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활용 시스템
빗물 저장탱크 설치하면 홍수·침수 대비에 용이
에너지 절약에도 효과적
빗물탱크 설치한 아파트 月 수도요금 평균 200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빗물로 만든 주스도 팔아
지난해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기록적인 기상재해가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염이 증가할 가능성은 전 세계 지역별로 90~100%에 달하고, 20년에 한 번 발생했던 기록적인 폭우도 최고 5년에 한 번 발생하게 된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50년까지 기온이 3.2도 상승하고, 강수량이 15.6%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기후변화에 발맞춰 보다 효과적인 물관리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로 이뤄지는 집중형 물관리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분산형 물관리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별로 강수패턴 및 강도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이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빗물’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효과적인 물관리를 위해서는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저류 및 침투 시설을 전국적으로 분산해야 한다. 빗물을 활용하면 이러한 분산이 가능해진다. 작게는 집집마다 빗물저금통을, 크게는 각 지역 단위로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한다면 도시침수, 홍수 등의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빗물이용은 에너지 절약에도 효과적이다. 수자원을 확보할 때 물 1t당 필요한 에너지를 살펴보면,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할 경우 약 1.2KWh, 광역상수도가 약 0.24KWh(공급 길이 15km 기준)가 든다. 반면 빗물탱크나 저장소를 활용하면 약 0.0012KWh의 에너지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빗물탱크를 지하에 설치한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단지 ‘스타시티’ 주민들은 한 달 평균 200원 이하의 수도 요금을 내고 있다.
일 년간 우리나라에 내리는 빗물의 양은 무려 1276억t, 그 중 우리가 사용하는 빗물은 불과 331억t에 불과하다. 한국의 물 부족량이 30억t임을 감안하면, 자원절약과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빗물 활용이 필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해외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빗물을 새로운 수자원으로 재조명하고, 이를 식수 및 친환경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1990년 ‘우수세’를 도입해, 개발업자가 빗물 배출 하수도 요금을 감면받기 위해서는 빗물 저류 및 침투시설과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지난해 6월, ‘물의재이용촉진및지원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발표해 빗물이용시설 설치의무를 공공업무시설 및 공공기관으로 확대한 바 있다. 또한 국내 13개 지역 총 51개의 시·군에서 ‘빗물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빗물 활용 기반을 조성하고 있는 단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빗물 시설을 양적으로 늘리기보다는 빗물 이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빗물박사’ 무라세 마코토씨는 “빗물에 대한 편견을 깨는 교육과 홍보가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빗물(ph5.6)은 우리가 자주 마시는 요구르트(ph3.4)나 자주 사용하는 샴푸(ph3.5)보다도 산성도가 낮습니다. 빗물이 깨끗하고 소중한 자원임을 특히 아동들에게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무영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경상남도 고성군에서 주최하는 2012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주목했다. 2006년·2009년 두 번에 걸쳐 공룡 엑스포를 개최한 고성군은 오는 3월,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규모 빗물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총 117억원의 사업예산 중 25억원을 엑스포 내 빗물 순환 시스템 구축에 투자한다. 행사장 내에서 사용하는 상수도의 63.9%를 빗물로 대체해 물 자립형 관광기반을 구축하고, 빗물 폭포ㆍ빗물 수영장ㆍ빗물 음수대 등 빗물을 이용한 시설로 빗물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깨는 것이 목표다. 인구 6만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서 미래 환경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 11월 고성군을 찾은 IWA(국제물학회) 펠로 브리타(Brita Forssberg)씨 역시 고성엑스포가 가져올 교육적 효과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룡과 빗물을 접목한 테마파크는 세계 최초입니다. 이곳을 다녀간 많은 아이들이 사라져버린 공룡을 떠올리면서, 빗물에 친근감을 가지고 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겠죠. 오는 5월에 제3회 국제빗물콘퍼런스가 고성엑스포에서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전 세계 빗물 관계자들이 이곳에서 빗물 교육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빗물로 만들어진 ‘Cloud Juice(구름주스)’를 판매하는 오스트레일리아처럼, 비즈니스석에는 빗물생수를, 이코노미석에는 일반생수를 제공하는 호주 콴타스 항공사처럼, 우리나라도 빗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보다 효율적인 빗물 활용 시스템이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
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