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2일(목)

‘공정하고 포용적 전환’의 열쇠, 세계경제포럼이 사회적 기업가에 주목하는 이유

[인터뷰] 다니엘 노박(Daniel Nowack)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사회혁신국장

빈곤, 성별 격차, 환경 문제 등 복합적인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2022년 OECD는 사회적 경제 체계를 구축하라는 권고를 내놨고, 2023년 유엔은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하며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약 1000만 개의 사회적 기업이 매년 2조 달러(한화 약 2850조 원)의 수익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만들어낸 약 2억 개의 일자리는 전 세계 노동력의 6%를 차지한다. 특히 사회적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 운영하고 있어 성별 격차를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활동을 넘어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 산하 슈왑재단(Schwab Foundation for Social Entrepreneurship)은 1998년 설립 이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며 사회적 기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재단은 매년 ‘올해의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 of the Year)’를 선정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를 발굴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은 사회적 기업가들은 전 세계 8억9100만 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니엘 노박(Daniel Nowack)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사회혁신국장. /사회적가치연구원

더나은미래는 다니엘 노박(Daniel Nowack)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사회혁신국장에게 사회적 기업가가 지금의 글로벌 환경에서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물었다. 다니엘 국장이 이끄는 사회혁신 기업 리더십 협의회(Corporate Leadership Council on Social Innovation)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민간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혁신가를 지원하겠다는 RISE 서약을 발표했다. 이 서약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이케아, SK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다.

◇ 사회혁신가 지원,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

다니엘 국장은 인터뷰에서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책임을 넘어 장기적인 경쟁력과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규제와 소비자 기대, 직원의 요구가 변화하면서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산한 12조 달러(한화 약 1경7000조 원) 규모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시장 기회를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보험회사 AXA는 포괄적인 보험 프로그램 AXA EssentiALL을 출범해 1400만 개 이상의 저소득층 가구에 저렴한 보험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미래 고객층의 필요를 충족하는 솔루션으로, 기업이 사회적 혁신을 기업 운영에 포함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세계경제포럼이 1971년 창립 이후 50년 넘게 옹호해 온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모든 이해관계자의 복지를 고려하는 방식입니다.”

다니엘 국장은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위해 민간 기업, 정부, 시민사회, 학계 간의 다차원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에 주목하며 “사회적 목적을 가진 기업에 보조금, 세제 혜택과 같은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사회적 기업을 공공조달에 참여시키거나, 금융 접근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공적인 사례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다농(Grameen Danone)’을 언급했다. 빈곤층을 위한 소액금융(마이크로파이낸스)으로 유명한 그라민 은행과 글로벌 유제품 기업 다논이 협력해 설립한 이 사회적 기업은 영양소가 풍부한 요구르트를 시중가보다 40% 저렴하게 제공하며, 지역 여성과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했다.

◇ AI와 빅데이터, 사회적 기업의 혁신 가속화 도구

AI와 빅데이터도 사회적 기업이 사회혁신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브라질의 사회적기업은 SAS Brasil은 AI를 활용해 자궁경부암 진단 속도를 높이고 진단 정확성을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흑인 데이터를 보완해 편향성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하지만 AI 투자 중 사회혁신에 할당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다니엘 국장은 “AI는 사회적 기업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더 많은 투자와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노박(Daniel Nowack)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사회혁신국장. /사회적가치연구원

슈왑재단은 현재 SK그룹 및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함께 성과 기반 자금(Outcome-Based Funding·이하 OBF) 도입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기업이 사회적 성과를 시장 가치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거래 가능한 임팩트(Tradable Impact)’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OBF 시장의 규모가 1850억 달러(한화 약 264조 원)에 이를 만큼, 임팩트 측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표준적이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식으로 임팩트를 측정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지역사회의 통찰을 반영하면서도 세밀하고 맥락을 고려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질적 평가와 표준화된 정량적 지표는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만 성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니엘 노박(Daniel Nowack)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사회혁신국장. /사회적가치연구원

그는 지역사회 보건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질병 유병률, 의료 서비스 접근성, 주민 삶의 질 같은 질적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그램이 실행된 지역의 주민 수, 훈련받은 의료 종사자의 수, 상담 시간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면 보다 명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질적 평가와 정량적 지표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때,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실질적인 성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니엘 노박 국장은 “OBF는 사회적 기업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금 지원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연구 결과는 2025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슈왑 재단의 2025년 주요 목표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전환(just and inclusive transitions)’의 실현이다. 다니엘 국장은 “공정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기반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며 “녹색 및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사회혁신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정부의 역할에 주목해 내년 1월 정부가 녹색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할 방법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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