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
“중·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아이들이 어떤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수입이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래를 계획하고, 미래에 투자할 여유가 없죠. 이 친구들에게 엑셀을 가르쳐준 적이 있어요. 기초적인 내용만 알려줬는데도 이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내놓더라고요. 단순한 엑셀 교육이 아이들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된 거죠.”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가 말했다. 구구컬리지는 ‘99%를 위한 교육’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모든 직원이 개발자 출신이라는 특성을 살려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해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한다. 충분한 교육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IT기술에 대한 강의를 제공한다.
-왜 99%라는 수치를 선정한 건가.
“1%라고 하면 상위 1%를 떠올린다. 이들은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학습에 제약이 있는 나머지 99%를 위한 교육을 하자는 의미에서 이 수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이다. 사실은 100%, 모두가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구구컬리지 설립은 지난해에 했지만, 정확히는 2015년부터 이어져 온 사업이다. 삼성전자를 2014년에 그만두고 경기 성남에 있는 ‘일하는 학교’에서 학교 밖 청년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한 친구에게 엑셀 사용법을 가르쳐줬다. 그 친구가 엑셀 기술을 재밌게 배우더니 얼마 후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삶에 대한 계획을 열정적으로 세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일을 계기로 교육 불평등 해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구구컬리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ㄱㅈㄱㅅ’라는 검정고시 기초 문제 풀이 애플리케이션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가 벌써 5440회, 활성 사용자는 641명 정도다. 올해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별 맞춤 학습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온라인 플랫폼 강의, 오프라인 강의도 연다. 구구컬리지 구성원이 모두 개발자다 보니 프로그래밍, 스마트워크와 관련된 강의를 주로 한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한 친구는 수업을 열심히 듣더니 직접 게임을 만들어서 정식 런칭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구구컬리지에서 처음 프로그래밍을 배운 친구가 번듯한 회사에 취직해 우리 단체를 후원하는 경우도 있다. 뿌듯하다.”
-구구컬리지에서 비영리단체도 지원한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비영리 분야에는 개발자가 현저히 적다. 개인적으로 개발과 관련된 도움을 요청하셔서 알려 드린 적이 많다. 그러다가 아예 프로젝트로 진행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영리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위해서다.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기 위해서 웹사이트 제작에 필요한 오픈 소스인 ‘NPO99’와 정기이체 자동화 솔루션 ‘CMS99’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는 ‘교육 로드맵’을 구축하려고 한다. 검정고시 지원에서 시작해 취직 지원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싶다. 우선 고졸 학력만 있어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 클래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여기에 전문대 강의 수준 정도는 배울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해 취직까지 이어지는 로드맵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맘껏 배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다. 어떤 제약도 없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원 청년기자(청세담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