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볼로냐(Bologna)’ 지역에는 대기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 동네이며, 실업률은 3.1%에 불과합니다(서울은 4.7%). 협동조합의 힘 때문입니다. 4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지역경제를 이끌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전남 구례군의 ‘구례자연드림파크’가 대대적인 오픈 행사를 가졌습니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iCOOP)’ 생협의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만든 생산단지로, 2011년 5월 부지가 확정된 이후 3년 만에 완공됐습니다. 라면, 막걸리, 제분, 한과, 베이커리 등 18개의 생산 공장과 물류시설,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갖췄고, 녹지와 공원도 갖춘 대단위 시설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3000여명의 아이쿱 생협 조합원, 사회적경제 분야 전문가,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김성현 구례군 의회 의장은 “유럽의 성공한 협동조합을 공부해보니, 협동조합 잘되는 곳은 경제 파동도, 금융 사고도, 카드 대란도 없더라”며 “이제 구례도 살길이 생겼다”고 기대를 높였습니다.
지리산 자락 14만9336㎡(약 4만5000평) 대지에 준공된 구례자연드림파크에는 총 623억원이 투입됐습니다. 고용 인원은 400명 정도입니다. 이 중 80%가 전남 및 구례 지역민입니다. 지금까지 구례에는 50인 이상 고용하는 기업이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이재 의원(새누리당)은 “1인당 고용에 1억5000만원 정도가 투입된다는 것은 매우 높은 투자 대비 고용률”이라며 “최근 짓는 공장들이 대부분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어서, 1조원을 투자해도 고용효과는 1000명에 그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생산성이라고 가정하면, 협동조합이 영리 기업보다 일자리 경쟁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1980년대 초까지 ‘몬드라곤’에선 신입 직원과 상임이사의 급여 차이가 3배를 넘지 못하는 소위 ‘연대임금제’를 지켰고, 지금도 비율 차이만 있을 뿐 그 정신은 지켜지고 있다”며 “일반 기업은 주주나 임원급들에게 많은 급여를 주지만, 협동조합은 그 돈을 채용으로 돌려 조합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형적인 농업도시인 구례도 일자리의 힘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일까요. 농업 경쟁력이 떨어지며 구례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2004년 3만명을 기록한 이후 2012년 2만7000명까지 떨어졌던 구례의 인구가 구례 단지가 마무리되던 작년 말, 10년 만에 처음으로 180명 늘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