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7일(목)

[한수정의 커피 한 잔] 평온한 바다를 위한 절반의 책임

[한수정의 커피 한 잔] 평온한 바다를 위한 절반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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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수산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 화제다. 지난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씨스피라시’.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의 합성어로, 해양수산업의 이면을 떠받치고 있는 물고기 남획 및 학살,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산업 어구 등을 다룬 이야기다.

다큐의 출발은 해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우며 바다를 지키고 보호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플라스틱 빨대가 코 끝에 박혀 고통받는 바다거북이와 그물에 몸이 감겨 발버둥치는 해달과 같은 약한 것들에게 연민할 줄 안다. 그리고 자원봉사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러 살찐 다랑어와 잘 손질된 새우를 사 먹는다. 이것이 조금 전 실천한 바다 보호 활동을 거스르는 일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영양분의 원천인 어패류를 저렴한 가격에 먹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기 전, 인류는 바다 자원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고, 이는 잦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이어졌다. 네덜란드와 전 유럽을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염장 청어도 1358년 변방의 어부 빌렘 벤켈소어가 생선의 내장을 단번에 제거할 수 있는 손칼을 발명한 덕분이었다. 이 손칼로, 어부들은 시간당 2000 마리의 청어를 손질할 수 있었고, 바로 염장한 청어는 1년동안 상하지 않고 밥상위에 오를 수 있었다. 보존에 자신감을 갖게 된 어부들은 더 멀리 나가 조업을 했고, 늘어난 포획량은 유럽내 상거래를 촉진시켰다. 청어 무역이 발달하면서, 당연히 항해도 발달하게 되었다. 이는 조선업을 발달시켰고, 또한 해운업과 물류산업을, 그리고 무역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17세기 삼각무역의 강자로 떠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모든 기술의 진보에는 생활수준의 향상이라는 빛과 더불어, 더 많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그림자도 따르는 법이다. 발달된 조선업과 항해술은 뱃머리를 아프리카로 돌리게 했다. 신대륙에서 일할 값싼 노동력을 납치해 유럽의 욕망을 채울 경작지를 일궜다. 남미의 커피, 설탕, 면화는 다시 구대륙에 팔리고 이것은 총기와 보석이 되어 아프리카의 노예를 잡는 밑천이 됐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인류는 굶주림에서 해방되었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고, 커피를 마시며 민주주의를 이야기했지만, 그 모든 욕망은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 인력 자원을 모두 절멸시키고도 남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싸고 아름다운 옷을 만들기 위해, 동남아 스웻샵은 쉴 새 없이 의류를 만들어 각 대륙의 할인점에 전시한다. 로힝야의 난민 어린이가 온 종일 찬 물에 손을 담가가며 깐 새우는, 우리 저녁밥상 된장국에도 쉽게 넣어 먹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대에 공급된다. 그러나 절반은 남겨진 채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 유엔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하나로 ‘음식쓰레기 절반 감축’을 꼽았다.

이 다큐가 아이러니한 것은 바다오염의 주범은 해양수산업이고 그들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전체의 50%라는 통계 때문이다. 기업도 문제지만, 이 뻔한 생산과정을 알고도 ‘맛과 가성비’ 소비라는 이유로 분별없는 구매를 멈추지 못하는 개인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못 먹어서 병나는 사람보다 너무 먹어서 병이 나는 사람들이 많다. 밥을 먹고 나면 배를 꺼뜨리기 위해서 걷고 뛰고 운동을 한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세상, 욕망의 러닝머신에서 내려오자. 시스템이나 구조를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하면 된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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