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체인지메이커 교육, 들어보셨나요?

체인지메이커 교육자들의 경험보고서 설명회 현장을 가다

“초등학생에게 ‘독도가 문제’인지 물으면 아이들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독도 문제는 중요한 사항이지만, 그건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지요. 사최수프는 ‘진짜’ 학생들의 문제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현장의 문제를 연결시켜, 시선을 세상으로 확장하는 것이죠. 수업 시간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충남 천안 새샘초등학교의 박성광 교사가 ‘사최수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최수프란 사상 최대 수업 프로젝트의 줄임말. 사최수프는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이 진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학생들이 직접 본인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활동한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미래교실네트워크뿐 아니라 다양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샘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2016년 1학기 동안 ‘사최수프’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교내의 다양한 장소(급식실, 복도, 계단, 도서실, 화장실 등) 중 한 곳을 정해서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 방과 후까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박성광 교사의 반 아이들이 화장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을 합쳐 쓴 편지. ⓒ아쇼카한국

새샘초등학교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지 않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11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하며 근본적인 이유를 발견했다. ‘무서워서’, ‘귀찮아서’, ‘부끄러워서’ 등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었떤 학생들은 면담 기법을 활용했다. 상대적으로 물을 많이 내리지 않는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꼼꼼하게 파악했다. 아이들은 화장실 자체를 무서워하고 있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냈다. 움직임 센서로 작동하는 화장실 전등, 화장실 괴담 등은 학생들이 공포감을 갖게 하는 주범이었다. 

문제 원인을 파악한 학생들은 다양한 해결 방법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화장실 변기칸에 화사한 시트지도 붙이고, 공익송을 제작해 UCC도 만들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변기칸 디자인 활동을 하면서 예상치못한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은 여러 만화 캐릭터들로 화장실을 디자인하고 싶었지만, ‘저작권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은 관련 회사를 찾아내고, 통화하며, 이메일까지 보냈다. 심지어 번역기를 돌려 일본 회사에 메일을 쓰기도 했다. 박성광 교사는 “학생들이 이제 학교 전체의 화장실을 바꾸겠다는 주도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제 학생들과 함께 학교 내에 자율동아리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일단 한 번 해보자! JUST DO IT!”

지난 6월 3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 빌딩에서 학교 안 변화를 꾀하는 교사들의 모임이 열렸다. 이름하여 체인지메이커 교사들의 경험 공유회. 아쇼카한국의 ‘유스 벤처(Youth Venture)’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날에는 지난해 교실 안팎에서 학생들과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진행했던 16명의 교사들의 이야기들을 묶은 보고서도 출간됐다. 행사를 주최한 아쇼카한국은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2015년부터는 유스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창의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한다. ☞아쇼카가 궁금하시다면? 

체인지메이커 경험보고서 설명회를 진행하는 김하늬 아쇼카한국 유스벤처 런치 리더. ⓒ아쇼카한국

지난해 경기도 용인의 수지고등학교는 체인지메이커 정신을 전파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수지고에서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를 실행했던 박성은(현 포곡고) 교사는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학생 일부가 아닌 모두가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지고는 고등학교 2학년의 진로교육 시간을 체인지메이커 활동으로 전환시켰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체인지메이커 수업을 들었던 수지고 2학년 이민영, 박연수 학생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이 쉽진 않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제가 생각하는 우리 주변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지만 내가 딱히 해당이 되지 않는 문제들. 그러니까 유기견 문제 같은 거요. 그리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나에게는 해당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후자에 집중했다. 나를 바꾸는 문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자신들의 체인지메이킹 경험을 소개하는 용인수지고등학교 이민영, 박연수 학생. ⓒ아쇼카한국

◇ 체인지메이커 교육자들, 학생들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

이후 행사에서는 소그룹별로 교실 안 체인지메이커들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꿈의 학교’를 만드는 선생님들,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학생들 등 다양한 주제들이 그룹별로 논의됐다. 현직 교사인 이진아(34)씨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을 주고 싶어서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제 가능성을 봤다”면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떠오르지 않지만, 일단 해봐야겠다는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연 후 체인지메이커들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소그룹 세션이 마련됐다. ⓒ아쇼카한국

“프로세스를 안다고 해서, 한 번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선생님들끼리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서, 고민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 자리에 와서 ‘아, 저 선생님이 이 고민을 저렇게 해결했었구나’ 많이 알게됐어요. 서로의 경험에 대해서 피드백을 듣기도 하고요, 아마 서로 많은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영대, 수원수성고, 40)

네트워킹, 연대, 그리고 공감. 이 시대의 체인지메이커들은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함께 미래를 바꿔나가고 있었다. 교실에서 변화를 꾀하는 교육자들이 있기에, 대한민국 학생들의 미래에 희망이 보였다. 

 체인지메이커들의 경험 보고서 온라인 버전 다운로드(무료): https://goo.gl/GsI5x0
 착불 배송 이벤트 신청(~7/21): https://goo.gl/V74Xfk

박주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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