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일(일)

[고대권의 Écrire(에크리)] 겸손·존경 바탕으로 한 윤리적 나눔 고민할 때

나눔은 그 자체로 윤리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내가 주겠으니 너는 주는 대로 감사히 받으면 된다’ 식의 나눔은 주는 사람의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재화의 전달에 그치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는 ‘윤리적인 나눔’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타인의 고통은 타인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다 이해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나눔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해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또한 타인이 언제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런 타인의 미래에 대해 존경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나눔은 타인의 삶에 대한 겸손함과 존경심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나누고자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알량한 우월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이 자신의 고통을 다독이고 있는 순간의 숭고함에 경외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누구나 상처받고 고통받지만 고통받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수긍하고 어루만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나눔은 그런 시간이 평화롭게 지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눔은 일방적인 시혜가 아닙니다. 우리는 고통을 가진 존재들로 동등하게 서로를 측은해하며 서로에게서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때로 나눔이 자기 구원의 한 방법이 되기도 할 겁니다.

무더위가 지나갔습니다. 연말과 겨울이 다가오면 ‘온정의 손길’을 내밀겠다는 목소리들이 늘어나곤 합니다. 올 하반기, 제대로 된 나눔의 물결로 대한민국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