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사회공헌 활성화 지원 방안’ 발표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기부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정부가 기업의 사회공헌(CSR)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한국형 사회공헌 매칭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기업이 자원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단순 기부를 넘어 사회적 투자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관계부처와 함께 ‘기업 사회공헌 지원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저출산, 기후위기 등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기업의 사회 공헌이 더욱 활발해지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 흩어진 정보 한곳에…‘온라인 사회공헌 매칭 플랫폼’ 구축
정부는 우선 ‘수요-공급 매칭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도울 곳을 찾기 힘들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비영리단체·복지관 등의 현장 수요와 기업의 가용 자원(현금, 현물, 재능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사회공헌 매칭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자사의 ESG 경영 목표에 맞는 기부처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현장은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대기업에 비해 정보와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맞춤형 사회공헌 컨설팅’을 제공한다. 키오스크 기부, 임직원 재능 기부 등 거창한 예산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일상 속 나눔’ 모델을 보급해 사회공헌의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특히 사회공헌 우수 기업에는 정부 포상을 확대하고, 공공 입찰 시 가점 부여나 금리 우대와 같은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 사회투자은행·사회적 가치법 등 사회공헌 지원하는 선진국
해외에서는 이미 정부가 나서 기업의 사회공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2012년 휴면 예금 계좌를 활용해 세계 최초의 사회투자은행인 ‘빅소사이어티 캐피탈(Big Society Capital)’을 설립했다. 이 기관은 2024년 ‘베터 소사이어티 캐피탈(Better Society Capital)’로 이름을 바꾸고, 노숙·정신건강·아동 비만·주거·에너지 빈곤 등 영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는 자금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회적기업이나 자선단체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임팩트 펀드나 사회투자은행 같은 중간 금융기관에 투자·대출하는 ‘도매은행(wholesale bank)’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간 기관이 다시 현장의 조직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휴면예금과 대형 시중은행 출연금을 기반으로 장기·저수익을 감수하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을 공급하며, 사회적 금융 시장 전체를 키우는 것이 핵심 임무다.
영국 내각사무처(Cabinet Office) 또한 민간과 협력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과 공공조달 우선권을 부여하는 ‘사회적 가치법(Social Value Act 2012)’을 통해 기업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은 세제 혜택과 법적 장치로 민간의 기부를 이끌어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연방 은행 감독당국이 집행하는 ‘지역사회 재투자법(CRA·Community Reinvestment Act)’이 대표적이다. 1977년 제정된 이 법은 금융기관이 영업을 하는 지역사회의 저소득층에게 대출 및 투자를 제공하도록 규정하며, 이를 어길 경우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에 제한을 받는다.
일반 기업의 경우 미국 국세청(IRS)의 세제 혜택(Internal Revenue Code 170조)이 기부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미국 연방 세법 IRC §170은 기업과 개인이 공인 비영리단체 등에 기부한 금액을 일정 한도 내에서 소득에서 공제(기부금 공제)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다. 실제로 보잉(Boeing) 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737 맥스 기체 결함 사태로 수조 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인력 감축을 단행하면서도, 지역사회 기부를 이어갔다. 당시 보잉이 발간한 ‘2021 글로벌 참여 포트폴리오(Global Engagement Portfolio)’에 따르면, 회사는 경영 위기 속에서도 워싱턴주 등 지역사회 비영리단체에 약 2억3000만 달러(한화 약 300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일본은 지방 소멸 위기를 기업의 자본으로 극복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사무국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16년 도입한 ‘기업판 고향납세(Corporate Version of Hometown Tax)’ 제도의 혜택을 2020년부터 대폭 강화했다. 기업이 지자체의 지역재생 계획(일명 ‘마치·히토·시고토’ 창생전략)에 기부할 경우, 기존의 손금 산입 혜택(약 30%)에 더해 법인세 등 세액 공제 폭을 60%까지 늘렸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기부액의 최대 90%를 절감 효과로 돌려받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1억 원을 기부해도 실제 부담은 1000만 원에 불과해, 기업 자본이 지역 사회 문제 해결로 유입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 정은경 “규제 걷어내고 지원 늘릴 것”
정부는 이번 대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간 사회공헌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정기적인 포럼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경영과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라며 “정부는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 파트너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는 걷어내고 지원은 확실히 늘려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