 문장으로 만들어봅시다.”
지난달 24일 충북 괴산 이화여대 고사리 수련관 강당. 이화여대 사회적경제리더과정 학생 53명은 이날 특별 강연자로 나선 임세은 유쓰망고 부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임 부대표가 “주어와 서술어, 또는 주어·목적어·서술어로만 문제 상황을 써보라”고 하자 학생들은 문장의 곁가지를 걷어내고 다시 써내려갔다. 그제서야 ‘도시는 덥다’ ‘마을이 안전하지 않다’ ‘청소년이 시간을 채우기 위한 봉사를 한다’ 등의 문제 상황을 만날 수 있었다.
이화여대는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사회적경제리더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셜 랩(Social Lab) 프로젝트 해커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화여대는 올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학부생 대상 비학위 ‘사회적경제리더과정’ 운영 대학으로 선정돼 지난 3월부터 수업을 열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매주 1회 ‘사회적경제의 이해’ ‘지역사회와 사회적경제’ 등 사회적경제 관련 강의를 듣고 관심 주제별로 팀을 꾸려 직접 사회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소셜 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해커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소셜 랩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강생들은 ▲문제 상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상황 분석을 위한 질문 만들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 모색하기 등의 활동을 하며 문제 정의에 집중했다.
학생들은 ‘왜 성매매가 일어날까?’ ‘왜 영화관의 좌석은 획일적으로 배치돼 있을까?’ ‘왜 고령 운전자 사고율이 증가할까?’ 등의 질문을 통해 팀별로 설정한 문제의식을 다시 점검했다. 사회적경제리더과정을 총괄하는 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해커톤의 목표는 해결책 찾기가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소셜 랩 프로젝트 멘토를 맡은 유다은 건축학부 교수는 “20대 대학생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놓치게 되는 점들이 있다”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나 단어의 정의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에서 고찰해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은연중에 작용하는 ‘가정(assumption)의 프레임’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누구나 해결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문제인지를 객관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학생들은 이번 해커톤이 소셜 랩 프로젝트의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박태랑(숭실대 경제학과 2)씨는 “성매매 피해 여성의 탈 성매매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가치들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낙후지역 청소년의 문화 소외 문제를 다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하은(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씨는 “본격적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앞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사회적경제리더과정 학생들은 이번 해커톤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9월 시작되는 2학기에는 문제 해결책 찾기에 집중해 소셜 랩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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