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컨퍼런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통상적으로 기업의 본질적 목표인 ‘이윤 창출’에 반하는 활동이라 여겨져왔다. 윤리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성장을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CSR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주주들의 의지에 반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용기있는 CEO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열린 ‘2017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DJSI) 컨퍼런스’에서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업 사회공헌의 미래(Next era:Retooling for Changes in the Sustainability Landscape)’라는 제목으로,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대한 미래 가치로서 대두되는 환경에서 기업들이 이뤄내야 할 변화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현재 경영방식을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들로 구성됐다. 1부인 지속가능성 워크숍은 DJSI 지수 편입기업의 CSR 담당자들에게만 비공개로 진행됐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참여하는 순환적 모델 구축이 핵심’
이날 첫 번째 기조연설로 나선 이는 네덜란드 통신기업 KPN의 지속가능경영총괄 브리짓 스프렌버그(Brechtje Spoorenberg)였다. 그는 KPN이 이뤄낸 사회혁신 프로그램 여러 개를 소개했다. 이중 하나는 독거노인들의 고독을 해결하기 위한 실버 라인(Silver Line) 프로젝트.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파이니스트 컨택 재단(Finest Contact Foundation)을 통해 문화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미술관의 모든 작품을 디지털화해 집에서도 관람이 가능하게 하는 등, 회사가 보유한 통신기술을 삶의 질 향상에 접목시킨 프로젝트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
올해 DJSI 지수 통신 부문에서 업계 선두주자로 선정된 KPN은 ‘사람들의 삶을 연결함으로써 더 많은 편리함과 자유, 그리고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매년 CSR에 관한 통합보고서(Integrated Report)를 낸다. 이를 통해 단기, 중기, 장기 목표와 전략, 가치와 환경보호, 평등, 사회공헌 부문에서의 기업 성과를 상세하게 보고하고 있다. CSR 보고서를 분리해서 발행하지 않고 기업성과보고서와 융합시켜 하나의 발행물로 발간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경영의 전략에 지속가능성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반영한다.
브리짓 스프렌버그 총괄은 “KPN의 경영전략은 이해관계자 접근(stakeholder approach)”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란 소매업자나 다른 기업들, 투자자 뿐만이 아니라 직원, 정부, 공동체, 소비자, 협력업체 등 경영의 모든 프로세스에 얽혀 있는 대상을 일컫는다. 브리짓 총괄은 “KPN의 기업보고서에는 여성고용율, 전년도 대비 에너지 효율성 증가율 등 내부평가지수 뿐만 아니라 KPN 고객들의 에너지 절약율, 퇴사한 직원들의 1년 내 재취업률, 모바일 기기에서 KPN 개인정보동의서가 시각·청각 장애인들에게 제공되고 있는지, 전체 밸류 체인(value chain)에서 CO2 배출량 감소율 등 다각적인 평가지수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순환적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CSR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있는 KPN의 공급망에 똑같은 지침을 내리고, 제품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까지 변화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추구하며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CSR은 꼭 해야 하는 것
2부에서 내내 강조되었던 슬로건은 CSR과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꼭 해야하는 것(a must do, no longer nice to do)’이었다. 2부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최고경영자를 위한 CSR 포럼 CECP(Committee Encouraging Corporate Philanthropy)’의 리서치 책임자 팀 요우스만은 “윤리와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이윤창출 목표와 역전관계에 있지 않음을 경영자들이 깨달을 때가 왔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속가능성이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의 촉진제로 떠오르고 있고, 경영전략을 바꾸지 못하면 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이미 도착했다는 것이다.
CECP의 슬로건은 몇 년 전, ‘CEO, 선을 위한 힘(Force for Good)’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기업의 CSR 전략이 기부나 자선사업같은 단순한 박애주의(philanthropy)에서 벗어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기업 전략과의 융합으로 나아가겠다는 새로운 방향성의 제시다.
요우스만은 이어 “CEO들은 경영을 잘 했기 때문에 승진했지, CSR 전문가였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니다”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은 사실 CSR의 언어가 CEO의 언어에 제대로 융합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CEP들이 지속가능 경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지속가능성과 투자이익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통계 등을 발표하며, 이러한 실질적인 증거를 경영 전략 수립의 지표로 삼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CSR 전문가들의 역할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
이날 컨퍼런스는 2017년도 DJSI 지수에 편입된 기업을 축하하는 시상식으로 마무리됐다. DJSI는 S&P 다우존스 지수(Dow
Jones Indices)와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업인 로베콤샘(RobecoSAM)사가 개발한 기법으로, 기업의 가치평가에 경제적
실적 외에 환경, 사회적 요소들을 포함하는 방법이다. DJSI 지수는 전 세계 시가총액 기준 상위 2500대 기업을 평가하는 DJSI 월드(World), 아시아 지역 상위 600대 기업을 평가하는 DJSI 아시아퍼시픽(Asia-Pacific), 국내 상위 200대 기업을 평가하는 DJSI 코리아(Korea)가 있다. DJSI 코리아는 한국생산성본부와 함께 운영된다.
전 세계 유일하게 국가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는 DJSI 지수이다. 올해도 다수의 기업들이 DJSI 지수에 편입됐다. 8년 연속 월드지수에 기업은 에쓰오일(S-Oil), 삼성증권 등이었고, 5년 연속 월드지수에 편입된 DB 손해보험 등이었다. KB금융그룹은 올해 두 번째로 월드지수에 편입됐다. 그 외에도 신한금융그룹, BNK 금융그룹, 삼성생명보험, DGB 금융그룹, 강원랜드, 한전 KPS 등이 최우수경영부문에서 시상했고 지속가능경영 부문에서 두산 HI, 두한 인프라코어, 삼성물산, 삼성해상, 삼성전기 등 수많은 기업들이 무대에 올랐다. 총 DJSI 월드 지수에 23개 기업, DJSI 아시아퍼시픽 지수에 39개 기업, DJSI 코리아 지수에 45개 기업이 편입됐다. 주최측은 이 같은 지수 발표 취지에 대해 “편입된 기업과 함께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홍라운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