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4일(목)

“소화제 팔아 독립운동 지원… 이젠 물 부족 국가 아이들 ‘생명 살리는 물’로”

동화약품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 기부상품 출시

소화제 ‘활명수’는 국내 최초의 신약이다. 1897년, 조선시대 왕의 경호 무관(선전관·宣傳官)이던 민병호가 궁중 비방에 서양의학을 접목시켜 개발한 것. 한국기네스협회는 1996년, 활명수와 이를 개발한 ‘동화약품(당시 동화약방)’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회사와 상품명으로 공식 인정했다. 사실 활명수가 개발된 당시에는 급체, 토사곽란(갑자기 토하고 설사가 나며 심한 고통이 따르는 위장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었다. 상품명처럼 그야말로 ‘활명수(活命水·생명을 살리는 물)’였던 셈이다. 한약은 달이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먹기도 불편한 반면, 병에 든 활명수는 손쉽게 먹을 수 있어 효과도 빨랐다. 그런 활명수의 연간 생산량은 1억병으로, 지금까지 약 84억병이 판매됐다. 활명수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25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올해로 창립 118주년, 동화약품의 ‘활명수’의 사회공헌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서 모델들이 동화약품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을 선보이고 있다. 약국에서 판매 중인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의 판매수익금은 물 부족 국가 어린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동화약품 제공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서 모델들이 동화약품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을 선보이고 있다. 약국에서 판매 중인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의 판매수익금은 물 부족 국가 어린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동화약품 제공

◇독립운동 자금줄에서 물 부족 국가 아이를 살리는 물로

활명수는 태생적으로 공익과 깊은 연관이 있다. 동화약품의 창립지(서울시 중구 서소문로9길 14)에는 ‘서울연통부’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일제 강점기 시기 상해 임시정부와의 비밀 연락기관인 ‘서울연통부’를 회사 내에 설치했기 때문. ‘서울연통부’의 당시 행정 책임자는 동화약방의 사장인 민강으로, 그는 활명수를 개발한 민병호의 아들이다. 활명수를 팔아 독립운동가의 활동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활명수 한 병 값은 50전으로,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건너갈 때, 돈 대신 활명수를 휴대했다가 현지에서 판매해 자금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소화제는 이제 118년의 역사를 가진 최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활명수는 연매출 460억원,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활명수 탄생 115주년을 맞은 2012년부터는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450mL 대용량 크기의 활명수 한정판을 기획·제작해, 판매수익금 전액을 물 부족 국가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프로젝트다. 윤현경 동화약품 커뮤니케이션팀 이사는 “활명수의 역사성을 살리면서 ‘생명을 살리는 물’의 현대적인 의미를 찾고자 했다”면서 “독립운동 당시 민중들의 생명을 살렸던 활명수가 이제는 전 세계 어린이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캠페인 취지를 밝혔다.

유명 작가들이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소비자들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지난 2013년에는 출시 116주년을 맞아 박서원(크리에이터), 홍경택(팝 아티스트), 권오상(사진조각가)씨가, 117주년 한정판은 이용백(미디어 아티스트), 이동기(팝 아티스트)씨가 디자인했다. 박서원씨는 광고제작사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이며, 홍경택씨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홍콩 크리스티 경매 최고가(9억7000만원)를 갱신하며 ‘가장 비싼 한국 작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안병욱 동화약품 OTC마케팅2팀 팀장은 “한 블로거는 약국에서 5병을 구매한 후기를 작성해 캠페인 취지를 소문내주기도 했다”면서 “아트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이 소비자의 관심과 동참을 유도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일선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약사들의 반응도 좋다. 활명수 판매처의 한 약사는 “좋은 일에 쓰이는 제품이라고 하니 약 복용법을 설명하고 권유하는 일도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 디자인.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 디자인.

◇소비자 참여형 사회공헌의 新모델 선보여

지난 10일에는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을 공개했다. 올해 출시한 ‘활명수 118주년 한정판’은 우리 민족의 고유 공예기법인 ‘나전칠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한정판 용기에는 활명수가 탄생한 시기(1897년)와 같은 19세기 말 작품 ‘나전칠 산수문 끊음질 이층롱’의 문양을 새겼다. ‘끊음질’은 나전칠기에 무늬를 놓는 한 기법으로, 가늘고 긴 직선 자개를 칼끝으로 눌러서 짧게 끊어 붙이는 것을 말한다. 동화약품은 이런 나전칠기 특유의 특성을 홀로그램박 기법을 이용해 구현해냈다. 색상은 빨간색과 검은색의 두 종류(450㎖ 용량)이다.

이번 활명수 한정판의 판매수익금 또한 2013년부터 진행해 온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 세계의 물 부족 국가 어린이들을 지원하게 된다. 윤현경 이사는 “소비자가 구매와 동시에 기부에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소비자 참여형 사회공헌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에는 민족과 함께 독립운동에 동참했다면, 21세기에는 소비자와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2013년, 2014년 판매 수익금 전액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기부했다. 올해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캠페인 활동을 이어간다. 지금까지 물 부족 국가에 전한 물 규모는 총 1250만L로, 1700여 명의 어린이가 한 해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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