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우리나라에 비영리단체가 얼마나 있나요?” “NGO가 뭐예요?”…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사단법인 ‘시민’ 청소년 위한 NGO 가이드북 인기 

집필진 위정희 시민 이사 인터뷰

“우리나라에 비영리 단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사단법인시민이사이자 나눔국민운동본부 나눔교육센터장인 위정희(50) 이사가 청소년 나눔 교육을 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위정희 이사는 “그동안 전국 곳곳 수십 차례 나눔 교육을 하러 다녔지만 1만개(2016년 기준)의 국내 NGO 중 5개 이상 말하는 청소년은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이것도 국제기구나 비영리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에 한해서다. NGO의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위 이사는 “비영리가 사회 어젠다(agenda) 세팅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도 “과중한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비영리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주입식 교육은 학업 부담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은 사단법인 ‘시민’이 ‘청소년을 위한 NGO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을 낸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이 읽고 싶고, 탐구하고 싶은 쉽고 재미있는 교육서를 만들겠다는 것.

청소년을 위한 가이드북의 집필진 중 한 명인 위정희(오른쪽) ‘시민’ 이사와 가이드북 출판 총괄을 맡은 정명근 ‘시민’ 사무처장. ⓒ박민영

“읽는 이가 부담을 느끼면 안됩니다. 비영리가 머리 아픈 학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삶의 지혜로 받아들여져야죠.”(위정희 이사) 

위정희 이사를 비롯한 김난희 스위치온 대표, 조철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 천희 자원봉사이음 사무처장이 공동 필진으로 참여했다. 집필진은 2015년 겨울 기획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1000부를 출판했다. 우선 비영리 단체 중심으로 책을 배포하고 이후 개별 신청을 받아 개인에게 보냈다. 최근에는 펀딩을 통해 일반 사람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출판량을 늘릴 계획이다. 나눔교육 전도사이기도 한 위정희 이사를 최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만나, 한국의 비영리 교육 현주소를 짚어봤다.

◇청소년에게 너무 어려운 비영리 

  

‘어서와 NGO는 처음이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 문장은 가이드북 제목이다. 청소년들이 친근감이 들도록 ‘어서와 00는 처음이지?’라는 유행어를 차용한 것이란다. 

제목만큼이나 책 무게도 가볍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에 페이지 수는 고작 46쪽. 책 한권을 다 보는데 채 30분이 안 걸렸다. 책을 펼치자 알록달록한 그림과 사진이 가득하다. 글로 풀어 쓸 내용을 이미지화해, 한 눈에 확 들어오게 했다. 활자에 거부감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이다.

위정희 이사를 비롯한 필진들은 책을 만들 때 ‘재미’에 방점을 찍었다고 한다. 활자에 지친 청소년들은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지루하면 읽지 않기 때문. 그래서 일러스트 디자이너를 섭외해 책 내용을 설명할 자체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했다. 

‘시민’이 펴낸 ‘어서와 NGO는 처음이지?’의 주요 캐릭터인 ‘누고’. 위정희 이사는 “누고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를 앞세워 NGO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사단법인 시민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NGO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포털 사이트에 나와있는 설명들은 전문가인 제가 봐도 매우 어려워요. 심지어 부정확한 내용도 있고요. 시중에는 ‘청소년’을 위한 NGO 기본서가 거의 없어요. 있어도 기존 사회 교과서처럼 딱딱하고 지루합니다.”

이번 책은 ‘누고’라는 캐릭터가 NGO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누고’는 ‘NGO’의 N과 세상을 비춰줄 큰 전구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합쳐져 붙여진 이름이다. 누고는 청소년들이 잘 몰랐던 NGO의 정의와 중요성, 영향력, 나아가 직업으로서의 전망을 담고 있다. 책 후반부부터는 실제 NGO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실어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위정희 이사는 “글, 그림, 표,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책에 잡아 두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 이사는 단체를 방문한 청소년들에게 이 가이드북으로 교육을 해 본 결과, 비영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훨씬 높아짐을 경험했다.  

“단체 혹은 개인이 하는 NGO 교육을 들어봤는데 정말 지루하고 어렵더군요. 비영리 분야는 성인들에게도 생소하고 어려운데 아이들이 배우고 싶겠어요? 무조건 비영리를 공부하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흥미를 이끌어내야죠. 학습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그 다음입니다.”

 

◇‘필요를 보는 눈’ 있는 사회 혁신가

 

청소년은 왜 비영리를 알아야 할까. 교과 공부하기도 바쁜 아이들이 비영리 생태계를 왜 배워야 할까. 위정희 이사는 “시민활동가도 하나의 직업이라는 인정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필요를 보는 눈’을 길러 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위 이사는 “그동안 비영리활동가로 일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입을 땠다. 

“보통 중학교 때부터 진로탐색을 시작하는데 비영리 활동가는 의사, 선생님, 사업가처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되지 않더라고요. 자녀가 비영리 활동가가 될 거라고 하면 대다수 부모님들은 반대하거나 아예 그 개념조차 이해 못하잖아요.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진짜 직업은 따로 있고 비영리활동은 한때 젊은 혈기로 그냥 해보는 일이라고 여기셨죠. 부모세대만 이럴까요? 학생들도 비영리 활동가도 하나의 직업이라는 걸 잘 이해 못해요.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죠.”

청소년을 위한 NGO 가이드북인 ‘어서와 NGO는 처음이지?’의 표지. ⓒ사단법인 시민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시민사회의 영향력과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비영리 활동가는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 참여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정부 정책의 반대자’, ‘돈 못 버는 직업’,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 정체불명의 일’ 등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위정희 이사는 “사회 문제 해결사, 사회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비영리 활동가가 직업으로서 잘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 시기에는 보다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 직업에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비영리 활동가, 사회혁신가 등 시민사회 분야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영리 분야 학습의 필요성은 또 있다. 그는 이 분야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필요를 보는 눈’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필요를 보는 눈’이란, 바로 타인의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말해요.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 아닌, 내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거죠. 사회는 복잡 다양해지고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생겨나요. 저는 사회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기주의적으로 변해 가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믿어요.”

그는 사회가 잘 돌아가게 하는 힘은 공동체의 가치에서 나오며, 비영리와 같은 공익 생태계야말로 그 힘을 하나로 모으고 발휘하는 중심축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사회적 가치관 형성이 시작되는 청소년 시기에 비영리 분야를 습득해야 ‘이타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지난 6월 9일, NPO 지원센터에서 위정희 시민 이사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영

위 이사는 “‘따돌림을 목격하면 신고하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학교 곳곳에 붙어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잘 신경 쓰지 않고 따돌림은 극소수가 하는 행위이지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면서 “이렇게 사회 문제를 타인화하는 것에서 무관심, 이기주의가 시작된다”고 했다.

“난민 문제를 난민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로 여기는 아이는 어떤 사람으로 자랄까요? 또는 난민을 동정하는 시선을 가진 아이가 과연 제대로 된 나눔을 할까요? 나눔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공생을 위한 일이라는 걸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해요. 이렇게 성장한 아이가 ‘필요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며 이런 사람이 많아야 건강한 사회가 됩니다.”

◇이제는 제4섹터… 새로운 비영리 생태계 반영한 열린 교육

현대 사회는 변화무쌍하다. 비영리 분야도 마찬가지다.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이 모호해졌고 ‘사회적기업가’, ‘사회 혁신가’와 같은 과거 시스템으로는 정의 내릴 수 없는 새로운 직업들도 여럿 생겨나고 있다. 또 제3섹터를 넘어 *제4섹터도 등장했다. 이에 정형화되어 있던 기존 NGO 정의와 구분을 새로이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제4섹터란?
1섹터인 정부, 2섹터인 민간기업, 3섹터인 비정부 비영리 단체를 넘어 이윤과 공공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공공성의 재구성’이란 커다란 틀에서 새로운 진화를 하는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 등을 하나의 섹터로 분류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사회학자들은 시장에서 경쟁하며 수익을 벌어들이고 공익을 위해 수익을 쓰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 연구기관, 민간기관 모두 제4섹터에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단법인 ‘시민’의 가이드북은 ‘비영리 생태계의 변화상’도 담아냈다. 위정희 이사는 “단체의 성격을 구분지을 때 정치, 경제, 환경, 인권 등 다소 단순했던 기존의 구분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사회 흐름을 반영할 뿐 아니라 영역을 세분화해 단체들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책에는 환경-생태, 인권, 평화-통일, 청년, 정치-경제-사회감시, 노동-농민-빈민, 도시-교통-안전, 온라인-미디어, 기부-모금-서비스, 대안사회 등, 보다 다양하고 세분화된 주제들로 NGO를 분류하고 있다. 단체들의 구분은 행정자치부와 한국NGO학회 등의 자료들을 참조했지만, 정부나 학계의 구분을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았다. 최근 NGO들이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예전의 전통적인 구분법을 뛰어 넘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위 이사는 “시민사회 영역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를 가르치는 교육 현장은 거의 없다”며 “’시민사회 영역이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는 단편적인 방법으로 접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수능 중심의 성적주의를 기반으로 돌아가요.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를 배우고 가르칠 여유가 학생과 교사들에게 있을까요? 교육체계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수능, 교과서 이외의 것들을 교실에서도 배울 수 있는 열린 교실, 열린 교육이 펼쳐져야 해요.”

청소년을 위한 NGO 가이드북의 비영리 단체 분류 방식. 기존 분류법보다 더 다양하고 세부적 기준을 반영했다. ⓒ사단법인 시민

안타깝게도 현 교육제도를 한번에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학교 바깥에서도 시민사회 영역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와 언니 오빠, 이웃집 아주머니와 아저씨 등 청소년의 주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비영리 선생님’이 되라는 것이다. ‘시민’이 가이드북을 낸 것도 이런 이유다. 비영리를 공부한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선순환’이 학교 밖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위정희 이사는 나눔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수혜대상을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데 앞으로는 단순 원조의 방식으로 사회를 바꿀 수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없다는 것.

“제3세계도 우리와 공생하는 관계, 투자 대상으로 봐야 해요. 영국의 ‘보다폰’ 사례를 보세요. 아프리카에 모바일 금융 시스템을 도입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수익 모델도 창출했습니다. 현재 케냐의 경우 성인 68%가 보다폰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다폰이 아프리카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 어른은 행동은 아이들의 본보기가 됩니다. 공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부터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 이사를 비롯한 집필진 그리고 ‘시민’ 관계자는 지난해 가이드북을 1000권을 출판한 데 이어 최근 추가 출판을 계획 중이다. 보다 많은 기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함이다. 비용은 다음 스토리펀딩과 개인 후원을 받아 마련한다. 현재 ‘시민’의 가이드북 추가 출판을 위한 펀딩은 진행 중이다. 후원자에게는 가이드북이 리워드로 주어진다.

▼ ‘시민’의 스토리펀딩 참여하기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4853

사단법인 ‘시민’은?
사단법인 시민은 시민사회운동지원과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시민사회 중간지원조직으로서 2013년 2월에 창립하였습니다. 현재 시민활동의 경험과 자원을 나누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민’은 시민사회단체 및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시민과 각계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소통과 협력을 위한 대화마당을 마련합니다. 시민사회단체 구성원과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정보와 사례를 공유하는 교육, 연수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민사회활성화를 위해 시민사회관련 국내외의 연구자료를 축적하고 시민사회활성화를 위한 기초조사 및 연구를 통해 다양한 정책제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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