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여성들이 진짜 원하는 지원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6년, 여성가족부가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만들면서부터다. 결혼이민여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5년 전에는 이들이 한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결혼이민여성이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 정착하고 다문화가족을 이룬 채 살아가는 요즘에는 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11년 현재를 살아가는 결혼이민여성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다문화가족 지원은 무엇일까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결혼이민여성에게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언어문제(22.5%), 경제적 어려움(21.1%), 자녀교육(14.2%)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국에서의 거주기간이 길어질수록 언어문제로 겪는 어려움은 줄어들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교육으로 힘들어하는 결혼이민여성이 많았다. ‘2009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족이 진짜로 원하는 지원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취업지원과 자녀교육 지원이었다.
“일자리 구하는 거랑 애들 교육하는 게 제일 어렵죠.”
다문화가족네트워크 ‘물방울나눔회’의 회장인 와타나베 미카(49·일본·결혼 23년차)씨와 회원인 베로니카 카야소토도라배로니캬(32·페루·결혼 12년차), 왕리영(38·중국·결혼 3년차)씨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한국어도 어느 정도 되고 한국생활에도 잘 적응한 베로니카씨는 현재 다문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다문화를 알리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처음에 하고 싶었던 일은 쥬얼리 디자이너였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하는 쥬얼리 만들기 강좌를 들으면서 쥬얼리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베로니카씨는 강좌가 폐강되는 바람에 그 꿈을 접었다. 센터에서 하는 강좌 가운데는 이처럼 몇 개월 하고는 사라져버리는 강좌가 많다. 그나마 그런 강좌들도 취업, 창업 교육이라기보다는 비즈공예, 퀼트, 벨리댄스, 제과제빵 등 문화교육 수준이라 이들 코스만 수료해서는 취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베로니카씨는 “결혼이민여성들이 실제로 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계별 코스가 센터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4개월째라는 리영씨는 현재 한국어능력시험 고급을 목표로 한국어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그의 꿈은 어서 빨리 한국어 실력을 키워 한국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취직 기회를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몰라서 고민이다. 그는 “결혼이민여성도 각자 관심사나 능력이 다르니 일대일로 일자리를 소개해주거나 상담해주는 서비스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혼이민여성 중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90%에 달한다. 결혼이민여성들은 대개 20대 초중반이지만 배우자는 30~50대로 평균 연령차만 11.1세다. 이 때문에 결혼이민여성들은 남편이 고령으로 경제력을 잃거나 사망했을 경우를 대비해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취업을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도움은 일자리 알선(29.6%), 자녀양육지원(22.9%), 한국어교육(18.4%), 직업교육(14.1%) 순으로 나타났다.
자녀교육도 이들에겐 만만치 않은 고민거리다. 결혼이민여성이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놀라는 건 엄청난 액수의 학원비다. 리영씨는 “애 셋을 학원에 한 개씩만 보내도 한 달에 30만원이 나온다기에 깜짝 놀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리영씨처럼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다문화가족 여성들 가운데는 약간의 학원비만이라도 지원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
결혼이민여성들이 초등학생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꼽는 것은 기초교과지도(27.8%)와 학교교육비 및 급식비 지원(25.5%)이다. 작년 기준으로 다문화자녀 12만2000명의 연령별 비율은 만 6세 이하 62.21%, 만 7~12세 25.1%, 만 13~15세 7.1%, 만 16~18세 5.7%로 취학 전 아동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이들 아동이 초등학교에 진학할 때 즈음이면 결혼이민여성들의 자녀교육 관련욕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에게 다문화가족 관련 지원 중 좋은 예를 말해달라고 하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국에 맨 처음 왔을 때 받는 한국어 교육과 IT 교육이 수준별로 잘 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반면, 나쁜 예를 알려달라고 하자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하나 둘 이야기를 꺼냈다.
“다문화 관련 문화행사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처음 몇 년은 좋았지만 반복적으로 계속되니까 다들 의무감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일본 부스에서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일본 음식을 만든다고 해서 결혼이주여성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아니거든요.”(와타나베씨)
“명절 때마다 하는 예절교육요. 한국어는 물론 배워야 하지만 한국 분들도 잘 모르는 전통예절을 배워야 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명절에 한복 안 입는 집도 많은데요. 처음에 배울 때는 좋았는데 자꾸 반복되니까 이거 해봤는데, 싶기도 해요.”(리영씨)
“명절에 다문화가족 전부에게 쌀을 한 포대씩 주는 거요. 다문화가족 중에도 잘 사는 집이 있고, 못사는 집이 있는데 똑같이 나눠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베로니카씨)
세 사람은 다문화가족에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기에 앞서 그들이 무엇을 진짜로 필요로 하는지 조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