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난민에 대한 편견 거두고… 법·질서 교육해 바른 정착 도와야”

정연주 희망의마을센터 센터장 인터뷰

21일 만난 정연주 센터장은 “인정하기 싫어도 이미 국내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살아가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제주도에서 지내던 예멘 난민 신청자 23명이 출도(出島) 허가를 받았다. 국내 난민법에 따라 원하는 지역에서 지낼 수 있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것. 언론은 이른바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로 이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SNS도 뜨거웠다. “국내 난민은 모두 돈을 벌러 온 가짜 난민” “이슬람 난민이 범죄를 저지르고 종교를 퍼뜨릴 것” 등의 루머가 확산되면서, 중동권 국가에 생소한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

난민은 정말 두려움의 대상일까. 2013년부터 서울 동대문 인근에서 이슬람 국가 출신 난민과 이주민을 만나 온 정연주(50) 희망의마을센터장은 “난민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며 “낯설지만 서로 이해한다면 얼마든지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집트·튀니지 등 중동권 국가에서 30년간 선교사로 일했던 그는 뜻이 맞는 의사 2명과 함께 의료 지원부터 통역 지원, 한국어·아랍어 교육 등 국내 난민들의 생활 전반을 돕고 있다.

“난민은 언제든 자기들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해요.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내전이나 군대 징집 등 외적 요건 때문에 고향을 떠났으니까요. 죽음을 피해서 온 셈이죠. 물과 전기, 가스도 없던 상황에서 한국에 오니까 그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격스럽다고들 합니다. 이런 진짜 난민들은 제대로 구별해서 바라봐 줘야죠.”

정연주 센터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난민’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진짜 난민과 가짜 난민은 확연히 다르지만 겉으로 봐선 구분하기 어렵고, 분별할 수 있는 전문가도 많지 않다.

“진짜 난민들은 힘들게 얻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집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자녀들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여러 번 집을 옮길 정도로 공부도 열심히 시킵니다. 하지만 이집트나 파키스탄, 모로코 등에서 돈을 벌러 온 가짜 난민 때문에 정작 필요한 혜택을 못 받는 이들이 많죠. 장한평 인근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리비아 등에서 온 아랍 난민과 이주민이 모여 살고 있어요. 이들은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고, 실제 그런 사례도 별로 없어요.”

서울 장한평 ‘희망의마을센터’에서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는 정연주 센터장.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난민에 대한 두려움에는 언론에 보도되는 난민이 연루된 범죄나 사건·사고 소식도 한몫한다. 정연주 센터장은 이를 두고 “난민들에게 한국 사회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주어지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기초적인 법과 질서를 알려주는 교육이나 멘토링을 해주면 난민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중동권 국가 난민들이 모두 ‘강성 이슬람’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정연주 센터장은 “미국 9·11 테러와 IS의 활동 등을 보면서 종교에 반감을 가지는 아랍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역시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내전 상황이 길어지면서는 아예 종교를 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히려 개인의 종교가 취미나 취향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한국행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센터에 처음 오면 ‘기도할 공간을 마련해달라’며 큰소리를 내는 난민들도 있어요. 이런 모습도 ‘타 종교 앞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더 많이 표현하라’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것일 뿐, 한국에서 그런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나면 기도도 잘 안 해요(웃음). 종교 때문에 집도 잃고 가족도 잃은 사람들이라, 이전처럼 종교에 얽매이고 싶어하지도 않고요.”

정연주 센터장은 튀니지에서 16년, 이집트에서 11년을 살면서 현지의 장애 아동을 돕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슬람 사람들만 있는 낯선 나라에서 그들은 저를 사람 대 사람으로 진심으로 아끼고 보호해줬다”면서 “이들이 우리나라에 찾아오는데 어떻게 돕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난민과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려면 희망의마을센터와 같은 민간 단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난민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멘토링하고 사회로 인도할 수 있는 단체나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해요. 난민, 유학생,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민자는 특징이 모두 다르니, 정부가 민간 단체와 협업해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면 좋겠습니다.”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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