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저물어갑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만나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는 “내년엔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겁니다. 특히 기업에서 사회 공헌을 맡은 분들은 새롭게 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 없겠냐고 질문하시기도 합니다. 전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신한 기획’이 ‘좋은 사회 공헌’과 같은 말이냐고 반문하곤 합니다.
몇몇 기업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최근 거액 재산을 출연해 재단을 만들겠다고 했던 기업은 계열사들에 앞으로 사회 공헌 예산을 이 재단에 기부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냈다고 합니다. 기업에서 만든 재단에 계열사가 기부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 계열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던 단체나 기관 입장에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날벼락을 맞은 셈입니다. 그리고 이 단체나 기관으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던 분들은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기부자 중심, 체계성이 결여된 안 좋은 기부의 전형입니다.
사회 공헌의 기본은 이해 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인데, 이 기업이 그동안 파트너십을 맺어왔던 단체와 기관들에 향후 어떤 방식으로 이해를 구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지난주 청원에 가서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라는 곳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정성스럽게 모아 꼭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하고 체계 있게 분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네트워크 사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했던 담당자는 “처음부터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6년에 걸쳐 시도하고 평가하기를 반복해 지금 모습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깊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회 공헌은 잘 담근 장맛이 나고, 어떤 사회 공헌은 조미료 맛이 납니다. 사회 공헌이 우리 사회를 살찌우는 영양분이 될지, 당장 입맛에만 좋은 인스턴트식품이 될지 부디 잘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 이야기를 시작으로, 더나은미래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작고 알찬 기관, 단체, 사업을 소개하는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우선은 국내 편입니다. 정교한 문제의식과 전문성, 분명한 비전으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희망을 나르는 ‘작고 아름다운’ 희망의 이야기들을 만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