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해양수산 스타트업이 뜬다] 진입장벽 높은 해양수산업에 투자사가 주목하는 이유

[인터뷰] MYSC 강신일 부대표, 이예지 비즈니스최고책임자

해녀의 삶을 담은 연극 공연과 함께 해산물 요리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해녀의부엌’. 해양 사고로 유출된 기름을 회수하는 로봇을 개발한 스타트업 ‘쉐코’. 폐어망 등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기술기업 ‘넷스파’까지. 모두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투자 기관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발굴한 해양수산 스타트업이다.

MYSC는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스타트업을 지난 2019년부터 발굴·육성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발굴한 스타트업은 총 23곳. 이 중 10개사에는 총 8억6000만원을 직접 투자했다. MYSC는 앞으로도 해양수산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만난 MYSC의 강신일 부대표와 이예지 CBO(비즈니스최고책임자)에게 해양수산 분야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를 물었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만난 엠와이소셜컴퍼니의 강신일 부대표와 이예지 CBO(비즈니스최고책임자)는 "지금은 해양수산 분야에서 임팩트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는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만난 엠와이소셜컴퍼니의 강신일 부대표와 이예지 CBO(비즈니스최고책임자)는 “지금은 해양수산 분야에서 임팩트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는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해양수산 스타트업의 매력이 뭔가?

이예지=4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찾는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해양수산업은 미래산업이고, ‘블루카본’ ‘블루푸드’ 등 우리는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기후위기는 글로벌 차원의 이슈이기 때문에, 해양수산 분야 스타트업들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만 갖고 있다면 해외로 뻗어나갈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초기 단계지만 분명한 기회로 보고 있다.

-4년 새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강신일=한국의 지속가능한 해양수산업에 대한 논의는 최근 활성화됐고, 관련 스타트업들도 이제 막 꾸려지기 시작했다. 관련 스타트업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특히 해양수산업의 경우 대규모 인프라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신생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다.

이예지=업종 자체 특성상 소규모 어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고, 종사자의 연령대도 고령화돼 있기 때문에 젋은 창업가의 유입이 많지 않다. 그래도 최근에는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결합)를 기반으로 수산물을 활용해 대체육을 만든다든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해양수산업의 밸류체인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젊은 창업가들의 유입이 많지 않다고?

이예지=특이하게도 20~30대보다는 50대 이상이 많다. 은퇴 후 해양수산 분야 창업에 뛰어드는 건데, 아무래도 전문성도 필요하다 보니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해양수산 분야의 여성 창업가 비율은 25%가 채 되지 않는다. 청년·여성 창업가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현재 MYSC의 미션 중 하나다.

-육성 기업을 어떻게 발굴하는지 궁금하다.

강신일=진부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당연히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를 모두 고려한다. 임팩트를 통해 재무적인 성과도 창출할 수 있는 팀들을 찾고 있다. 일례로 올해 육성한 팀은 총 6곳이다. ▲씨케이브(프리미엄 씨퀴테리(Seacutier·수산물을 활용한 대체육) 제조·유통) ▲성숙과숙성(지역 수산자원의 재해석) ▲쿨베어스(해적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하이브리드 골프웨어 제작) ▲케이팩(종이소재를 활용한 환경오염 저감형 제품 생산) ▲셀쿠아(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수산동물 세포 연구) ▲그린오션스(굴껍데기 폐기물 자원화) 등으로 조금씩 열매를 맺어나가고 있다.

-특수 분야라 일반적인 스타트업 육성 방식과는 다를 것 같다.

이예지=‘맞춤형 액셀러레이팅’이 핵심이다. MYSC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100곳 넘는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팀들에 동일한 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업계마다 시장의 규모가 다르고, 각 팀마다 사업 진행 속도, 단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은 해당 팀의 단계를 진단하는 걸로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임팩트에 대한 이해, 마케팅 방식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강신일=또 다른 방법으로는 ‘오피스 아워(Office Hour)’라는 수강신청 방식의 컨설팅이 매주 2회 정도 진행된다. ‘조직운영’ ‘마케팅’ ‘위기관리’ 등 다양한 주제로 컨설팅이 열리면 각 팀들은 원하는 주제의 컨설팅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각 팀마다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고안해 냈다.

-액셀러레이팅이 끝난 후에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

이예지=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4~5개월간 진행되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기본적인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MYSC의 강점 중 하나가 사후관리인데, 오픈이노베이션(기업의 내부 자원이나 기술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전략)을 추구하는 대기업들과 스타트업을 연계한다. 대기업과 연계된 스타트업은 폭넓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강신일=즉 액셀러레이팅이 끝나도 지속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그 팀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MYSC가 직접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강신일=‘문제의 크기가 곧 시장의 크기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침적쓰레기(어구), 미세플라스틱 등 해양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스타트업들이 풀어낼 수 있고, 이건 결국 시장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MYSC 같은 투자사들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해양수산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이예지=지난 9월 열린 ‘소셜밸류커넥트(SOVAC)’에서 MYSC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함께 세션을 운영했다. 여기에 우리가 육성한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운영하면서 비즈니스모델을 설명하고, 어떤 사회적 임팩트를 갖고 있는지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당시 우리 세션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렸다. 의자가 부족해 업계 전문가들, 기업 관계자들이 바닥에 앉아서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 정말 해양수산 분야가 뜨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지금이 기회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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