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대한민국 체인지메이커 시상식
전문직으로 분류되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발달장애인과 노인들이 데이터 관리직으로 일한다. 이들의 손으로 수집·가공된 데이터들은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에 쓰이고, AI 딥러닝에도 활용된다. 청각장애인들이 운전하는 택시는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빈다. 비장애인 승객은 좌석에 비치된 태블릿을 통해 운전사와 손쉽게 의사소통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체인지메이커들이 만들어낸 변화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는 ‘제4회 대한민국 체인지메이커’ 시상식이 열렸다. 체인지메이커 시상식은 사회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혁신적인 활동을 펼친 이들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서부발전이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하며, 보건복지부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후원한다.
체인지메이커 시상식은 지속가능한 사회 혁신 기반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2019년 시작됐다. 특정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선 혁신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올해 5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체인지메이커 총 24명이 선발됐다.
제4회 체인지메이커 시상식에서는 교육·문화·경제·복지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5인이 체인지메이커 타이틀을 얻었다. 수상자는 김영우 해솔직업사관학교 이사장, 조문환 놀루와협동조합 대표,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다.
교육 분야 수상자인 김영우 이사장은 탈북청소년의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해 해솔직업사관학교를 설립하고 학업, 취업 등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해솔직업사관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식품 제조업·외식업·건축업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있다. 문화 분야 수상자 조문환 대표는 체류형 여행 모델인 ‘섬진강 달마중’ 등 마을을 중심으로 한 로컬 여행 상품을 개발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대표는 현재 경남 하동을 거점으로 평사리작가학교, 고장 사랑 하동 투어 등 다양한 로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문환 대표는 “창업 6년째이지만 농촌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면서 “수상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는 경제 부문 체인지메이커로 뽑혔다. 이 대표는 아시아 지역에서 빈곤 여성·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외식·서비스업 부문 창업 인큐베이팅과 컨설팅을 진행했다. ‘제주 내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3년간 14팀이 창업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도 있다.
복지 분야에서는 수상자가 2명 나왔다. AI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는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의 윤석원 대표는 노인·장애인·경력보유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을 디지털 분야 전문가로 고용해 양성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현재 테스트웍스 직원 171명 중 48명이 장애인, 경력보유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이다.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는 ‘고요한 택시’를 통해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요한 택시는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로, 운전석 앞쪽과 손님이 타는 뒷좌석에 각각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비장애인 승객이 운전사와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최초로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차량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날 송 대표는 교통약자 이동권 개선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자들은 각각 상금 1000만원과 표창장, 부상을 받았다. 국내외 체인지메이커 네트워킹 기회도 얻었다. 이날 행사에는 수상자를 축하하기 위해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김성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김문식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장, 이재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청년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발굴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청년 체인지메이커 양성 프로그램 ‘체인지메이커 유스리빙랩’ 참가자들도 자리했다.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축적한 혁신 경험을 공유·확산하는 차원에서 체인지메이커가 필요하다”며 “체인지메이커의 혁신적인 성과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성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우리 사회의 체인지메이커를 더 많이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