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유지한 HQ 체제 폐지·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롯데가 그룹 지배구조와 리더십 체계를 동시에 흔드는 대대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롯데는 26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6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9년간 유지해온 HQ(헤드쿼터)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룹은 이번 인사의 목표를 “비상경영 체제 속에서의 턴어라운드와 핵심사업 경쟁력 회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혁신적 거버넌스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에 이어 고강도 인적 쇄신 기조를 이어갔다. 롯데는 실행력 강화를 위한 조직 변화, 젊은 리더십 중심의 세대교체, 성과·능력 기반 핵심 인재 중용을 인사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룹 전략 컨트롤 기능을 담당해 온 HQ 체제를 종료하고 각 계열사가 대표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수행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롯데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사업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지주는 실무 중심 조직으로 재편된다.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됐으며, 재무와 전략·기획을 각각 맡아 그룹 운영을 총괄한다. 재무혁신실장에는 최영준 전무가, 경영혁신실장에는 황민재 부사장이 각각 발탁됐다. 다만 화학군은 HQ 폐지 대신 PSO(Portfolio Strategy Office) 체제로 운영되며, 화학 계열사 전략 조정과 시너지 창출을 담당한다.
리더십 교체 폭도 컸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식품군 총괄 부회장, 김상현 유통군 총괄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부회장단 전원이 용퇴했다. 롯데는 “젊고 새로운 리더십 중심으로 혁신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체 CEO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명을 교체한 것도 이례적이다.
사장 승진자는 두 명이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은 국내 대기업 최초 직무 기반 HR제도 도입과 생산성 고도화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주요 계열사 대표도 대거 교체됐다.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1975년생 정현석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내정돼 역대 최연소 대표가 됐다. 롯데웰푸드 대표에는 서정호 혁신추진단장이, 롯데건설 대표에는 오일근 부사장이, 롯데e커머스 대표에는 추대식 전무가 각각 선임됐다. 롯데 지주 미래성장실장 신유열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를 겸임하며 역할이 확대됐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직무 기반 HR철학을 더욱 강화했다. APEC 정상회의 만찬을 총괄한 김송기 롯데호텔 조리R&D실장이 만 65세임에도 상무로 승진한 것이 이례적 사례다. 신임 임원은 81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직급 연한과 무관한 발탁 승진도 늘었다. 여성 임원도 4명이 승진했고, 전체 신임 임원 중 10%에 해당하는 8명의 여성 임원이 새롭게 탄생했다. 그룹 전체 60대 임원 절반이 물러나며 리더십 세대교체도 가속화됐다.
롯데는 앞으로도 성과 기반 수시 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을 유지하며 조직 변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력을 높여 핵심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