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드레이턴 ‘아쇼카’ 창업자-최진석 ‘건명원’ 초대 원장 대담
◇임팩트 있는 변화를 원한다면, 주짓수 파트너를 찾아라
빌=누가 잠재적인 ‘주짓수 파트너’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주짓수는 관절 꺾기나 조르기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술로, 약자가 강자를 제압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이며, 파트너와 함께 기술을 익힌다). 아쇼카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이해관계가 걸린 강력한 집단들을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교사 노조(teachers’ unions)가 있다. 지금까지 노조는 교육 실패에 대한 원망의 대상이었다. 교사들 스스로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아이들까지 피해를 본다. 이들도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한다. 만약 교사 노조와 손을 잡게 되면 매우 강력한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아쇼카에는 ‘유스 벤처(Youth Venture)’ 프로그램이 있다. 모든 청소년이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것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공감 능력, 협력적 리더십, 팀워크,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학습하게 된다. 지난해 아쇼카한국은 50개 중고교 교사들과 협력해 500여명의 학생에게 유스 벤처 프로그램을 확산했다. 유스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창덕여중에는 서랍 속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서랍 없는 책상’이 도입됐고, 경기 이천의 양정여고생 3명은 학교 앞 분식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도 했다. 빌 드레이턴은 “청소년들이 직접 행동을 해보면서 자신이 내면에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된다”며 유스 벤처 프로그램의 의미를 설명했다.
최=한국에서도 교육은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 학생들은 자기 신뢰감이 낮고, 행복하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이다. 사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나도 이 문제에 직접 접근할 엄두를 내지는 못하고, 기존 교육시스템과 별개로 독립된 교육 기관을 만들었다. 나 역시 주짓수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빌=또 다른 중요한 파트너는 부모다. 부모들이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자녀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 알 수 있다. 만약 부모들이 다른 아이들의 체인지메이커 성장 과정을 듣기만 하면, 당연히 자신의 아들딸도 그 길을 걷기를 원할 것이다. 매우 단순하고도 강력한 방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쇼카는 기업의 임직원들을 중요한 변화 파트너로 보고 있다. 아쇼카는 ‘유어 키즈(Your Kids)’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임직원들에게 자녀들이 체인지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방법을 알려준다. 일종의 자녀 교육법을 가이드해주는 것. 아이들은 부모의 코칭을 받아 문제가 생기면 팀을 짜고,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장을 목격하고, 이 과정을 회사 사람들에게 공유한다. 이렇게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다른 지사에 있는 사람들, 커뮤니티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부모, 기업, 대학 등과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아쇼카 본부 사무실 입구에는 ‘공익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염성이 있다(Being a changemaker for the good is very contagious)’는 빌 드레이턴의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그의 나이는 올해로 74세. 30대 후반에 아쇼카를 설립해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 일이 바빠서인지, 일이 좋아서인지, 여전히 그는 싱글(single)이다. 도대체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
최=학교에서 교수를 19년했는데, 자기가 실천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말하는 교육은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쇼카는 30년 넘게 체인지메이커 양성 운동을 해왔는데, 어떻게 본인이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나. 오랜 기간 운동을 이어온 ‘비결’이 궁금하다.
빌=아쇼카 직원들은 모두 윤리적 소양을 갖추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아쇼카 펠로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쇼카와 함께 하는 비즈니스 리더인 E2(10억 이상 기부하는 고액 기부자)그룹 분들 또한 훌륭하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얼마나 환상적인 커뮤니티인가. 나는 그들과 매일 함께 하는 것을 선물처럼 여긴다. 또 다른 이유는, 지금은 역사적으로 전환기라는 점이다. 이제는 모두가 평등하고, 힘을 가진 존재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문제를 피해다니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있으면 한 번 줘봐. 내가 풀어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또한 이런 시도들이 지지를 받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최=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비결 중 하나라고 이해하겠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일 속에서 성장도 없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더욱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 교육은 이 세계에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문제다. 오히려 아이들 스스로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게 되면서 체인지메이커로 성장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해보는 것이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선결 조건이다.
빌=그것은 모든 탁월함(excellence)의 선결 조건이기도 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꿈꾸는 변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이 세상에 기여했을때 맛보는 순수한 기쁨(sheer pleasure)을 통해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흥분과 열정은 전염될 수 밖에 없다.
[빌 드레이턴-최진석 교수 특별 대담①] 편 읽기
■ 빌 드레이턴
―하버드 인문학 학사 졸업, 옥스퍼드대 밸리얼칼리지 석사 졸업
―예일대 로스쿨 졸업
―맥킨지 컴퍼니 컨설턴트
―지미 카터 정부 환경 개혁기구 보좌관, 탄소배출권 개념 도입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객원 교수
―미국 최고 지도자 25인(2005년 US 뉴스앤드월드리포트)
―現 아쇼카 창업자
■최진석 교수
―서강대 철학과 학사, 석사 졸업
―베이징대 철학 박사
―하버드 옌칭연구소 방문학자
―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학과 방문 교수
―現 서강대 철학과 교수
―現 건명원 원장
―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