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딱딱한 자선파티? 공연 즐기는 이색 자선파티!

청년 펀드레이저 마이크 김

“왜 부자들만 자선 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걸까.”

한인 2세인 마이크 김(32·작은 사진)씨가 의문을 가진 건 8년 전. 당시 미국의 유명한 자선 파티는 돈 많은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다.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펀드레이징(모금) 파티는 없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김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형식의 자선 파티를 기획했다. 이름하여 ‘레거시 커미티(legacy committee)’.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유산’을 물려주자는 뜻이다.

미상_사진_기부_마이크김_2016

의미는 좋았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처음 행사는 완전 망했어요(웃음). 57명을 초대했는데 10명만 왔으니까요. 혼자서는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힘들더라고요. 다음해에는 팀을 꾸렸어요.” 금융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사회적기업가 등 청년 6명이 모였다.’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 “파티에서 중요한 건 흐름(flow)입니다. 음악이 나오다가, 마이크 들고 말을 하면 분위기가 다운되잖아요. 바다에서 물고기 잡을 땐 그물을 던져서 최대한 많이 건져야죠. 우선 물고기를 모아야 회를 뜰 수 있지 않겠어요? 먼저 우리의 뜻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많이, 많이 모아야 해요.”

턱시도나 드레스를 입고 참여하는 여느 자선 파티와 비슷해 보이지만, 딱딱한 순서는 없앴다. DJ와 공연, 댄스까지 참가자들이 즐기도록 했다. 입장료(85~150달러 가량)를 내는 것만으로 기부자가 되도록 프로그램을 짠 것이다.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250명, 400명, 500명.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는 늘었고, 이제는 매년 1000명이 참여하는 젊은이들의 축제가 됐다. 술, 음식 등 물품 협찬을 하고 싶다는 기업들의 요청도 늘었다. 개인 입장료, 기업 기부금 등으로 모인 수익금은 샌프란시스코의 글라이드 재단(glide foundation)에 기부한다.

지난 7년간 ‘레거시 커미티’ 의장(chair man)을 맡았던 김씨. 그는 지난해 스타트업 ‘배달의 민족’에 스카우트돼 한국으로 왔다. ‘레거시(legacy·유산)’프로젝트는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은 와이파이도 엄청 빠르고, 어떤 사람은 가로수길에서 한 조각에 1만원짜리 비싼 케이크도 사먹기도 해요. 근데, 한국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사실 알아요? 충격받았어요.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잘 몰라요. 이걸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어요.”

먼저 마음 맞는 사람 8명을 모았다. 미국에서의 경험 덕분에 시행착오도 덜 겪었다. 지난해 여름,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칵테일 파티를 시작으로 연말에는 펀드레이징 파티 ‘더 화이트(The white)’를 열었다.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Korea legacy committee)’가 주최한 두 번째 모금 파티 ‘더 화이트(The White)’ 현장.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 제공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Korea legacy committee)’가 주최한 두 번째 모금 파티 ‘더 화이트(The White)’ 현장.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 제공

청년들은 드레스 코드를 하얀색으로 맞추고 파티에 참여했다. 3만원의 입장료로 음료와 디제잉 공연, 색소폰 연주 등 파티를 즐길뿐만 아니라 ‘기부자’가 되는 경험까지 하는 것. 네트워킹은 덤이다. 지난 연말 파티 수익금 300만원은 서울노인복지센터에 기부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3~4개월에 한 번씩 펀드레이징 파티를 열 계획이다. “코리안 레거시 커미티? 사람들이 지금은 몰라요. 그래도 한 번 왔던 사람들은 다음 번에 또 초대해달라고 해요. 재밌거든요. 샌프란시스코도 그랬어요. 한 번 가본 사람이 소문을 내면서 성장했거든요. 저절로 펀드레이징 규모가 커지는 거죠.”

돈 벌기도 바쁜 시대, 김씨는 왜 이런 일을 할까.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말이다. 20대부터 김씨가 일한 회사들은 소셜게임사 징가(Zynga), 비즈니스전문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링크드인(Linkedin) 등 쟁쟁한 스타트업들이다.

“지금 회사도 엄청 일이 많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이메일이 꽉 차있죠. 근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도 나의 일(job)이고, 운동도 내 일(job)이에요. 운동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우리보다 훨씬 바쁜 오바마 대통령도 매일 운동해요. 자선 활동도 마찬가지예요. 기부나 자원봉사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것은 변명이에요. 이것도 사회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나의 ‘일(job)’입니다. 지금 한국의 젊은 사람들 삶 힘든 거 알아요. 미국 청년들은 성인이 되면 다 독립해야 하거든요. 근데 월세가 엄청 비싸요. 3000달러 월세 때문에 3~4명이 같이 살면서도 자선활동해요. 얼마를 내느냐가 중요하진 않아요. 100원이 1000원이 되고, 나중에는 1만원이 될 거예요. 이건 후대를 위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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