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투자가 돈 된다…글로벌 기업들 ‘16% 더 쏟아붓는다’

전 세계 1924개 기업 조사…82% “탈탄소화로 이익”
기후대응 성과 갈라놓은 건 디지털 역량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이 기후 대응을 통해 뚜렷한 재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CO2 AI가 16일 보고서 ‘BCG Climate Survey 2025 – 기업이 기후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를 발표하며 기업들이 기후 대응을 통해 재무성과를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 BCG Climate Survey 2025 보고서 표지 갈무리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CO2 AI가 16일 발표한 ‘2025 기후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6개 산업 1924개 기업 중 82%가 탈탄소화 활동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70%는 향후 기후 관련 투자를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 관련 외부 보고나 감축 목표 설정은 눈에 띄게 줄었다. 스코프(온실가스 배출 범위) 1·2·3 전 범위를 공개한 기업 비중은 2023년 10%에서 올해 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 범위를 대상으로 감축 목표를 세운 기업도 19%에서 13%로 줄었다. 쉘, 코카콜라 등 글로벌 대기업은 기존 공약을 완화하거나 철회했다.

◇ 61% 기업 “기후대응에 투자 늘리겠다”

그럼에도 실제 투자 흐름은 기후 대응으로 움직이고 있다. 16개 산업의 경영진 19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들은 향후 5년간 기후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 분야에 자본지출 비용을 평균 16% 더 늘리겠다고 답했다. 기업당 평균 6900만 달러(한화 약 965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응답자들의 태도 역시 적극적이었다. 전체 기업 가운데 61%는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에너지·건설·기술·헬스케어·산업재 부문에서 증가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약사 다케타 제약은 가치사슬 전체에서 탈탄소화를 추진하며 2016년 이후 스코프 1·2 배출을 55%, 2022년 이후 스코프 3 배출을 7% 줄였다. /타케다 약품공업

일본 최대 바이오 제약사 다케타 제약은 운영과 가치사슬 전반에서 탈탄소화를 추진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사무실과 공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해 폐기물 감축에도 나섰다. 요한나 C. 조빈 다케다 글로벌 환경·지속가능성 총괄은 “내부 책무성이 기후 행동의 핵심 동력”이라며 공급망(스코프 3)까지 목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케타 제약은 2016년 이후 스코프 1·2 배출을 55%, 2022년 이후 스코프 3 배출을 7% 줄였다.

응답 기업의 3분의 1은 내부 탄소가격제를 도입해 배출량에 비용을 매기고, 이를 투자와 예산 결정에 반영하고 있었다. 또 17%는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전환 계획을 갖춘 기업도 늘었다. 전년보다 5%포인트 늘어나 2025년 현재 61%가 전환 계획을 마련했으며, 대부분 이사회 승인을 받은 상태다.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과 함께 중국과 호주의 새 보고 기준 등 강화되는 규제가 이러한 흐름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투자는 재무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체 기업의 82%가 탈탄소화 활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6%는 연 매출의 10%를 초과하는 순이익을 거뒀다. 기업당 평균 2억 2100만 달러(한화 약 3092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주요 성과 요인으로는 ▲지속가능 제품 수요 증가(23%) ▲에너지 효율화로 인한 운영비 절감(22%) ▲탄소세 회피(14%)가 꼽혔다.

◇ 기후대응, 디지털 역량이 재무성과 성패 가른다

보고서는 “디지털 역량이 성과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성과를 냈다. 특히 선도 기업들은 단순한 AI 활용을 넘어 IoT, 드론, 위성 관측, AR/VR, 양자 컴퓨팅 등 다양한 솔루션을 결합해 기후 대응을 정밀하게 측정·예측·관리하고 있었다. 고성능 컴퓨팅을 통한 전력망 최적화, 드론을 활용한 대규모 자산 모니터링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식품기업 제너럴 밀스는 CO2 AI와 협력해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핵심 경영 시스템에 통합하는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너럴 밀스

글로벌 식품기업 제너럴 밀스는 CO2 AI와 협력해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경영 시스템에 통합, 공급망 단위까지 스코프 3 배출을 추적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제시카 주바라 기후전략 총괄은 “공급망 단위의 정확한 데이터 확보가 탈탄소화 확산의 열쇠”라며, 협력사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로코 국영 인산광물공사 OCP는 204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130억 달러(한화 약 18조원) 규모의 ‘그린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수소·암모니아,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해수 담수화 등 기술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토양 검사·맞춤형 비료·탄소 크레딧 사업 등 농업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BCG는 보고서에서 “ESG 역풍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경쟁력과 직결되는 영역에서 기후 의제를 이어가고 있다”며 “오늘의 투자가 내일의 회복력과 명성, 경쟁 우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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