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휠체어 사용자도 ‘홈트’ 하세요”

[인터뷰] 김강 캥스터즈 대표

“장애인에게 운동은 생존의 영역입니다. 특히 휠체어를 스스로 조정하는 일에는 많은 힘과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빠르고 적절한 강도의 운동이 필요하죠. 그러나 장애인의 운동 접근성은 아직 열악하기만 합니다. 홈 트레이닝과 실내용 운동 기기처럼 휠체어 사용자가 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운동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죠. 그러다 ‘휠체어’와 ‘트레드밀(treadmill·러닝머신)’ 그리고 ‘피트니스 콘텐츠’라는 생소한 조합을 만들어냈습니다.”

지난달 22일 만난 김강 캥스터즈 대표는 “누구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캥스터즈 제공
지난달 22일 만난 김강 캥스터즈 대표는 “누구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캥스터즈 제공

지난달 22일 경기 안산시 사무실에서 김강(31) 캥스터즈 대표를 만났다. 2020년 설립된 캥스터즈는 장애인 보조기기를 만들어 운동 약자를 위한 통합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휠체어 이용자가 스스로 트레드밀에 탑승해 운동할 수 있는 ‘휠리엑스’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 보조기기 사업은 대부분 이동, 즉 야외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캥스터즈는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가정 안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휠체어 사용자도 집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보호자 도움 없이 이용자 스스로 휠체어를 타고 트레드밀에 올라갈 수 있다고요.

“유사한 해외 제품들은 경증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최중증 장애인의 경우 상체의 관절 가동범위(ROM)가 좁고 힘이 부족하거든요. 최대한 많은 분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반신반의하곤 해요. 하지만 휠체어를 이동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가장이 마트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됐어요. 캥스터즈의 원동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되나요?

“한양대학교와 함께 임상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실제 휠체어 이용자 16명이 6주간 ‘휠리엑스’를 이용했을 때 체중과 복부 지방이 줄어들었고, 상체 근력과 심폐지구력이 각각 38%, 52%씩 향상됐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표는 바로 관절 가동범위였습니다. 휠라테스나 휠라로빅 콘텐츠는 상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요구해요. 유연성 운동이나 호흡법이 관절에도 영향을 미친 거죠. 휠리엑스가 단순히 러닝머신 기능만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셈입니다.”

-‘휠라로빅’이라니, 생소한 분야인 것 같아요.

“휠리엑스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휠라로빅과 휠라테스부터 휠체어 스피닝까지, 신체 여러 부분을 단련시킬 수 있어요. 운동 기록을 측정하면 장애 정도와 신체 능력 등을 고려해 맞춤 운동 콘텐츠를 추천해 줍니다. 경쟁이나 협력이 가능한 피트니스 게임 서비스도 제공되고요. 현재는 휠체어 레이싱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재활 기기 산업에서도 이 정도 기술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드는 거죠. 오는 9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재활복지 산업전시회 ‘레하케어’에서 최초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휠리엑스가 출시됐을 때 시장 반응은 어땠나요?

“작고 보수적인 재활 보조기기 시장 특성상, 사업에 뛰어든 젊은 청년들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어요. 응원의 목소리가 크긴 했지만, 호불호가 심했던 것도 사실이죠. 그래도 기업들과 공공기관 반응이 특히 좋았습니다. 장애인 복지관이나 장애인 체육시설 등 기관에 배치해 휠리엑스를 최대한으로 노출하는 방향을 목표로 잡았어요.”

-현재 성과도 궁금한데요.

“지난해 12월 휠리엑스가 출시됐고, 지금까지 약 80대가 판매됐습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도 100명을 넘었고요. 휠리엑스가 고가 운동 장비인 점을 감안했을 때,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시설과 기관 영업이 주로 이뤄졌고,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개인 프로필을 만들어 접속할 수 있으니 실제 이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해외로 시장을 넓혀 3년 안에 3만 명 정도의 이용자를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휠체어 이용자가 스스로 트레드밀(treadmill·러닝머신)에 탑승해 운동할 수 있도록 한 ‘휠리엑스’ 운동 기기. /캥스터즈 제공
휠체어 이용자가 스스로 트레드밀(treadmill·러닝머신)에 탑승해 운동할 수 있도록 한 ‘휠리엑스’ 운동 기기. /캥스터즈 제공

“가족에 대한 사랑을 원동력으로”

-가족 중에 휠체어 이용자가 있나요?

“캥스터즈 직원의 절반 정도는 장애가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직원들도 대부분 장애나 휠체어와 관련된 경험을 가졌고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캥스터즈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캥스터즈는 비즈니스와 기술 위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죠.”

-휴대용 휠 클리너 ‘휠스터 미니’도 그렇게 탄생했겠네요.

“휠체어 바퀴는 다리와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다리를 닦아주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이용자가 휠체어에 탄 채로 손바닥 크기의 패드 위에 올라가 바퀴를 굴리면 솔이 바퀴에 낀 이물질을 털어주는 방식입니다. 미니 스틱에 물티슈나 부직포 티슈 등을 끼우면 원하는 방법으로 바퀴를 세척할 수도 있어요. 세척도, 먼지 제거도 가능한 거죠. 전 세계 유일한 휴대용 휠 클리너입니다.”

-캥스터즈가 세계 최초라는 게 놀라운데요. 비슷한 제품이 없었나요?

“덴마크에 가정용 휠 클리너 제품이 있어요. 그러나 가격대가 높고 이용하는 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앞바퀴 세척도 불가능하고 휴대도 어렵고요. 휴대가 가능한 휠 클리너는 캥스터즈가 최초입니다. 사실 휠리엑스도 국내 최초 제품입니다. IT 강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시도가 없었다는 게 놀라웠어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휠체어는 표준화되지 않은 제품이에요. 모양과 형태가 다르죠. 최대한 많은 휠체어가 올라가는 유니버셜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두 명의 휠체어 이용자를 캥스터즈의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따로 휠체어 사용자 자문단을 꾸려 꾸준히 조언을 받았고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대화를 나눴어요.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간극을 줄여나갔습니다.”

-첫 피드백이 궁금한데요.

“경쟁사 제품들을 수입해 분석해 보니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런데 오판이었죠. 첫 시제품은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 혼자 트레드밀에 올라가는 것조차 어려웠어요. 1년 동안 7번이 넘는 모형 제작 과정을 거쳤습니다. 꾸준히 피드백을 받으며 조금씩 개선해나갔어요. 지금은 기능이나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품질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의 사업 확장 계획은요?

“재활 보조기기 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곧 장애인 복지 혜택 큐레이션 서비스도 출시되고요. 최근엔 장애 전문 엔터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나 IT 솔루션 기업 ‘에어패스’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캥스터즈를 알리고 파트너와 바이어를 발굴하기 위해 제품 판매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와 오프라인 행사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누구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에요. ‘자전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휠체어 트레드밀’ 하면 모두가 캥스터즈를 떠올리는 날이 왔으면 해요. 그리고 언젠가 장애와 비장애가 구별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강지민 청년기자(청세담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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