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문화 체험하며 생생한 교육 아이들 얼굴에 긍정이 꽃핀다

두산 ‘시간여행자’ 캠프

“38년 동안 75만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한 건 10장 정도예요. 실패할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다시 찍고,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이 사진입니다.”

김중만 사진작가의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너도나도 앞으로 우르르 나왔다. 유명 작가를 렌즈에 담으려고 앉았다 일어섰다, 구도를 잡는 폼이 제법 프로 같다. ‘찰칵,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에는 진지함마저 묻어났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서 ‘시간여행자’ 캠프가 열렸다. 이번 캠프는 티셔츠 만들기 콘테스트, 사물놀이패 ‘유희’에게 배우는 국악, 난지 노을공원 에코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지난 2일부터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서 2박 3일간 열린 ‘시간여행자’ 캠프에 사진작가 김중만(왼쪽)씨와 무용가 안은미(오른쪽)씨가 청소년들의 일일멘토로 활동했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공
지난 2일부터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서 2박 3일간 열린 ‘시간여행자’ 캠프에 사진작가 김중만(왼쪽)씨와 무용가 안은미(오른쪽)씨가 청소년들의 일일멘토로 활동했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공

‘시간여행자’는 ㈜두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 만드는 청소년 정서 지원 프로그램으로, 60여명의 저소득층 및 일반 청소년에게 사진을 매개로 역사와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8월 발대식을 시작으로 매주 금, 토요일에 역사수업과 사진수업이 진행됐다. ㈜두산 사회공헌팀 이나영 과장은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의 슬로건처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생생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3개월째,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은지(16·성심여고1)양은 “중3 때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이번 기회에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이번에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는 꿈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사진 선생님 권창수(43)씨도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고 평가했다. “굉장히 폐쇄적이고 다가가기 힘든 아이가 있었어요. 점차 사진을 통해서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번 캠프에서 고개를 돌리다가 그 아이를 우연히 봤는데, 웃는 게 그렇게 예쁜지 처음 알았답니다.”

3일 오후에는 특별히 사진작가 김중만씨가 순서를 맡아 청소년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눈이 덮여 있던 앙상한 나뭇가지 사진이 화려한 벚꽃으로 변할 때 정말 멋졌어요!” 최형준(15·환일중3)군은 김중만 사진작가의 강의에서 보여준 작품 중 인상 깊은 사진을 설명하며 눈을 반짝였다. 선민우(16·용산공고1)군도 “이런 프로그램이 또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뒤이어 빡빡머리에 꽃모자, 빨간트레이닝복, 꽃무늬 레깅스를 입은 무용가 안은미씨가 등장하자 청소년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요즘 예민하고 막 우울하고 그러지? 성장하고 있다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변해가는 거야. 이때는 많이 뛰고 움직여야, 뼈도 튼튼해지고 정신도 건강해져.”

안은미 선생님의 말에 60여명의 학생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록달록한 몸뻬바지를 입은 안은미 무용단이 비보잉 댄스를 선보이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무용가 안은미씨는 “요즘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야말로 좋은 교육”이라고 프로그램의 의미를 설명했다. 최고의 인기 순서는 단연 춤추는 시간. 학생들은 무용단 언니, 오빠, 형, 누나에게 최신음악에 맞춰 한국무용을 배웠다. 2시간을 쉴 새 없이 움직인 학생들의 얼굴엔 신기하게도 에너지가 넘쳐났다. 수줍어하던 정호연(14·금호여중2)양도 환한 표정으로 소감을 말했다.

“이런 경험 처음이에요. 학교 수련회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랑 차원이 달라요. 완전 신나고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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