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진원 주몽골 한국대사
한국과 몽골이 활발한 인적 교류를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혁신을 위한 협력으로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몽골은 전체 인구의 약 10%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고, 현재 약 5만5000명의 몽골인이 한국에 거주 중이다. 2021년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2022년부터는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교류가 더욱 확대됐다.
몽골은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꼽힌다. 인구의 70%가 45세 이하이며, 2023년 경제성장률은 7%를 기록했다. 특히 구리와 석탄, 금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해 세계 10대 자원 부국으로 꼽힌다.

지난 16일, 몽골 울란바토르 주몽골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최진원 한국대사는 “35년간 쌓아온 인적 교류라는 자산을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협력으로 나아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30년 이어진 개발협력…여성 정치참여 확대 두드러졌다
한국은 1995년 코이카(KOICA) 몽골 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다양한 개발협력(ODA) 사업을 추진해왔다. 몽골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세 기수 연속 한국의 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이 몽골에 제공한 무상원조 규모는 3400만 달러(한화 약 489억원), 유상원조는 6600만 달러(한화 약 950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코이카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이 협력에 참여하며 사업의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몽골 ODA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여성 역량 강화 사업’이 꼽힌다. 최진원 주몽골 한국대사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코이카(KOICA)와 UNDP가 공동 추진한 이 사업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몽골은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정해 여성 할당 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했고, 2028년까지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 후보자를 양성하고 정당·유권자 대상 성평등 교육도 실시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6월 총선에서 몽골 국회의 여성 비율은 25.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17%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로, 한국 제22대 국회의 여성 비율(20%)을 넘어섰다. 최 대사는 “지금은 여성 의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회가 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 의원들이 보다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과 의료 등 공공 부문에서도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몽골의 주소 시스템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몽골은 주소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택배 등 물류 인프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행정 개편을 통해 몽골의 생활 기반을 개선하고, 국가 행정 시스템 전반의 디지털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협력은 활발하다. 몽골 정부는 한국산 의약품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으며, 한국은 이에 따라 몽골 내 질병관리청 설립, 제2국립병원 경영 컨설팅, 의료진 역량 강화 교육 등 ODA 사업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최 대사는 “현재 여러 부처가 몽골을 대상으로 ODA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중복이나 단절 없이 전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대사관이 조율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몽골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울란바토르 지하철부터 EPA까지…경제 협력 본격 시동
최근에는 경제·산업 분야로의 협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울란바토르 지하철 건설 사업이다.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 민간 기업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약 600억원 규모로 사업을 수주했다. 최 대사는 “몽골 신도시 개발, 게르 난방 개선 등 도시 인프라 사업에도 한국이 컨설팅을 비롯한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활발한 인적 교류에 비해 몽골 내 한국의 투자 비중은 낮은 편이다. 최 대사는 “한국의 투자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일부 지표에선 4~5% 수준에 그친다”며 “호주는 광물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반면, 한국은 아직 소규모 투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희소금속 등 고부가가치 자원이 풍부한 몽골은 한국과의 협력 여지가 크다”며 “이를 성공 사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몽골이 내륙국인 만큼, 물류비용 절감과 현지 가공 여부 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몽 양국은 현재 경제동반자협정(이하 EPA) 체결도 논의 중이다. EPA는 관세 철폐와 시장 개방을 통해 상호 공동 번영을 목표로 한다. 2023년 협상이 시작돼, 지난해 11월 울란바토르에서 제4차 공식 협상이 열렸다.
최 대사는 “EPA가 체결되면 양국 기업 간 협력의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며 “한국과 몽골이 가진 탄탄한 인적 교류를 경제 협력으로 어떻게 전환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몽골)=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