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학대한 사람은 반려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 ‘동물 학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용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고 25일 밝혔다.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학대행위자는 동물을 소유하거나 키울 수 없도록 ‘동물사육 금지처분’을 제도화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동물보호법 8조에 따르면,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동물 학대 시 처벌 가능한 법 조항이 있음에도 동물 학대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에 따르면, 동물 학대 발생 건수는 2016년 303건에서 2020년 992건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2020년 발표한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동물 학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동물 소유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서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유권 박탈 대신 사육금지 처분을 대안으로 학대 방지책을 재설계하는 것”이라며 “연구 과정과 관계기관 협의, 내부 논의 등을 면밀히 거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를 진행하고 해외 제도 동향을 포괄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해외에서 동물학대행위자에게 동물 소유권이나 양육권 등을 제한하거나 학대당한 동물을 몰수·격리하는 법률과 하위규정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다.
국내 유사제도를 분석해 학대행위자 처분과 학대당한 동물의 구조·보호 방안 마련에 참고할 예정이다. 영유아,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학대 범죄나 스토킹 범죄 예방 제도를 동물보호 법령과 비교해 시사점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에 긴급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제도 도입 전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부 입법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법원, 법무부,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형법학계의 논의도 거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판결에 따른 동물 사육금지 처분이나 가처분을 오는 2024년까지 도입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용역의 연구 기간은 5개월로, 오는 12월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