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한수정의 커피 한 잔] 커피와 민주주의

“당신은 왜 커피를 마시나요?” 커피업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 질문은 늘 어렵다. 마치, 물은 왜 마시나요? 밥은 왜 먹나요? 이런 질문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커피는 각성제다. 아침에 출근하면 사무실 책상에 앉아 한두 모금이라도 마셔야 무엇인가 시작하는 느낌을 받는다. 진정한 하루는 이때 출발하지 싶다. 집에서 휴식하는 주말 아침에도 눈뜨면 일단 커피를 내린다. 그 따듯한 기운에 다시 이부자리로 파고들어 간다 하더라도 커피는 출발이다. 먹을 거 다 먹고도, 당 떨어지는 느낌이 심하게 들 때는 커피믹스가 제격이다. 커피믹스 한잔의 칼로리는 40~50㎉다. 밥 한 그릇이 300㎉인 데 비하면 식사를 대신하기는 어렵지만, 달콤한 그 맛은 식간 급한 불 끄기엔 제격이다. 커피는 리프레시다.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커피는 빠질 수 없다. 어려운 미팅일수록 약간의 긴장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주는 음료는 아마도 커피뿐일 것이다. 정신을 맑게 하면서도 차 한잔을 두고 커피 고르는 취향부터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커피는 중재자이기도 하다. 왜 커피를 마시냐는 질문이 무색하게도, 커피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커피는 수도승들이 밤새 기도하고 성서를 연구하기 위해 처음 마셨다. 그러나 높은 사람이 마시면 아랫사람도 마시고 싶고, 그 옆 사람도 마셔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계급과 돈으로 막혀 있어도 문화란 그렇게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대항해 시대의 범선들이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무역 항로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1497년 바스쿠다가마에 이어 콜럼버스도 항로 개척에 성공한다. 더 적극적인 공급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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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의 커피 한 잔] 오염자 부담의 원칙

글래스고 기후회의가 지난달 13일 막을 내렸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6년 만에 열린 당사국총회가 협상 마감 시간을 하루 남기고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약속은 거창하지만, 산출물은 미흡하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평가대로 단계적 탈석탄이 아닌 석탄 감축에 머무른 합의와 기온 상승 폭 1.5도를 훌쩍 넘긴 2.4도를 허용해버린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현재의 고통을 미래에 전가하며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었다. 아쉬운 가운데 몇 가지 진전도 눈에 띄는 진전도 있었다. 6년이란 시간을 끌어온 파리협약 6조의 ‘세부이행 규칙’이 완결되면서 국제 탄소 시장이 활성화될 길이 열렸다. 기껏 탄소를 배출해 놓고, 탄소 교환권을 매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속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기업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되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더불어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발도상국과 섬나라 정상들이 ‘원조가 아닌 보상’을 시행하라며 ‘오염자 부담 원칙’을 들고나온 것도 눈에 띈다. 기후위기의 무력한 피해자가 아닌, 권리를 침해당한 주권자로서의 자기 인식의 출발이다. 그간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가난한 나라들은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유국들에게 손실과 피해에 따른 보상금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부유국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보상이 아닌 국제협력’으로 선을 긋고 있다. 부자로서 의무는 하겠지만, 잘못해서 비용을 내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주머니에서 빼서 쓰나 저 주머니에서 빼서 쓰나, 부유국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은 같은데, 왜 지원금으로 국한하는 것일까. 영국 개발협력단체 옥스팜(OXFAM)은 2017~2018년 공공 기후적응 지원금의 80%가 차관으로 지원됐다고 집계했다. 차관은 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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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의 커피 한 잔] 일하는 사람들의 커피

90년대 초반, 대학생 농촌활동을 위해 충남의 한 지역에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농민과 학생이 연대한다’라는 모호한 말보다는 넓은 밭에 가지런하게 심겨진 푸른 먹거리들을 구경하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밭을 보면 그 댁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듯 반듯하게 정리된 들판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한번은 농민회 아저씨가 학생들 고생한다며 간식을 들자고 청했다. 집에 계신 아주머니께 전화를 한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읍내 다방 마담이 커피 보온병과 커피잔을 가지고 나타났다. 뾰족한 힐을 신고 논두렁 길을 걸어왔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병에서 커피 프림 등을 한 숟갈 뜨면서 아저씨, 아주머니와도 친하게 이야기했다. 여러 잔의 커피를 사람 수에 딱 맞게 만들더니 “아저씨, 나 지금 바빠서, 저기 배달 좀 갈게. 학생들 좀 있다가 봐” 한다. 대학생들이 이렇게 시골에 나타나면 귀한 손님 대접한다고 아저씨들은 안 하던 일을 벌이신다. “맛있지유?” 아저씨가 자부심 어린 표정으로 물으시는데, 여자 종업원이 따라 주는 커피를 어린 여자인 내가 손님이 되어 먹는 것이 편할 리 없다. 1987년 커피 수입자유화 조치로 원두커피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인스턴트 커피는 여러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커피 매장은 ‘카페’와 ‘다방’으로 나뉘어 각각 원두와 인스턴트 커피를 팔았다. 다방들은 고급 이미지의 원두커피에 상대할 힘을 얻기 위해 ‘음악다방’이나 ‘티켓다방’으로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방의 등장은 음악다방의 운명도 위태롭게 했다. 티켓다방은 점점 도시의 변두리로 밀려났다. 시골에서도 이런 현상은 있었는데, 서로 다 아는 지역사회에서 티켓을 ‘세게’ 팔 수는 없고,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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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의 커피 한 잔] 쓰레기 만드는 기업

‘예쁜 쓰레기’. 형용 모순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진행된 ‘화장품 어택(attack)’ 캠페인은 모순된 단어의 조합인 ‘예쁜 쓰레기’의 존재를 우리에게 확인시켜주었다.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은 화장품 용기는 예쁘기만 할 뿐 거의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이며, 정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서 화장품 회사만 제외해 특혜를 주고 있다고 폭로했다. 화장품 회사는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다양한 재질의 장식, 부속품을 화장품 용기에 붙인다. 또 단가가 낮고 휴대성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대부분 소용량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런 용기는 재질과 크기의 문제로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하다. 사실상 90% 이상의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라벨이 붙어야 하는데, 화장품 업계는 수출 진작과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을 이유로 들며 이 행정예고를 번번이 피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들의 어이없음은 충격과 허탈의 롤러코스트를 거쳐, 분노로 조직됐다. 2주간 8000개의 ‘예쁜 쓰레기’를 모은 시민들은 화장품 회사의 사옥 앞에서 화장품 용기 쓰레기를 펼쳐 놓고 요구했다. “쓰레기를 만든 사람이 책임져라!” 한국사회에 기후시민의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캠페인만큼 풀뿌리가 스스로 움직인 적이 있었을까. 그간 기후변화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개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안타까워만 하던 시민들이, 구체적인 범인으로 화장품 회사를 지목하고 그들을 법과 제도로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 캠페인을 확산하고, 자신뿐 아니라 지인들을 독촉해 빈 화장품 용기를 모았다. 전국의 제로웨이스트 가게, 로컬푸드 상점, 공정무역 카페 등이 수거장소로 등록하면서 일이 커졌다. 쓰레기가 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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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의 커피 한 잔] 평온한 바다를 위한 절반의 책임

수산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 화제다. 지난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씨스피라시’.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의 합성어로, 해양수산업의 이면을 떠받치고 있는 물고기 남획 및 학살,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산업 어구 등을 다룬 이야기다. 다큐의 출발은 해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우며 바다를 지키고 보호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플라스틱 빨대가 코 끝에 박혀 고통받는 바다거북이와 그물에 몸이 감겨 발버둥치는 해달과 같은 약한 것들에게 연민할 줄 안다. 그리고 자원봉사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러 살찐 다랑어와 잘 손질된 새우를 사 먹는다. 이것이 조금 전 실천한 바다 보호 활동을 거스르는 일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영양분의 원천인 어패류를 저렴한 가격에 먹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기 전, 인류는 바다 자원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고, 이는 잦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이어졌다. 네덜란드와 전 유럽을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염장 청어도 1358년 변방의 어부 빌렘 벤켈소어가 생선의 내장을 단번에 제거할 수 있는 손칼을 발명한 덕분이었다. 이 손칼로, 어부들은 시간당 2000 마리의 청어를 손질할 수 있었고, 바로 염장한 청어는 1년동안 상하지 않고 밥상위에 오를 수 있었다. 보존에 자신감을 갖게 된 어부들은 더 멀리 나가 조업을 했고, 늘어난 포획량은 유럽내 상거래를 촉진시켰다. 청어 무역이 발달하면서, 당연히 항해도 발달하게 되었다. 이는 조선업을 발달시켰고, 또한 해운업과 물류산업을, 그리고 무역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17세기 삼각무역의 강자로 떠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모든 기술의 진보에는 생활수준의 향상이라는 빛과

“카카오 산업서 아동 강제노동 멈추라”… 초콜릿 기업은 ‘묵묵부답’

초콜릿 기업이 아동노동 근절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고 있다. 6일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아름다운커피는 초콜릿을 제조 또는 수입·판매하는 국내 주요 기업 6곳에 카카오농장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한 곳을 제외한 다섯 기업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커피와 비영리단체 보니따는 지난 2월 국내 초콜릿 시장 점유율이 높은 농심,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제과, 크라운제과, 매일유업 등 6개 기업에 ‘카카오농장의 아동노동 착취 근절을 위한 제안서’를 보내 답변을 요구했다. 제안서에는 ▲초콜릿 공급사슬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키기 위한 기업 윤리강령 발표 ▲아동노동 착취 없는 공정무역 카카오 사용 계획 공표 ▲기업의 카카오농장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노력 홈페이지상 공지 등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번 요구는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제기된 카카오농장에서 벌어지는 아동노동 착취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월 네슬레, 허쉬 등 글로벌 초콜릿 기업 7곳은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아동 강제노역을 방조한 혐의로 피소됐다. 원고인 아프리카 청년 8명은 코트디부아르 카카오농장으로 팔려가 수년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다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는 ‘2018~2019 아동노동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 최대 규모 생산지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5~17세 아동 156만명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했고, 이 가운데 148만명이 위험한 업무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일부는 인신매매를 통해 수년간 노동착취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아동노동 근절 요구에 답변을 내놓은 곳은 매일유업에서 수입·유통하는 글로벌 기업 ‘페레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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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의 커피 한 잔] 카카오 농부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면

지난해 4월 가나 정부의 카카오위원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나의 카카오 산업이 약 10억달러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커피나 코코아 등 기호식품 관련 산업은 업종에 따라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도 개발도상국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전염병 통제가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은 국가 봉쇄와 이동 금지 등의 조치가 내려지면서 수출에 필요한 행정 처리나 물류가 지연됐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생산자들에게 돌아갔다. 가나와 인접한 코트디부아르 상황도 비슷하다. 서아프리카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곳의 공급이 원활치 않음은 곧바로 시장 가격의 요동을 의미하고 이것은 산업의 지각 변동을 뜻한다. 어쨌거나 팬데믹은 개발도상국에 산업 손실을, 선진국의 다국적 제과 회사엔 쏠쏠한 이익을 남겼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도 손 놓고 당하지만은 않았다. 두 나라는 지난해 10월부터 카카오 거래 시 톤당 400달러의 고정 프리미엄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격 정책 변화는 전년부터 계속 예고한 사안이기도 했다. 마하무두 바우미아 가나 부통령은 “OPEC처럼 코코아 생산국을 모아 ‘코펙(Copec)’을 결성해 코코아 농장의 가난 문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하며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서아프리카 카카오 산업은 ‘어린이 강제 노동’이라는 오명을 수십 년간 뒤집어써야 했다. 끝없이 떨어지는 카카오 가격 때문에 어른들은 더 이상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 도시의 슬럼가로 나가면 하루에 1달러는 벌 수 있고, 부자 나라로 이주노동을 떠나면 집 한 채 살 돈은 마련해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시골 농장에서

[소셜섹터가 바란다] “변질된 임팩트투자, 낡은 제도…2021년엔 달라지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체인지메이커 육성·지원 기관인 루트임팩트와 함께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2020 소셜벤처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매출, 투자 유치, 사회적 가치 창출… 소셜벤처 65% “올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소셜벤처 대표나 사회적경제 관계자 등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소셜 섹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이들의 답변은 제도적 장벽, 사회적가치보다 수익성에만 집중한 투자 행태 등 다양한 분야를 짚었지만 결국 사회적가치 창출이라는 소셜섹터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모였다. 설문 응답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미성년자 대상 비대면 실시간 화상수업은 ‘원격교습소’로 등록해야 할 수 있는데, 원격교습소는 제도상 VOD사업소를 지칭하고 있어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선 별도 사무실을 얻고 VOD용 영상 교재를 만들어야 하며, 시간제 요금도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교육은 ‘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사가 아동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식이라, 사무실을 얻거나 교재를 만들어야 사업 허가를 해주는 현행 제도와는 맞지 않는다. 실시간 비대면 교육 제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바란다”   권기효 멘토리 대표  “비대면 교육의 핵심은 온라인을 통한 양질의 교육 제공이다. 그러나 각급 학교에서는 실시간 비대면 교육보다는 녹화된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수업하다 보니 제대로 교육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교육 업체와 일을 할 때도 교육 철학이나 방향, 청소년의 성장에 대해서 논의하는 경우는 없고, 계약부터 성과 보고까지 전화나 메일로만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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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칼럼] 기후변화 저감시키는 ‘유통의 힘’

지난 9월 24일,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기후서약 응원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4억 5000개의 취급제품 중, 생산과정이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하는 제품들을 선별해 온라인상에서 아마존의 특별 배지를 부여했다. 온라인 쇼퍼들은 이 배지를 식별함으로써 환경과 미래를 위한 소비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마존은 밝혔다. 아마존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갑작스런 이벤트가 아니다. 2019년 그들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선언’을 통해 “파리협약보다 10년 먼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후서약(Climate Pledge)에 가장 먼저 서명한 뒤 ▲숲 재–조림을 위한 1억 달러 투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소 프로젝트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전기배송차량 10만대 구입 등 거대 기업다운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이번 응원 프로그램 론칭을 위해 시중에서 통용되던 수백 개의 인증마크를 재평가해 환경적으로 기후변화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19개의 마크를 최종 선정했다. 이 마크들은 생물다양성 지원, 유기농법 시행, 공정한 가격과 노동인권 보호, 유해 화학물질사용 최소화, 탄소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보증한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선보인 ‘콤팩트 바이 디자인(Compact by Design)’ 인증이다. 일반 유통 매대에서 필요한 화려하고 눈에 띄는 비규격 포장을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단순한 육면체 포장, 내용물 포장 시 빈 곳 최소화, 내용물을 최대로 담을 수 있는 포장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아마존의 두 가지 관점이 보인다. 하나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자사의 물류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이다. 실리도 챙기면서 이런 명분을 등에 업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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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칼럼] 기후변화와 공정무역

지난 8월, 유래 없는 긴 장마가 한국을 덮쳤다. 가옥이 물에 잠기고, 제방이 터져나갔다. 소떼와 자동차가 뒤섞여 떠내려가는 풍경은 여기가 21세기 초일류국가 한국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이 비의 이름은 기후변화입니다”라는 한 장의 카드뉴스를 보며, 우리 삶 깊숙이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기를 비로소 알아차린 한 철이었다. 사실, 도시의 삶은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매우 어렵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근해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 들어 앉는다. 점심 먹는 잠깐 사이의 더위를 참지 못해 일회용 컵에 아이스커피를 마신 후, 집에 돌아와 냉장고와 선풍기의 도움을 받으며 잠에 든다. 높은 습도에 매일 하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고 열 건조기 사용량도 늘어난다. 냉방병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인 여름철을 보내는 도시인들에게 기후변화는 8월 장마철의 잠깐 이야기일 뿐이다. 추석 즈음 과일 값이 폭등하게 된다면, 기상관측사상 가장 길었다던 장마와 기후변화를 혹시 떠올릴 수 있을는지. 기후변화의 아이러니는, 기후변화에 가장 적은 책임을 진 사람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고,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종일 바깥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 몸 하나를 무기로 삼는 일용직 노동자, 그리고, 전 지구의 80% 먹거리를 길어 올리는 소농들의 이야기다. 대표적인 소농의 작물인 커피. 커피 생산국 에티오피아는 1960년에서 2006년 사이 평균온도 1.3도가 오르며 지난 몇 년 명성대비 낮은 품질로 커피인들의 애를 태웠다. 멕시코, 콰테말라, 온두라스의 강수량은 1980년대 이후 15%나 줄었다. 2050년까지 현존하는 커피경작지 50%는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실증하는 사례들이다. 커피섹터에서의 기후변화는 ‘병해충의 세계화’다. 콩고에서 시작한 커피천공충(Coffee berry borer)은 보통 재배고도 1500m 아래에서만 발견됐다. 그러나 커피산지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1500m 이상 고도에서도 발견되며, 연간 5억 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킨다. 천공충 발생 초기, 기온이 낮은 높은 고도로 점진적으로 경작지를 옮겼던 세계 각지의 농부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2014년 엘살바도르 커피의 70%를 날려버린 커피녹병(coffee leaf rust)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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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칼럼] 네슬레, 킷캣 초콜릿에서 공정무역을 지우다

커피 카카오 영역의 절대 강자 ‘네슬레’. 2009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콜릿바 ‘킷캣(KITKAT)’의 카카오와 설탕을 ‘공정무역 인증’ 제품으로 바꾸면서, 6000여 아프리카 농부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겨우 10년을 버텼다. 네슬레는 코로나와 기후 위기로 개도국 농업 섹터가 가장 취약해진 지난 6월, 공정무역 원료 구매 중단을 선언했다. 엄청난 계획이라도 있나 들여다봤더니 카카오는 ‘열대우림동맹인증(Rain Forest Alliance)’ 원료를, 설탕은 ‘비트’에서 추출한 영국산을 쓰겠단다. 그리고 점진적으로는 자사의 내부 인증 체계인 ‘코코아 라이프’를 준용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영국 최대의 공정무역 제품 취급점이라고 뻐기던 ‘세인즈베리’도 2017년 비슷한 일을 벌였다. 25만명의 공정무역 농가조합과 거래하던 차(tea) 라인에서 공정무역 인증을 뗐고, ‘fairly trade’라는 자사 로고를 붙인 PB 제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네슬레나 세인즈베리가 내놓은 어떤 계획도 농민들의 최저 임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쉬운 방법으로 명분은 챙기고 비용은 절감한 셈이다.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나온 이후, 지난 15년간 선보였던 450여 개의 마크나 계획이 대체로 환경과 가치를 수호한다는 내용이니 어떤 마크가 ‘찐 마크’인지 식별해야 하는 소비자의 피로는 극심해진다. ‘권력과 통제(Power and Control)’. 거대 식품 기업이 밸류체인에서 갖기를 욕망하는 것들이다. 네슬레, 몬델라즈, 스타벅스 정도의 식품 기업들에 어쩌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공정무역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정무역에 참여했다는 명분으로 마케팅하고, 별도의 사회공헌 없이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니 비용 면에서 나쁜 거래는 아니다. 다만 공정무역 가격과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공동체 발전기금(Social Premium)’이 그들의 마음에 걸릴 것이다. 농부들은 협동조합 내 위원회를 통해

국경은 못 넘지만… 현지 인력 키워 도움의 손길 이어나간다

[언택트 시대, 진화하는 제3섹터] ①국제개발협력 “냐루타라마 지역 어때요? 주민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와 그 가족인데, 부모가 오랫동안 일을 못해 영양실조 상태인 아이들이 많아요.”(그레이스) “분배는 지역 공무원에게 도움받으면 좋겠네요. 제가 연락할게요.”(시프리엔) 지난 6일(현지 시각)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에서는 열띤 토론이 열렸다. 키자미테이블은 식당을 운영하며 지역 청년을 고용하는 소셜벤처다. 이날 직원들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는 ‘언택트(untact·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평소라면 엄소희, 류현정 공동대표와 현지 직원들이 둘러앉아 의견을 나눴겠지만,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 직원은 모두 귀국한 상황이다. 키자미테이블은 화상회의를 중심으로 한 언택트 소통을 사내에 도입했다. 엄소희 대표는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에 빠진 직원들을 다독이고 현장 상황도 파악할 겸 언택트 회의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직원들의 자율성과 사기가 오르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현지 직원들은 결정 권한이 있는 일까지도 대표에게 물어보곤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현지 직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 선정, 식자재 수급법, 분배 과정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내놨다. “현지 직원들에게 주도권을 주자” 언택트 개발 협력의 핵심 국제개발협력에도 언택트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NGO, 소셜벤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은 코로나19로 국가 간 왕래는 물론 개도국 내 이동까지 어려워지면서 사업 대부분이 ‘올스톱’됐다. 이들은 기존 사업을 비대면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의 개발 협력 모델 구상에 돌입했다.기존 국제개발협력사업은 공여국 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